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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간 김에 여행도 즐긴다”… 뜨거운 ‘블레저’(Bleisure) 열풍 [E-MICE]

프리·포스트 투어 시장 마이스 ‘퍼플오션’ 될 가능성 대두
“블레저 여행 트렌드 넘어 일상 패턴으로 자리 잡아”

지난 4월 27일과 28일 이틀간 삼성동 코엑스에서 ‘오스템 월드 미팅’(Osstem World Meeting) 행사가 열렸다. 전 세계 52개국 1500여 명 치과의사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참가자들이 본행사 전후로 관광·여행 일정을 추가하면서 전체 행사기간이 11일로 늘어났다. [사진 오스템임플란트]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치과용 임플란트 제조회사 오스템임플란트가 매년 여는 글로벌 기업행사 ‘오스템 월드 미팅’(Osstem World Meeting)은 올해 전체 행사기간이 총 11일로 늘어났다. 참가자인 52개국 1500여명 치과의사들이 이틀짜리 본 행사 전후로 여행·관광 일정을 추가하면서 체류기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직무와 관련된 산업·연구시설을 방문하는 산업관광,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단체여행, 개인 취향에 따라 일정을 짠 자유여행 등 유형과 코스, 기간도 각양각색이다.
오스템임플란트 관계자는 “본 행사기간 중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청와대, 경복궁 등 서울의 주요 명소여행을 즐긴 이들도 상당수”라며 “공식적으로 집계하진 않았지만 가족을 동반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스 연계 ‘블레저 여행’ 수요 증가세 

전시컨벤션 등 행사 참가자가 공식일정 앞뒤로 행사 개최도시와 국가를 여행하는 ‘프리·포스트 투어’(Pre·Post Tour)가 포스트 코로나 마이스 시장의 새 먹거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격근무 확산과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는 욕구 증가로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블레저(Bleisure)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다.

그동안 수요도 많지 않고 돈도 안 되는 데다 품만 많이 들어가 구색 맞추기 운영에 그쳤던 프리·포스트 투어가 행사 개최효과 극대화에 없어선 안 될 필수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전까지 특별히 주목받지 못한 프리·포스트 투어 시장이 행사 만족도는 물론 개최 성과를 높여줘 포화상태에 다다른 마이스의 ‘퍼플오션’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비즈니스 여행 협회(GBTA)는 지난해 발간한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블레저 여행이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일상생활의 한 패턴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블레저 여행의 증가는 익숙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낯선 휴가지에서 업무를 보는 ‘워케이션’(Workation) 열풍도 한몫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 근무와 화상회의가 보편화되면서 일과 여가의 양립을 금기시하던 기업 등 조직 내 인식과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기업부터 중소·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워케이션, 블레저가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스템 월드 미팅과 같은 기업 이벤트,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와 연계한 블레저는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에서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미국 의료보험회사 아이엠지(IMG)가 최근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행 전망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8%는 행사 참가 목적의 출장과 함께 블레저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공식적인 출장과 연계해 가족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는 응답도 40%에 육박했다.

호주 여행업계가 실시한 조사에선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호주 국민의 해외 출장여행 기간이 전 세계 평균인 3.5박보다 2배 가까이 긴 6박으로 나타났다. 현지 매체와 업계 전문가들은 출장여행 기간 증가를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블레저 여행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호주 마이스 전문매체 마이스넷은 “블레저 여행의 상당수는 컨벤션 등 행사와 연계한 개인 또는 가족여행”이라고 보도했다.



체류기간 길고 활동반경 넓어 ‘블레저 경제효과’ 

블레저가 마이스의 새로운 퍼플오션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행사 참가자의 체류기간을 늘리고 활동반경을 넓혀 행사 유치와 개최 못지않은 경제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 잼버리대회는 파행 운영으로 빛이 바랬지만, 개막 2~3주 전부터 각국 참가단이 사전에 입국해 서울과 인천, 보령, 경주, 순천 등 전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적잖은 경제효과를 안겼다.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블레저는 주 수요층이 20대 중반에서 30대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마이스 행사와 연계한 블레저 수요는 가족 동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일반 여행에 비해 크다는 평가다. 힐튼 호텔앤리조트가 최근 전 세계 25~30세 비즈니스 여행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짧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출장기간을 연장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국내에서도 서울과 부산 등 1세대 마이스 도시를 비롯해 고양, 수원, 경주 등 도시들이 마이스 블레저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B2B 산업 전시회와 연계한 블레저 여행 수요 확대에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5개년 마이스 중기 발전계획에 블레저 시장 확대를 목표로 제시한 서울은 올 상반기 중 구체적인 전략과 방안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부산은 아예 ‘블레저 시티’를 전면에 내걸고 부산역과 영도구에서 운영 중인 워케이션 센터와 연계한 블레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고양은 블레저 수요 확보를 위해 14가지 팀빌딩 프로그램, 수원은 지역 호텔과 여행상품을 모아놓은 전용 온라인 플랫폼, 경주는 문화유산을 활용한 역사문화기행 블레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섬 휴양지인 제주를 비롯해 인천, 여수 등도 섬, 바다를 테마로 한 블레저 수요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레저 여행을 마이스 시장의 새 먹거리로 삼는 퍼플오션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다양한 지역 여행상품을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퍼플오션 전략 중 하나인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처럼 블레저 콘텐츠의 종류와 범위를 넓히는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효연 전남대 문화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행사와 연계한 블레저 여행의 패턴이 개별 자유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컨벤션센터 같은 전문시설이 없는 중소 도시에서도 충분히 공략해 볼 만한 분야”라며 “그러기 위해선 무료 관광 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비용 지원에서 벗어나 일부러라도 시간과 돈을 들여 찾아올 만큼 매력적인 블레저 여행 코스와 상품부터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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