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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 전기차 의지 드러낸 현대차·기아

[주총으로 톺아본 2024 산업나침반]③현대차·기아
정기 주총서 EV 경쟁력 강화 방안 등 발표
제품 라인업 확대·인프라 구축 강화 지속
성장 둔화 대응 위해 HEV 주요 차종 도입

현대차·기아 양재 사옥. [사진 현대차그룹]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주주들에게 ‘전기차(EV) 의지’를 드러냈다. 한때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EV 시장의 수요 둔화세(캐즘(Chasm), 대중화로 가기 전 발생하는 수요 침체 현상)가 뚜렷함에도 말이다.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뿐 EV 시대 도래는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경쟁력 확보 총력

기아와 현대차는 각각 지난달 15일, 21일에 양재 사옥 대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의장은 각 사 대표인 송호성, 장재훈 사장이 맡았다. 이들은 공통으로 ‘EV’를 강조했다.

송 사장은 올해 주총에서 “기아는 광명·미국 조지아 등에 EV 전용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EV 충전 인프라 및 배터리 관련 사업 투자도 확대해 글로벌 EV 생산 체제 및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전년 대비 성장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고객중심 브랜드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동시에 EV 라인업의 성공적인 안착 등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기아는 EV 시장 지배력 확보에 나선다. 송 사장은 “최근 전동화 시장은 대중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일시적 수요 둔화를 겪고 있으나, 미래에는 EV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올해 볼륨 모델 EV3를 신규 론칭해 EV 대중화를 이끌어 EV 티어 1 브랜드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EV 근본 경쟁력 제고를 꼽았다. 장 사장은 올해 주총에서 “부품과 제어기 등의 통합 및 내재화, 설계·공정의 혁신 등을 통한 EV 원가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상품 라인업 효율화, 신흥국 최적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 등을 통해 EV의 근본적인 원가절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 고유의 EV 셀링 포인트(판매 강점) 개발 및 양방향전력교류(V2G), 충전 솔루션 확대 등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올해 계획 중인 중대형 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성공적 글로벌 론칭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플래그십 전기 SUV 아이오닉 9(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성장 둔화세 심화 전망

기아와 현대차는 앞다퉈 EV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EV 시장의 성장 둔화세 때문이다. 시장은 올해도 EV 성장세를 예상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EV 시장(배터리전기차(B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포함)이 전년 대비 16.6% 증가한 1641만2000대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시장 성장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는 연간 8000만 대 이상이다. 2019년 230만 대를 넘어선 글로벌 EV 시장은 2022년 1000만 대 돌파 후 성장 속도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 관련 시장의 연도별 성장률은 ▲2019년 1.1% ▲2020년 38.5% ▲2021년 109% ▲2022년 56.9% ▲2023년 33.5% ▲2024년 16.6%(예상치) 등이다. 이렇다 보니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EV가 차지하는 비중도 10%대 구간에 정체돼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등이 최근 EV 전환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 주주들도 올해 주총에서 이점을 우려한 바 있다. 현대차가 ‘EV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 전략’을 별도로 언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장 사장은 “‘유연함’을 전략 키워드로, 모든 친환경차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을 활용해 시장 수요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EV 수요 둔화 시기를 활용해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도 추진하겠다”고 주주 우려를 불식시켰다.

시장 환경에 대응 가능한 라인업 및 인프라 구축이 공통된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주요 차종 대부분에 하이브리드(HEV) 모델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주요 차종의 HEV 도입도 추진 중이다. EV 전용 생산시설인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도 HEV, PHEV 등으로 생산 차종을 다변화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인프라는 현대차그룹의 초고속 충전 서비스인 이피트(E-Pit) 확대로 대응한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현재 482기 설치된 E-Pit를 2030년까지 5400기 이상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북미·유럽 시장에도 아이오나(IONNA), 아이오니티(IONITY)와 제휴해 1만7000기 이상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 EV 시대가 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시장 초기부터 있었다”면서 “물론 글로벌 메이커들이 전동화 속도를 늦추는 현 상황이 EV 시대를 부정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을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전 전동화, HEV, 수소 등으로의 양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계속 나올 것이다.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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