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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 들어간 LH 매입임대 사업…‘혈세 낭비’ vs ‘불가피’

경실련 “LH, 공공택지 팔아버리고 비싼 값에 매입임대 사들여”
LH “공공임대주택 공급규모는 정부가 정해”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두고 ‘세금 낭비’라고 지적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불가피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LH 측이 맞서고 있다. 경실련은 LH의 반박에 3일 재반박문을 올리며 “LH는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지 말고 직접 지어 주택을 공급하라”고 했다. 

경실련은 “LH가 강제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 등 3대 특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무주택 서민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함”이라며 “그런데도 LH는 강제수용권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 대부분을 민간 건설사에 팔아버리고 그 돈으로 도심에서 비싼 가격으로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도심의 매입임대주택 가격은 전세사기 주택업자들이 부풀려놓은 매매가와 전세가로 인해 한껏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매입임대 주택을 사들이는 것은 공공자금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악용하는 것이나 같다”고 했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이란 LH가 기존주택을 사들여 시세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임대하는 사업을 말한다. 저소득층이나 신혼부부, 청년 등이 주로 수혜 대상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임대주택이어서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보증금이 저렴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을 위해 LH가 도심에서 주택을 매입해야 하는데 매입 가격이 적정한 수준이냐는 것이다. 경실련은 “LH가 사들인 주택 1호당 매입 가격이 2021년 2억5000만원, 2022년 2억9000만원, 2023년 3억1000만원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이는 LH의 주택 매입 방식이 민간 건축 주택을 사전에 약정을 맺고 준공 후 사들이는 ‘약정 매입’에 치중된 탓”이라고 전했다. 

경실련이 2021∼2023년까지 지난 3년 간 연도별 LH 임대주택 매입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LH가 임대주택을 매입한 금액은 10조8000억원, 전체 매입 호수는 3만9000호였다. 이 중 약정 매입 방식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데 쓴 돈은 8조 7000억원 수준이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LH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존주택 매입’ 방식이 아니라 시세대로 집을 사야 하는 약정 매입 방식에 치중을 두면서 비용이 늘었다”며 “매입임대 주택을 건설원가 이하로 매입하도록 가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LH는 매입임대제도를 통해 미분양이 발생한 강북구 수유동 소재 ‘칸타빌 수유팰리스(수유 칸타빌)’를 고가 매입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SNS를 통해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국민 혈세로 건설사 이익을 보장해 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LH "시세 이하로는 서울 시내 집 못 구해"
LH는 반발하고 나섰다. 도심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사실상 아파트 신규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기는 불가능한데, 다가구주택이나 빌라 등을 사들이지 않으면 신규 임대주택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세대로 사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시세보다 싼 가격에 사려고 하면 파는 이가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땅장사’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LH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규모를 결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LH 관계자는 “정부(국토부)에서 연간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세우는데 이에 따른 것”이라며 “매입임대주택 규모나 공공임대주택 수를 LH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LH는 매입임대사업 주택 매입가격 기준을 ‘원가 이하’에서 다시 ‘감정가’ 수준으로 현실화하기로 했다. ‘수유 칸타빌’ 사태 이후 원가 이하로 주택을 매입하려 했지만, 이 가격에 주택을 파는 사람이 없어 해당 사업이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LH의 매입임대사업 실적은 1만 가구 수준으로 연간 목표치인 3만 5000가구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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