의대 입학 정원 얼마나 늘려야 할까?…설전 표적 된 ‘2000명’
[격화하는 의대 갈등]②
‘2000명’ 증원 적정 vs 아니다 갈등
증원 인력 필수 의료·지역 의료 이어져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의과대학(의대)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선 대형병원의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는데도, 오는 3월 4일까지 전국 의대에 증원 규모를 확정해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다. 윤석열 정부가 계획대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려면 3월 증원된 정원을 대학에 나눠야 한다. 이에 따라 의료계와의 갈등 국면은 앞으로도 쉽사리 해소되기 힘들 전망이다.
의료계는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에 대해 여전히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입학 정원을 굳이 확대한다면 적정 규모는 300~400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이는 2000명과는 격차가 너무 큰 상황이다.
“2000명 많아”…‘350명’ 적정 의견도
교육부 등에 따르면 대학들은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희망 의대 정원 규모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보건복지부(복지부)와 협의해 늘어난 의대 입학 정원을 배정하기 위한 세부 원칙을 조율할 계획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총선이 있는 4월 이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만큼, 이 과정은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학에 공문을 보내면서 증원된 의대 입학 정원을 어떤 조건의 대학에 넘길지도 구체화했다.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등 국내 의료체계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입학 정원에 손을 댔기 때문에, 이번 정원 배정에서도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측면을 고려할 계획이다. 대학이 지역 의료를 개선하기 위해 낸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수도권 내 병원에서 실습 교육 등을 진행하는 비수도권 의대가 어떻게 실습을 운영할지 연도별 개선 계획도 제출하도록 했다. 그동안 비수도권 의대에 다니는 학생이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실습 교육을 마친 뒤 전공의 과정을 밟아 “인력이 유출된다”는 지적이 뒤따라서다. 비수도권 의대를 나온 학생이 수도권 내 병원에서 오랜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 지역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증원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정부가 증원 절차를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의료계와의 ‘강대강’ 대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 단체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2035년에는 1만명의 의사를 더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단체는 정부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판단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여러 대학의 의대 학장이 모인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도 증원 규모로 350명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이들은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조사에서 2200명 이상 증원을 원했지만, 사태가 악화하자 희망 증원 규모를 줄였다.
의사 수 늘리면 문제 해결될까
의사가 되려면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졸업해야 한다. 졸업 이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병원에서 수련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이른바 ‘의사’가 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찮지만 고소득과 함께 높은 지위가 보장되다 보니 많은 최상위권 학생이 의대를 지망한다.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소식에 수험생은 물론,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반수나 재수를 노리는 이유다. 교육계에서는 의대 입학 정원이 확대되면 이공계는 물론, 인문계의 우수한 학생들도 입시에 재도전하는 연쇄 현상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고통받고 있다. 특히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 의료 분야는 선망 직종으로의 의사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응급의학과·흉부외과·신경외과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바이탈 과도 마찬가지다. 이들 과는 환자 생명 유지에 필요하지만 근무 여건이 열악해 이른바 ‘기피 과’로 분류된다. 사람이 적으니 근무가 힘들고, 자연스럽게 필수 의료 등의 붕괴로도 이어졌다. 비수도권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일부 병원은 특정 과를 담당하는 의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의료진 단체는 증원된 인력들이 이런 필수 의료 과나 지역 의료진 확충 등으로 골고루 분포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만 하고 필수 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0년 뒤 매년 서울에서 2000개의 피부과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진이 필수 의료를 선택하게 하거나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는 의료 분쟁으로 인한 처벌이 가장 크다”며 “필수 의료나 지역 의료의 위기를 만들어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 수급을 조정하는 일도 현재의 보건의료 상황을 고쳐나가는 데 필요한 과제다.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를 살릴 수 없지만,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도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 근거로 여러 연구를 들고 나왔다. 앞서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35년이면 의사의 수가 약 1만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10년 뒤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에서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의대 입학 정원을 매년 5%씩 확대하면 의사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짜 문제는 의사 수를 늘린 이후다.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일은 보건의료 상 여러 문제를 풀어갈 물꼬일뿐이다. 늘린 의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이는 단순 의사 수를 늘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며 지역 필수 의사제와 지역 수가제 등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의료 분쟁 부담 탓에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구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료 수가를 정비해 보상 체계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앞으로 늘어난 의대생, 그리고 늘어날 의사들을 정부와 의료계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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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에 대해 여전히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입학 정원을 굳이 확대한다면 적정 규모는 300~400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이는 2000명과는 격차가 너무 큰 상황이다.
