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압승에 韓 증시 영향은…“‘밸류업’ 동력 약화, 금투세 폐지 제동”
금투세 폐지 어려워…수급이탈 우려
현 정부, 부동산 정책 상당수도 급제동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핵심 민생·경제 정책들이 대거 좌초 위기에 처했다. 증권가에선 정부가 주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시행이 한시적으로 미뤄졌던 ‘금융투자소비세’(금투세)의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동안 선거 공약으로 ’폐지’를 약속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 따라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일 실시된 22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오전 7시 기준)으로 압도적 과반을 차지하며 종료됐다. 범 야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도 11석을 얻어 사실상 범 야권이 재적의원 3분의 2에 가까운 190석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금투세 폐지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는 시각도 관측된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게 골자로,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마련됐다. 이후 파급력을 고려해 2025년까지 유예하기로 결정됐으나, 윤석열 정부는 완전 폐지를 공언해왔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야당이 선거에서 크게 승리했고 이미 제정된 법안을 고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 금투세 유예가 연장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정책도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조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방점을 찍고 있으나, 향후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해 밸류업 강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국회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통과가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환·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총선 후 입법을 전제로 추진하던 정책에 대해서는 수정·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향후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야권을 설득할 수 있는 교집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자사주 소각 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줄여주거나 기업의 전기 대비 배당 증가분에 대해 세액을 공제하는 등의 세제 지원에 대한 기대감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규제완화에 방점이 찍혀있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상당수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현실화, 분양가 상한제 실거주 의무 완전 폐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폐지 등은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야당은 줄곧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부동산 시장 관련 여야 간 입장차가 첨예한 터라, 22대 국회에서도 공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투세 폐지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인데 여당의 총선 패배로 난관에 봉착했다”며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수익 합계가 5000만원 이상일 경우 20%,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 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나 2025년까지 유예였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이 작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연말 매물출회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더불어민주당은 ISA 계좌 납입한도를 현재보다 상향하고 납입금액을 전액 비과세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산별·상품별 득실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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