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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상속 다툼’ 배후?…‘대여금 반환 피소’ 윤관, 부랴부랴 조정 나선 까닭

삼부토건 창립자 손자-LG그룹 오너가 맏사위…‘2억원 대여금’ 분쟁
대여금 전달 8년 만에 합의?…소송 제기 후 빠르게 잡힌 ‘조정 기일’
잦은 송사에 아내도 ‘구설’…불리한 여론 의식? 핵심은 ‘르네상스’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LG그룹 오너가(家)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대여금 다툼을 벌이고 있는 조창연 씨와 조정 절차를 밟는다. 조창연 씨는 고(故) 조정구 삼부토건 창립자의 손자다. 조 씨는 윤 대표를 상대로 ‘빌려준 2억원을 반환해달라’는 취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조정은 양측 갈등이 불거진 뒤 약 8년 만에 이뤄지는 합의 절차다. 재계에선 양측의 뒤늦은 대여금 조정 절차를 두고 “윤 대표가 대내외 시선에 부담을 느껴 성립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표와 조 씨 사이의 대여금 반환 소송에 대한 조정 사무수행이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조정 사무수행은 재판이 아닌 양측 협의를 통해 사건을 해결코자 진행되는 절차다. 조정관과 두 당사자가 조정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조 씨는 2016년 9월 윤 대표 요청에 따라 2억원을 현금으로 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표와 조 씨가 관여한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현 센터필드) 인수 본계약 체결 직후에 대여금을 전달한 셈이다. 윤 대표가 르네상스호텔 재매각 사업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대여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는 게 조 씨 측 입장이다. 조 씨의 주장대로라면 이번 조정 절차는 대여금을 전달한 지 약 8년 만에 이뤄진다. 조 씨가 윤 대표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민사 소송을 제기한 지 약 6개월 만에 진행되는 조정 절차이기도 하다.

재계에선 윤 대표가 조정 절차에 나선 배경으로 ‘부담감’을 꼽는다. 윤 대표는 이른바 ‘LG 오너가 상속 분쟁’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한다. 1년 넘게 진행되온 LG그룹 오너가 상속 분쟁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곧 나오리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조 씨는 윤 대표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기도 했다. 윤 대표의 권유로 사업체에 투자를 진행했으나, 주주 명부에는 빠졌다는 점을 문제로 삼겠다는 취지다. 조 씨와의 갈등이 대여금 반환에 더해 형사 고소로 번진다면, 여론 측면에서 상속 분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윤 대표가 이를 경계해 조 씨와 조정에 나섰으리라는 해석이 재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사회적 지탄받는 재벌가 부부

윤 대표는 대여금 분쟁과 별개로 123억원 규모의 ‘탈세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20년 2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윤 대표에 대한 개인 통합 조사를 진행했다. 윤 대표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배당소득 221억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한 점을 발견했다. 강남세무서는 이에 종합소득세 123억원 추징을 윤 대표에게 알렸다. 윤 대표는 이에 불복, 곧장 심판 청구를 제기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2022년 12월 윤 대표의 청구를 기각했다. 윤 대표는 기각 결정에 불복해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청구’를 제기하고 강남세무서와 지난 2023년 3월부터 법정 다툼을 진행 중이다.

윤 대표는 1975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나 2005년 미국 영주권을 획득한 바 있다. 이후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후 2011년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소득세법상 ‘국내 거주자’(한국에 183일 이상 거소를 둔 사람)에 해당하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윤 대표는 그러나 자신이 ‘비거주자’에 해당해 종합소득세 납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 사업장을 둔 투자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음에도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모습이라 부정적 여론이 세간에 확산하고 있는 양상이다.

윤 대표의 아내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역시 구설에 올랐다. 구 대표는 남편의 결정으로 투자가 이뤄진 신약 개발 A 업체의 주식을 ‘정보 공개 전’ 매수했다는 정황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구 대표가 상장사인 A 업체의 주식을 사들인 정확한 시점은 대외에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매수 시점이 투자 발표 전이라면, 자본시장법을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구 대표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A 업체 3만 주 정도를 LG복지재단에 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구 대표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기부를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연경 대표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맏딸로, 김영식 여사(구광모 ㈜LG 대표 모친)·구연수 씨(구광모 ㈜LG 대표 여동생)와 함께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상속재산이 다시 분할돼야 한다는 취지로 제기한 소송이다. 법정 다툼 과정에서 세 모녀가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가족 간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녹취록엔 윤 대표가 등장한다. 윤 대표가 세 모녀를 부추겨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배후설’이 세간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2개월이 흘렀다. 일각에선 법원 판단이 임박한 상태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표와 구 대표 부부를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비판은 법원 판단과 별개로 ‘여론전’ 측면에서 상속 다툼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뇌관’ 르네상스호텔 재매각

이는 윤 대표가 조 씨와 조정 절차에 들어선 배경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2억원 규모의 대여금 분쟁이 완만히 합의되지 않는다면 ‘르네상스호텔 매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 VSL코리아(현 다올이앤씨)는 2016년 르네상스호텔을 약 6900억원에 매입했다. 이 사업에서 조 씨는 투자 유치를 담당했다. 조 씨와 윤 대표는 경기초등학교 동창으로 오랜 시간 친분을 유지했다. 윤 대표가 르네상스호텔 매입 투자자로 이름을 올린 배경이다. VSL코리아가 설립한 맥킨237PFV(프로젝트금융회사)는 르네상스호텔 부지와 개발 중인 자산 일체를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난 2018년 약 2조원에 넘겼다.

조 씨와 윤 대표가 참여해 진행된 VSL코리아의 르네상스호텔 매입은 지금도 일각에서 다양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015년 10월 르네상스호텔과 부지에 대한 공매 공고의 첫 회 입찰 최저 가격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10회 입찰 최저 가격은 7500억원 수준이다. 실제 매입 가격이 업계 예상치보다 현저히 낮게 이뤄졌고, 이에 따라 2018년 재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이 발생했다.
옛 르네상스호텔(현 센터필드) 전경. [사진 연합뉴스]

조 씨는 VSL코리아의 시행사인 SLI 지분 25%를 윤 대표 권유로 이상준 SLI 대표에게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VSL코리아의 르네상스호텔 재매각을 통해 SLI에만 25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는데, 이와 관련해 아무런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했단 입장이다. 조 씨와 윤 대표 간 대여금 분쟁이 완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르네상스 재매각 절차와 관련한 사안도 법정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윤 대표와 조 씨 간 조정 절차는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조 씨가 윤 대표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민사 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3년 11월 10일이다. 양측 사실조회 등의 통상적인 절차가 이뤄진 뒤, 별다른 잡음 없이 지난 2월 13일 조정 회부가 결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 취득한 정황부터 탈세 의혹까지 다양한 사안으로 세간의 구설에 오른 윤 대표 입장에선 르네상스호텔 재매각 사안이 다시 불거지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LG그룹 상속 문제에 이미 상당 부분 불리한 여론이 형성된 상태인데, 이 점을 고려해 대여금 조정 절차를 받아들인 것이란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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