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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백·동전·비건…세계로 뻗어나가는 ‘K-조미료’

[일상으로 들어온 조미료] ②
가치 소비 및 간편함 추구하는 트렌드 반영 제품군 확대
K-푸드 인기에 조미료·소스 수출액 증가세

서울 한 대형마트의 양념 매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미원과 다시다로 대표되던 조미료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커지면서 간단한 조리를 돕는 조미료 수요 또한 높아져 티백, 동전 등 다양한 형태의 조미료가 출시되고 있다. 또 비건(Vegan·채식주의) 열풍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합성 첨가물을 넣지 않은 5세대 자연 조미료까지 등장했다.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간편 소스, 복합 조미료 시장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요리에 필요한 주재료만 준비되면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간편 소스 제품 또한 내놓는 추세다. 또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조미료와 함께 K-소스류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관련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시장 선점 경쟁에 들어갔다. 

한 끼 식사 ‘뚝딱’…간편 조미료 탄생 배경

국내 조미료 시장의 1세대와 2세대는 가루 형태로 대상의 ‘미원’과 CJ제일제당의 ‘다시다’가 대표 제품이다. 두 조미료는 지난 수십 년간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L-글루탐산나트륨(MSG)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

이를 보완해 출시된 3세대 천연 조미료로는 대상의 ‘맛선생’과 CJ제일제당의 ‘산들애’가 있다. 국내산 자연재료를 이용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성공했으나 기존 음식에 맛이 섞여 감칠맛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고자 나온 것이 4세대 천연 액상 조미료다. 샘표의 요리에센스 ‘연두’가 대표적인데, 콩을 발효해 만든 제품으로 건강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청정원 맛선생 국물내기 한알, 국물내기 티백. [사진 대상]

5세대 조미료의 탄생은 건강 중시 트렌드와 구매 전 성분, 원재료 등을 꼼꼼히 따지는 이른바 ‘체크슈머’(Check+Consumer) 증가와 연관이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식품사들은 원재료 함량을 늘려 맛, 영양 모두 강화하면서도 티백 및 동전 타입 등 간편함까지 내세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상은 2007년 자연 재료 브랜드 ‘맛선생’을 론칭해 현재까지 한알, 티백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 중이다. 아귀청양고추·야채국물내기·멸치디포리·야채·사골 등으로 선보여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J제일제당 비건 다시다. [사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의 ‘백설 통손질 국물내기 티백’은 티백형으로, 멸치와 다시마·새우·디포리·표고버섯·고추씨 등 국내산 수산물과 식재료를 담았다. 동전 형태의 ‘백설 육수에는 1분링’ 제품도 판매 중이다. 또 제일제당은 콩으로 쇠고기 향을 내는 조미료 ‘비건 다시다’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쇠고기 다시다 맛을 구현해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동원F&B는 동전 모양의 자연 조미료인 ‘국물의 신’을 선보였다. 참치·멸치·쇠고기·매콤한알 등 총 4가지로 구성됐다. 별도 손질이 필요 없으며, 3분만 끓이면 될 정도로 간편하다. 표고버섯과 대파, 양파 등 10가지 식재료가 들어갔으며 화학 조미료를 넣지 않았다.

K-푸드 위상에 K-소스도 세계로

세계 시장에서 K-푸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만든 각종 K-소스도 수출이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소스류 수출액은 3억8400만 달러(5254억원)로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2% 증가한 규모다. 한류의 인기와 함께 글로벌 푸드로 자리 잡은 떡볶이·불닭·불고기 등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며 세계 각국에서 우리 음식의 풍미를 담은 소스류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청정원 오푸드 BBQ 치킨디핑소스, 오트러플핫소스 김치. [사진 대상]

식품업체들 또한 현지 입맛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청정원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의 K-소스 라인업을 대폭 확대했다. ‘떡볶이 소스 3종’·‘올인원 KBBQ 소스 2종’·‘오 트러플 핫소스 2종’·‘치킨 디핑소스 2종’ 등을 출시했다. 대상은 한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4대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소스를 선정한 바 있다. 대상의 지난해 글로벌 소스 전체 수출액은 약 580억원으로 2018년 약 320억원에서 약 77%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불닭소스 시리즈 9종. [사진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으로 세계를 홀린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양념을 활용해 ‘불닭소스’·‘까르보불닭소스’·‘핵불닭소스’ 등 다양한 소스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불닭 소스 제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35% 증가하며 판매량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업계가 조미료와 소스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꾸준한 시장 확대가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조미료·소스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3700억원에서 2020년 2조원, 2022년 2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외식·배달비가 오르면서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재구매율이 높다는 점도 조미료·소스 시장을 키우는 이유”라며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업체들도 관련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면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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