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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희귀의약품 개발…임상서 고려할 점은[스페셜리스트 뷰]

희귀질환만 10만여개…90%는 치료법 없어
최근 희귀의약품 관심도 증가…임상 방식별 장단점은

전 세계 희귀질환 환자의 수는 4억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희귀질환은 숫자에 의해 규정되는 편이다. 미국의 경우 해당 질환에 걸린 환자의 수가 20만명 이하, 한국의 경우 2만명 이하면 희귀질환으로 규정된다. 희귀질환의 문제는 희소성 때문에 질환을 인지하거나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부족해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또 치료 방법도 부족하고 모든 환자들이 공평하게 치료를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4억명이 희귀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다. 약 10만개 이상의 희귀질환이 존재하고 이중 90%는 치료 방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질환의 과학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또 환자 숫자도 적어 치료제를 개발한다 해도 상업적으로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 그동안 치료제 개발 노력이 미미했던 이유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많은 희귀질환들의 원인이 점차 규명되는 분위기다. 이에 질환 극복을 위한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이런 희귀질환 약의 가치는 크게 뛰는 편이라 관련 약품 개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희귀의약품 관련 통계를 보면 1983~1992년 사이 531개의 약품 지정과 80개의 약품 승인이 진행됐다. 2013~2022년에는 3633개의 약품 지정과 470개의 약품 승인이 진행됐다. 희귀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개발 물질의 작용 기전, 질환의 병인, 그리고 개발 물질이 목표하는 질환에 이 약이 효과를 보인다는 과학적 증거가 필요하다. 다만 희귀의약품의 지정단계에서는 반드시 확증적 임상시험을 해야 한다거나 임상시험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임상 데이터로도 희귀약품 지정을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 매우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자연사·비임상 연구 선행돼야

[사진 연합뉴스]
임상시험 연구원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희귀의약품이 승인을 받는 단계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의학적 증거가 필요하지만 일반적인 의약품의 승인과정에 필요한 확증적 임상시험 즉, 3상 임상시험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희귀의약품 승인에 필요한 임상시험의 설계와 디자인은 어렵지 않다. 다만 기존에 존재하는 표준 요법에 비해 더 좋은 치료제라는 것을 적은 데이터 안에서 증명해야 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희귀의약품 개발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단순히 임상시험 과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약개발의 과정은 발견 단계(Discovery)와 개발 단계(Development)로 나뉜다. 이때 발견 단계에서부터 고려해 할 사항들이 많다. 제넨테크사의 항암제 ‘로즐리트렉’(Rozlytrek:엔트렉티닙)을 예로 들어 희귀의약품 임상 개발 시 고려해야 할 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봤다. 

본격적인 임상 개발 및 임상시험에 앞서 선행할 수 있는 연구는 ‘질병의 자연 경과를 위한 연구’다. 질병의 병인과 질병의 자연 경과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치료의 표적과 진단 방법, 그리고 치료제 개발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연구는 해당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가장 초기 단계에 이뤄져야 한다. 로즐리트렉의 경우 개발 초기 밀라노대(University of Milan)와 암 치료법의 발견 및 개발에 주력하는 임상 단계 회사인 네르비아노 메디컬 사이언스(Nerviano Medical Sciences S.r.l.)사의 협력으로 병인과 질환의 자연사 연구가 이뤄졌고 이는 약 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번째는 ‘비임상 연구의 뒷받침’이다. 비임상 연구에서는 작용기전에 대한 연구, 임상 개발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응증에 관한 유효성 연구, 임상에서 사용할 치료 용량을 뒷받침할 연구, 독성 시험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연구는 비단 희귀질환 임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다만 희귀질환의 경우 임상개발에 참여하는 환자 수 자체가 적어 임상시험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보다 철저한 비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 메릴랜드주 화이트 오크에 있는 식품의약국(FDA) 본부 밖 간판.[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자연 경과 연구와 비임상 연구가 진행된 후에는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한다. 임상 개발 및 임상시험에서 고려할 점은 먼저 이전에 같은 질환에서 약물 개발이 있었는 지 여부다. 있었다면 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부분을 감안해 임상시험 성공의 확률을 높여야 한다. 

