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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받는 사외이사…홍콩 ELS 사태에도 '우수' 평가

지난해 10월부터 사외이사들, ELS 관련 보고 받아
5대 금융 사외이사 연 보수 7251만원
홍콩H지수 손실 금액 6조원으로 불어날 수도

서울 시내 ATM을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은행권 사외이사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은행 거래에 대한 ‘위험 관리’와 ‘리스크 관리’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도 홍콩H지수 ELS 문제 인식해와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와 관련해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다룬 곳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두 곳에 불과했다. 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이사회가 관련 내용을 다뤘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 이사회에서 제8회 위험관리위원회가 열렸다. 사외이사들은 ‘2024년 그룹 리스크관리 전략 방향’ 등 3건의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용국 사외이사는 홍콩H지수 기초자산 기반 ELS 상품 현황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도 같은 해 10월 27일 개최된 제8회 이사회에서 이준서 사외이사가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입장에서 은행 사모펀드에 대한 사후 관리 노력 지속과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투자손실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또 하나은행 최현자 사외이사는 지난해 10월 20일 개최된 제13차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하락에 따라 올해 상반기부터 고객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과 관련해 고령자 고객 비중 및 안내 절차에 대해 질의했다. 아울러 상세 현황 공유 및 상담, 영업 현장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후관리에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 

KB국민은행 이사회에서는 지난해 10월 23일 제15차 정기이사회를 통해 ELS 낙인(원금 손실 발생 구간·knock-in) 고객 보호를 위한 전행차원 대응방안 보고가 있었다. 

은행권, 당국·국회 지적 나오자 ELS 판매 중단

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2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은행들은 이사회에서 홍콩H지수 ELS 현황 보고가 나온 상황에서도 관련 상품 판매를 지속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자 올해 1월 말에야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 시작했다.

ELS 상품을 판매 중단하던 당시는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질의를 받았던 때다. 당시 김 위원장은 “금감원 검사 결과 이후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사외이사들의 질의와 조언에도 불구하고 당국 조사와 제재가 예상됐을 때에야 은행들이 위험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거액의 보수를 받으면서도 경영 감시와 리스크 관리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5대 금융그룹 사외이사 36명의 평균 보수는 7251만원에 달했다. 각 금융그룹 사외이사 평균 연봉을 보면 ▲KB금융 8357만원 ▲신한금융 8322만원 ▲하나금융 7285만원 ▲우리금융 6590만원 ▲농협금융 5701만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들 중에서 반대표를 내놓은 경우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안건이 정식으로 올라가기 전에 여러 번 회의를 진행하면서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이런 논의를 거치기 때문에 찬성률이 높게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콩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사외이사들에 대한 평가는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에서 이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의 경우 각 사외이사의 활동에 대해 “우수하게 평가됐다”라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2월 11일 홍콩H지수 ELS의 투자자 손실 배상과 관련해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놨다. 이번 기준안을 보면 배상비율은 투자 손실의 40∼80%였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에 비해 0∼100%까지 확대됐다. 금감원은 이번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배상이 결정되기까지 2~3개월이 소요되고 양쪽의 합의가 없으면 법적 다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예상보다 이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까지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으로 이 중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이다. 지난달 말 지수(5678포인트)로 가정하면 4조6000억원이 추가로 손실액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전체 예상 손실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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