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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승리로 끝난 ‘다올 쩐의 전쟁’…경영권 분쟁 불씨 여전

다올證 정기주총, 2대 주주 제안 '12개 안건' 부결
사외이사 이상무·이혁 재선임…강형구 선임 무산
업계 "2대 주주, 적극적 주주권리 행사 이어갈 것"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2대 주주인 이른바 ‘슈퍼 개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사진은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 [사진 다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이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와의 경영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다. SK증권(001510) 등 백기사들과 ‘캐스팅 보트’였던 소액주주들이 다올투자증권(030210)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다. 반면 김 대표는 약 60%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마음을 돌리는 데 실패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앞으로도 적극적인 주주권한 행사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대 주주제안 정관변경안 ‘부결’…“소액주주 외면”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다올투자증권의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가 주주제안한 12건의 안건이 결의요건 미달로 부결처리되거나 자동폐기됐다. 

주주제안 안건 중 핵심이었던 제2-1호 의안인 권고적 주주제안은 1220만여주로 26%의 찬성을 얻는데 그쳤다. 해당 안건이 부결되면서 차등적 현금배당, 유상증자 방식의 자본금 확충 안건이 자동폐기됐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상법과 정관에서 정한 사항 외에 안건을 발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제도로, 주주제안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하더라도 경영진에게 구속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외 5개(제2-2~2-6호 의안)의 다른 안건 역시 약 29%의 동의만을 얻으며 모두 부결됐다. 특히 ‘3%룰’이 적용돼 최대 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감사위원 선임도 이사회 안대로 처리됐으며 김 대표 측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강형구 교수 선임 안건 역시 절반 이상의 표를 얻지 못했다. 

다올투자증권의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가 주주제안한 12건의 안건이 결의요건 미달로 부결처리되거나 자동폐기됐다. 사진은 다올투자증권 사옥 전경. [사진 다올투자증권]

사외이사는 이사회 안대로 이혁 이사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는 이상무 이사가 재선임됐다. 사내이사는 이사회 안이 그대로 결의되면서 김형남 이사가 재선임되고 전수광 경영지원본부장이 신규 선임됐다.

감사위원에는 이혁·김형남 이사가 재선임됐다. 이사 선임안건을 표결에 부치는 과정에서 김 대표 측 대리인은 “실적 악화 시기에 재임했던 이사들을 그대로 재선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올투자증권 측은 “PF 사태 등으로 증권업 전체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회사가 하나도 없다”며 “회사 업무와 활동을 감시하는 부분에서 활동을 열심히 했고 자격 요건 또한 충분하다”고 답했다.

김 대표 측은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의 보수한도를 기존 100억원에서 38억원으로 삭감해야 한다고도 주장했으나 주주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다.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의 퇴직금 지급률을 4배에서 3배로 축소하는 안건도 결의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는 77.4%의 주주가 위임·현장출석·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김 대표 측 안건에 찬성하거나 다올투자증권 안건에 반대한 비율은 대부분 27~31% 수준에 그쳤다.

다올투자증권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4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정기 주총 현장. [사진 송현주 기자]

2대 주주, 주주권리 행사 이어갈 듯…경영 개선 촉구

다올투자증권은 보통주 1주당 150원의 현금배당도 결정했다. 주주총회 의장으로 나선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두 자릿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달성하는 성장하는 강한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2022년 하반기 급격하게 악화된 부동산 경기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때를 보냈다. 부동산 수익 악화로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 수익 다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관리다. 사전적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도록 역량을 강화하겠다. 사회적 책임과 고객 관점에서 모든 프로세스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주총이 이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김 대표가 적극적인 주주 권리 행사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와 이 회장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김 대표가 이번 주총에서 상정된 안건마다 의견을 발표하며 경영 개선을 촉구하면서다. 

김 대표의 다올투자증권 지분율은 14.34%(특수관계인 포함)이다. 반면 이 회장 측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5.19%로 10.85%p 격차로 앞서 있다.

또 김 대표는 의도적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올투자증권 지분 매입 과정에서 가족 명의로 지분을 10% 이하로 나눠 보유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서도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주총이 일단락됐지만 김 대표 측이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밸류업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지속적인 주주권익 행사를 이어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 회피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아직 관련 이슈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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