“2000명 많아”…‘350명’ 적정 의견도
교육부 등에 따르면 대학들은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희망 의대 정원 규모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보건복지부(복지부)와 협의해 늘어난 의대 입학 정원을 배정하기 위한 세부 원칙을 조율할 계획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총선이 있는 4월 이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밝혀온 만큼, 이 과정은 이르면 3월, 늦어도 4월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학에 공문을 보내면서 증원된 의대 입학 정원을 어떤 조건의 대학에 넘길지도 구체화했다.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등 국내 의료체계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입학 정원에 손을 댔기 때문에, 이번 정원 배정에서도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 측면을 고려할 계획이다. 대학이 지역 의료를 개선하기 위해 낸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수도권 내 병원에서 실습 교육 등을 진행하는 비수도권 의대가 어떻게 실습을 운영할지 연도별 개선 계획도 제출하도록 했다. 그동안 비수도권 의대에 다니는 학생이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실습 교육을 마친 뒤 전공의 과정을 밟아 “인력이 유출된다”는 지적이 뒤따라서다. 비수도권 의대를 나온 학생이 수도권 내 병원에서 오랜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 지역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증원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정부가 증원 절차를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의료계와의 ‘강대강’ 대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 단체는 ‘2000명’이라는 숫자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 2035년에는 1만명의 의사를 더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단체는 정부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판단 자체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여러 대학의 의대 학장이 모인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도 증원 규모로 350명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이들은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조사에서 2200명 이상 증원을 원했지만, 사태가 악화하자 희망 증원 규모를 줄였다.
의사 수 늘리면 문제 해결될까
의사가 되려면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졸업해야 한다. 졸업 이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병원에서 수련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이른바 ‘의사’가 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만만찮지만 고소득과 함께 높은 지위가 보장되다 보니 많은 최상위권 학생이 의대를 지망한다.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소식에 수험생은 물론,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반수나 재수를 노리는 이유다. 교육계에서는 의대 입학 정원이 확대되면 이공계는 물론, 인문계의 우수한 학생들도 입시에 재도전하는 연쇄 현상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고통받고 있다. 특히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 의료 분야는 선망 직종으로의 의사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응급의학과·흉부외과·신경외과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바이탈 과도 마찬가지다. 이들 과는 환자 생명 유지에 필요하지만 근무 여건이 열악해 이른바 ‘기피 과’로 분류된다. 사람이 적으니 근무가 힘들고, 자연스럽게 필수 의료 등의 붕괴로도 이어졌다. 비수도권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일부 병원은 특정 과를 담당하는 의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의료진 단체는 증원된 인력들이 이런 필수 의료 과나 지역 의료진 확충 등으로 골고루 분포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만 하고 필수 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0년 뒤 매년 서울에서 2000개의 피부과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진이 필수 의료를 선택하게 하거나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의사들이 필수 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는 의료 분쟁으로 인한 처벌이 가장 크다”며 “필수 의료나 지역 의료의 위기를 만들어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 수급을 조정하는 일도 현재의 보건의료 상황을 고쳐나가는 데 필요한 과제다.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를 살릴 수 없지만,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도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도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 근거로 여러 연구를 들고 나왔다. 앞서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35년이면 의사의 수가 약 1만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10년 뒤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에서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의대 입학 정원을 매년 5%씩 확대하면 의사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짜 문제는 의사 수를 늘린 이후다.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일은 보건의료 상 여러 문제를 풀어갈 물꼬일뿐이다. 늘린 의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이는 단순 의사 수를 늘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며 지역 필수 의사제와 지역 수가제 등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의료 분쟁 부담 탓에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구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료 수가를 정비해 보상 체계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앞으로 늘어난 의대생, 그리고 늘어날 의사들을 정부와 의료계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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