또한 임상시험의 임상적 이득과 리스크에 대한 가정을 확실히 하고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임상시험 디자인 ▲유효성 가정 ▲유효성 변수 ▲바이오마커(biomarker·단백질이나 DNA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로 선택된 집단에 대한 정의 ▲환자 제외 선정 기준 ▲대조군에 대한 설정 ▲바이어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 ▲통계분석 계획 및 분석 방법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밖에도 ▲동물 실험으로부터 예측되는 안전성에 대한 설명과 ▲임상시험 중단 규칙에 대한 명백한 설명이 필요하고 ▲독립적 모니터링 위원회의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환자를 중심으로 한 환자 선정 기준도 정해야 한다. 또 ▲창의적인 유효성 변수, 즉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보고하는 임상적 결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임상 방식별 장·단점은

임상시험 디자인 방식을 선택할 때에도 고려할 점이 많다. 특히 대조군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희귀질환의 경우 대조군을 포함한 무작위 임상시험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다. 만약 대조군을 설정한 임상시험이 매우 어렵다고 예측되는 경우 임상시험의 외부 대조군, 즉 과거 환자들의 데이터에서 추출해 대조하는 환자군을 정할 수 있다. 이 때 대조군 환자를 정하는 방식은 무작위가 아니므로 바이어스(측정값의 평균값과 참값과의 편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임상시험 디자인에 대한 고려다. 희귀질환 임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지 여러 선택지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을 이용해 임상시험 중간에 분석을 진행한 후 다음 단계로 진행을 결정하는 방식이 있다. 이 때는 임상 시험의 지속 또는 중단, 환자 수에 대한 새로운 결정, 다른 디자인으로의 이행 등을 결정하게 된다. 

또한 N-of-1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다. N-of-1 디자인은 한 임상시험에 한 명의 환자를 넣어 여러 가지 치료를 단계마다 사용하면서 질병의 중증도 및 증상의 빈도 등을 연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반대의 개념에는 통상적인 임상시험 모델인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s)가 있다. RCT는 임상시험에 다수 피험자를 적용해 효과를 검증한다.

반면 N-of-1은 단일 피험자를 대상으로 N개의 중재를 적용해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는 연구 디자인이다. 질병의 경과를 관찰할 수 있고 각 치료의 효과를 환자별로 볼 수 있으며 환자 안에서 내부적인 대조가 이뤄지기 때문에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에서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일반화하기에 어려움이 있고 매우 노동 집약적이며 통계적으로 분석하기에 매우 복잡하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또한 치료제를 교차하는 임상 연구 방식은 모든 환자에게 치료의 기회를 줌으로써 윤리적 우려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마스터 프로토콜을 이용한 바구니형 및 우산형 임상시험도 이용할 수 있다. 이 때 개발되는 약이 여러 가지 희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경우 바구니형 임상시험이 더 유용하다고 볼 수 있다. 

무작위 지연 시작 설계 연구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다. 이 방법은 무작위로 배정된 환자 중 한 집단은 치료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프로토콜이 명시하는 임상적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프로토콜 치료를 시작해 전체적인 임상 경과를 보는 방식이다. 이 경우 프로토콜 치료 시작 전까지는 치료하지 않는 기간이 있어 대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더 많은 희귀의약품 개발 필요

이 밖에도 희귀의약품 개발의 임상시험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데이터가 생성되기 시작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희귀의약품 지정 때 활용하는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 ODD) ▲혁신신약(Breakthrough Therapy; BTD) ▲패스트 트랙(Fast Track)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의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바이오마커의 개발은 임상시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환자 집단을 규정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있다면 약 개발과 동시에 동반 진단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 또 연령대가 어린 소아 집단에 대한 임상 계획도 필요하다. 

최근 10여년 간 희귀질환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이에 병인에 대한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많은 희귀질환 신약들이 인허가를 받고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또한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면서 치료약 개발의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1만여 개의 희귀질환 중 90% 이상의 질환에서 여전히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연구자와 회사들이 희귀의약품 개발에 참여하게 되길 희망한다.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는 30년 이상의 종양학 임상 연구 경험으로 산업계와 학계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임상종양학자다. 문 대표는 여러 제약회사에서 고위 리더십 직책을 맡았으며, 혁신적인 전임상 및 임상 연구 부서를 운영해왔다. 특히 문 대표는 고형암 및 혈액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및 글로벌 기업의 임상 개발 전략을 지원하며, 일본, 중국, 한국,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시장으로의 확장을 돕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 성장하는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생태계의 한계점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021년 8월 메디라마를 설립해 대표이사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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