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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판 밸류업 글로벌 확장 잰걸음 [피플&피플]

[금융산업의 숨은 조력자들] ⑤
국내외 금융 정책 능통한 경제 관료 출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최우선 과제 꼽아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기업 스스로 생산성을 제고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문화의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 2월 한국거래소 8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정은보 이사장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성공을 위해서는 거래소가 중심을 잡고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상장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과 투자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면밀하게 마련해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는 전담조직을 상설화하고 상장기업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함으로써 기업의 밸류업 노력이 단기적인 호응에서 끝나지 않고 중장기적인 기업문화로 뿌리내리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정 이사장은 밸류업 강화 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 3월 기업·투자자·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 밸류업 자문단’을 발족하고, 상장기업은 물론 기관·외국인 투자자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소통해 왔다. 

첫 해외 출장길에서 수행한 주요 임무도 한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을 글로벌 투자자·기관들에 알리는 것이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만 성공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를 한국 투자 시장에 이끄는 데까지 닿아야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정 이사장은 한국의 증권·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글로벌 투자자 유치에 직접 나섰다. 정 이사장은 지난 3월 주요국 글로벌 거래소·투자기관·지수산출기관 등의 최고위급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거래소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등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적극 알렸다. 

글로벌 파트너쉽 강화와 해외 투자자 유치 활동도 적극 펼쳤다. 정 이사장은 이번 출장 일정 중 ‘국제파생상품협회(FIA) 파생상품 컨퍼런스’에 참가해 글로벌 기관들과 여러 미팅을 가졌다. 국제파생상품협회가 매년 2월 주관하는 최대 규모의 글로벌 파생상품 행사다. 

정 이사장은 프레드릭 톰직 시카고옵션거래소 사장과 유럽파생상품 거래소·시카고상업거래소 경영진 등을 만나 현재 추진 중인 협력사업 진행 경과를 점검했으며, 신규 협력 사업 가능성도 함께 논의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박차…“한국 넘어 세계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와의 릴레이 회의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간 자본시장 협력 강화 방안도 모색했다. 정 이사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 존 터틀 부이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등 양국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러한 정 이사장과 한국거래소의 노력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을 위한 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5월 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개최하고, 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안)과 해설서를 공개했다. 지난 2월 26일 1차 세미나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이번 안은 상장사 스스로 중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수립·이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성장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토대로 기업·투자자 등 시장참여자의 이행 노력과 소통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 저평가)를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상장사들은 5월 중 확정될 밸류업 계획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년 1회 주기적으로 기업 밸류업 계획을 자율 공시해야 한다. 이사회와 공시담당자 대상 안내·교육프로그램 실시,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영문번역 지원 등도 함께 개시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은 오는 9월 이후,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은 12월께로 예상된다.

정 이사장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기업에게는 미래지향적 가치제고 계획을 수립하되, 스스로 상황에 맞는 지표와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투자자에게는 기업의 재무적·비재무적 정보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기업가치에 대한 보다 객관적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별 공시와 투자 지표 등을 원 스톱(One-stop)으로 확인하는 ‘기업 밸류업 통합페이지’도 개설하고, 연기금 등이 투자에 활용하도록 기업가치 우수기업들로 구성된 밸류업 지수 개발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국제·국내 금융 정책에 두루 능통한 경제관료 출신이다. 1961년생인 정 이사장은 경북 청송 출신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행정고시(28회)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 보험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국장급)을 지냈다. 2013년 기획재정부 차관보, 2016∼2017년 증권선물위원장, 2021∼2022년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기는 2027년 2월 14일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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