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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손길 내민 민희진, 묵묵부답 하이브…‘불편한 동거’ 장기화

‘경업 금지’ 조항 두고 하이브·민희진 갈등 지속
민희진 해임 가능성도 여전…대표이사 입지 위태
“하이브, 갈등 이어질 경우 중간 합의점 찾을 수도”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긴급기자회견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일간스포츠 김민규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민 대표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하이브에 ‘대의를 위한 타협’을 요구했다. 걸그룹 뉴진스와 함께 목표로 삼았던 비전을 이루고 싶다고도 했다. 

민 대표는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 결과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서 민 대표는 “지긋지긋하게 싸웠으니 대인배처럼 끝내고 모두를 위한 다른 챕터로 넘어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하이브를 향한 화해 의사를 밝혔다.

화해를 위해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민 대표가 “협상은 상대(하이브)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독소조항 ‘경업금지’만 없으면 제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하겠다”고 강조하면서다.

경업금지는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 및 취업하지 않는 의무’를 뜻한다. 우리나라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되고 있지만, 기존 회사의 영업권을 보호하는 취지로 경업금지 조항은 법적으로 인정된다.

이를 둘러싼 양측의 문제는 지난 202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이브는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들과 ‘어도어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민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 18% 중 13%는 향후 하이브에 ‘지정가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가진다. 이는 올해 말부터 행사 가능하다. 

문제는 나머지 5%다. 계약에 따르면 민 대표가 하이브의 동의 없이 하이브 혹은 외부에 해당 지분을 매각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주식을 단 1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경업금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를 두고 민 대표는 지난 4월 25일 열린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제가 팔지 못하게 꽁꽁 묶어둔 5%, 그게 노예 계약처럼 걸려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 하이브는 지난 4월 26일 공식 입장을 내고 “경업금지는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뒤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함으로써 부당한 경쟁상황을 막기 위해 매수자 측이 요구하는 조항”이라며 “영원히 묶어놨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민 대표는 올해 11월부터 주식을 매각할 수 있으며 주식을 매각한다면 당사와 근속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11월부터 경업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 대표가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하는 계약서상의 매각 관련 조항의 경우 두 조항의 우선 여부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었고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하여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한다’는 답변을 지난해 12월에 이미 보냈다”며 이견을 보였다.

해당 갈등이 우여곡절 끝에 해결된다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대표직을 유지한 민 대표의 해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1일 오전에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민 대표의 측근으로 통하는 어도어 사내이사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는 해임됐다. 민 대표만 유임됐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가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서다. 

하이브와 민 대표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하이브는 회사 설립 후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어도어 설립일은 2021년 11월 2일이다. 즉, 민 대표는 2026년 11월까지 어도어 대표직을 지킬 수 있다.

민 대표 측은 해당 내용을 토대로 하이브가 해임에 찬성하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 민 대표의 해임·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또 민 대표가 하이브의 지배로부터 어도어 독립을 모색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구체적인 배임 행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결국 민 대표를 제외한 어도어 새 사내이사로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하이브 C레벨(조직 내 의사결정권자) 임원이다. 고립무원에 처한 민 대표는 1대 3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다. 추후 이사회 의결을 요구하는 어도어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해 민 대표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평가가 여기서 나온다.

민 대표 측 변호인은 “하이브 측 이사들이 대거 선임된 상황이기에 곧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다”며 “그때 민 대표에 대한 해임 건을 올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 가처분 결정 취지가 대표이사 해임 사유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존중한다면 하이브 측 이사들이 관련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겠지만, 법적으로는 강제할 수 없어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이브가 어도어 이사회를 통해 해임을 강행하며 본안 소송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 건에 대해 민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민 대표에게 해임 사유 또는 사임 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까닭이다.

민 대표가 적극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반면, 하이브 측은 3일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앞서 진행된 민 대표의 1차 기자회견 당시 즉각 입장을 내며 반박한 것과는 사뭇 다른 대처다.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 역시 아직 취하하지 않았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 측 고발인을 지난주 불러 조사하고 현재 사건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며 “민 대표도 불러 조사하면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 대표 측 조사 일정은 구체적으로 조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불편한 동거’를 두고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민 대표가 화해를 청하며 양측 모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며 “다만, 민 대표를 향한 하이브의 해임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이 과정이 법적으로 오래 걸릴 것으로 판단되면, 하이브도 중간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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