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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은 한계”…반려동물 시장 넘보는 제약사

[‘개르신’ 모셔라]②
사업 다각화 노리는 제약사, 반려동물에 ‘눈길’
시장 지위 다지긴 한계…1위 제치기 어려워

반려견이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의 수가 빠르게 늘면서 반려동물 관련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 기업도 마찬가지다. 제약 기업은 수십 년 동안 의약품을 생산한 경험을 살려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사람에게 투여하는 대다수의 성분은 반려동물에도 급여할 수 있어서다. 특히 국내 제약 기업은 ‘캐시카우’ 역할을 한 복제약(제네릭)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반려동물용 의약품으로 신사업 구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제약 기업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의약품을 다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 기업이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기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시장은 사람을 대상으로 의약품 시장보다 규모가 작다. 사업을 다양하게 구축할 순 있지만, 의미 있는 매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해외 기업의 무대라는 점도 장애물이다. 국내 기업이 사실상 ‘제2의 제네릭’으로 반려동물 시장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약품 시장 포화…동물로 눈 돌린 기업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러 기업이 반려동물용 영양제와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주로 제네릭을 생산해온 전통 제약 기업들이다. 유유제약은 비타민 제품인 ‘유판씨’를 반려동물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특허청에 개와 고양이를 위한 비타민 제품 ‘멍판씨’와 ‘냥판씨’의 상표 등록을 각각 마쳤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인 ‘비오비타’를 반려동물용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관절 건강을 향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관절과 연골, 뼈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보스웰리아 제품도 반려동물용으로 출시했다.

종근당바이오는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에서 쌓은 역량을 반려동물용 유산균 제품 ‘라비벳’을 생산하는 데 쏟고 있다. 종근당바이오는 건강기능식품인 ‘락토핏’의 원료를 생산하고 있어, 이런 생산 경험을 반려동물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동국제약은 반려동물용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을 판매하고 있다. 캐니돌은 치은염 등에 효과가 있는 동물용 의약품이다. 잇몸뼈가 잘 형성되게 돕는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과 항균·항염 효과가 있는 후박추출물이 주요 성분이다. 두 성분은 이 회사의 잇몸약인 인사돌플러스에도 포함돼 있다.

반려동물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도 있다. 대웅제약에서 반려동물 사업을 담당하는 기업 대웅펫은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 계열의 성분인 이나보글리플로진으로 반려동물용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대웅제약의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의 성분이다. 대웅제약은 종합비타민 제품인 임팩타민을 활용한 반려동물용 영양제 ‘임펙타민 펫’도 출시했다. 유한양행이 국내에 판매 중인 반려동물용 치매 치료제 ‘제다큐어’는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인 지앤티파마가 개발했다.

이들 기업이 잇따라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의 25.7%를 차지한다. 반려동물은 개와 고양이는 물론 금붕어와 거북이 등도 포함됐다. 이들이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도 상당하다. 반려가구는 한 달 평균 15만원을 반려동물의 양육비용으로 지출하고, 치료비용으로는 최근 2년 동안 79만원가량을 쏟았다. 반려동물을 기르며 건강 관리에 가장 많은 관심을 쏟고 있어서다. 반려가구의 절반 이상은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 가장 관심이 높다고 답했다.

반려동물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제약 기업이 시장에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물용 의약품, 특히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나 의약품 시장은 특정 제품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서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의사를 표시하기 어려워, 가장 좋다고 알려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다. 성분이 같은 영양제, 의약품이더라도, 시장에서 많이 사용된, 검증된 제품만 찾는 소비자가 대다수라는 뜻이다. 반려동물 영양제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 이를 중단한 한 기업 관계자도 “반려동물에게 가장 좋은 제품을 주고 싶은 마음이 반려동물 시장에 진입할 때의 가장 큰 장벽”이라며 “이런 제품은 동물병원에만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기업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지위를 차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반려동물 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도 이를 접고 있다. 광동제약은 반려동물용 브랜드 ‘견(犬)옥고’를 출시했지만, 현재 사업을 중단했다. 견옥고는 숙지황과 복령, 홍삼, 아카시아벌꿀 등을 넣은 반려동물용 자양강장제 제품이다. 반려동물 시장에 진입했지만, 해외 기업의 영양제와 의약품이 강세인 데다 시장에서도 제대로 된 실적을 올리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보령도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통해 반려동물 브랜드 ‘쥬뗌펫’을 출시했지만,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반려동물 의약품을 개발 중인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동물용 의약품은 현재 가격대가 높아 제네릭 등으로 조정이 필요한 분야”라며 “국내 제약 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면 시장 자체가 커지고, 영양제나 의약품의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시장 진입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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