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日에 넘길 판’ 최수연 “행정지도 이례적”…네이버, 1Q 호실적에도 ‘근심’
‘라인야후 사태’ 입 연 최수연 “입장 정리 아직…당국과 협의 중”
1Q 영업이익·매출 ‘최대치’…대외 불확실성 증대에도 실적 상승
日 총무성 ‘라인 자본 관계 재조정’ 압박…글로벌 진출 차질 우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일본 정부로부터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을 받는 네이버가 2024년 1분기 실적발표를 3일 진행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사장)는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을 통해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 “아직 입장 정리가 안됐다”라면서도 “라인에 대한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가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입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2024년 1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 2조5261억원, 영업이익 439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기간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비타)은 58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8%, 영업이익은 32.9% 각각 증가했다. 조정 EBITDA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9.0% 성장했다.
네이버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최대치다. 매출 규모 역시 역대 1분기 중 가장 높다.
대외 불확실성 증대에도 ‘호실적’…우려는 ‘증폭’
네이버는 구글은 물론 유튜브·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같은 해외 검색·콘텐츠·커머스 플랫폼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라인야후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빌미로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에 ‘자본 관계 재조정’을 골자로 한 행정지도를 내렸다. 대외 사업 여건 불확실성 증대에도 올 1분기에 비교적 견고한 실적을 올렸단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라인야후 사태로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향후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단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는 관계사 라인야후가 운영 중인 일본 시장 중심의 메신저 플랫폼 ‘라인’을 통해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된다면 향후 글로벌 사업 확정 전략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구조다.
라인 애플리케이션(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일본 9600만명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을 기록하고 있다. 월마다 108개국에서 약 2억명이 접속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라인은 한국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톡 정도의 위상을 동남아 지억에서 구축한 앱인 셈이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콘텐츠·커머스·금융 등으로 넓힌 것처럼, 네이버도 라인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순차 확장 중이다.
문제는 일본 총무성이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결별’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11월 라인에서 약 51만9000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네이버 협력사 PC에 심겨 있던 악성코드가 클라우드 서버를 타고 라인 시스템에 접근해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총무성은 이에 지난 3월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리고 ‘네이버의 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라인야후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1월 재발 방지 및 개선 보고서 제출했다.
업계에선 일본 총무성이 개선 보고서를 받아본 뒤에도 재차 행정지도를 내렸다는 점에 특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보고서 내용이 불충분하다며 두 번째 행정지도를 내리고,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총무성이 같은 사안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네이버가 지닌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라고 압박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Z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A홀딩스는 Z홀딩스의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회사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A홀딩스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구조다. 일본 총무성은 네이버가 A홀딩스를 통해 라인과 야후재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점을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짚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라는 내용이 행정지도에 담긴 배경이다. 행정지도 자체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일본 정부의 특성상 이를 무시하고 현지 사업을 영위하는 데엔 상당한 부담이 따르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대표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대해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문제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장이 정리되는 시점에 다시 명확히 발표할 것”이고도 덧붙였다.
최 대표는 또 “A홀딩스와 라인야후에 대해 네이버는 주주와 기술적인 파트너의 입장”이라면서도 “긴밀한 사업적 협력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방향성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 없지만 기술적 파트너로 제공했던 인프라 제공은 이번 행정지도로 인해 분리해서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성이 나왔다”며 “인프라 매출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사업 부문별 실적은?
네이버의 2024년 1분기 사업 부문별 매출은 ▲서치플랫폼 9054억원 ▲커머스 7034억원 ▲핀테크 3539억원 ▲콘텐츠 4463억 원 ▲클라우드 1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치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했다. 커머스 매출는 전년 동기 대비 16.1% 성장했다. 회사 측은 “검색광고가 개선됐고 성과형 광고 호조세를 보이면서 신규 광고주 발굴이 이뤄져 서치 플랫폼 매출이 증가했다”며 “커머스 매출은 도착 보장과 브랜드 솔루션에서 신규 매출 발생했고, 크림(KREAM)의 성장과 소다SODA 편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핀테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고, 콘텐츠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클라우드 사업 부문 매출은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 등 생성형 AI 솔루션의 본격적인 매출이 기여가 시작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5.5% 성장했다.
올 1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외부 생태계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한 16조7000조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웹툰 통합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9.1% 성장한 4587억원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엔화 기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최 대표는 “4월 초 개편을 통해 더욱 세분되고 전문화된 사업 조직을 기반으로 시장 동향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AI와 데이터, 검색 등 네이버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여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장기적인 기술 성장을 창출해 네이버 본연의 경쟁력을 더욱 빠르게 강화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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