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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돈이고 경쟁력이다 [EDITOR’S LETTER]

“데이터가 곧 비즈니스고 데이터가 곧 경쟁력인 시대다”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몇 주전이다. 모 IT 기업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사고 싶다”는 제안이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텍스트 모델의 학습용 데이터로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활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이라고 밝힌 그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인터넷에 널리고 널린 게 텍스트인데, 굳이 돈을 주고 기사를 사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기사는 오탈자·비속어 등이 없는 정제된 텍스트라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사는 이미지가 적어서 텍스트의 양이 풍부하고, 시간에 따라서 사실 관계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그 연구원은 “인터넷에 있는 텍스트를 데이터로 사용하면 나중에 저작권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학습용 데이터는 돈을 주고 구입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ICT업계는 AI가 데이터를 잘못 학습할 때 ‘할루시네이션’(환각이나 환영이라는 뜻)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분석한다. AI의 정확한 답변을 위해선 데이터의 질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기사 콘텐츠는 그런 면에서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질 좋은 데이터다. 양질의 데이터는 돈이 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참고로 IT 기업이 제시한 기사 구입 비용은 기사 텍스트 파일 크기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소프트웨어 업체 등에서 16년 동안 개발자로 근무했던 박용희 씨는 2015년 처음으로 전기차를 구입했다. 직접 출고장에 가서 차를 인수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문제가 생겼다. 히터를 작동하니 예상보다 배터리가 빨리 떨어졌고 미리 준비했던 충전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다. 충전소를 찾아 이리저리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구글 지도에 환경부 데이터에 없는 전기차 충전기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표시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충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전기차 동호회 회원들이 그에게 지도 공유를 요청했다. 전국의 충전소 데이터가 모이기 시작했다. 2016년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이브이 인프라(EV Infra)라는 전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보 앱이다. 급속충전소인지 완속충전소인지부터 충전 요금 등 전기차 오너들이 가장 필요한 정보들이 빼곡하게 쌓였다. 2017년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소프트베리라는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창업했다. 

소프트베리는 현대자동차그룹·GS칼텍스·SK렌터카 등의 대기업이 투자했다는 소식으로 유명해졌다. 전기차 오너들이 직접 만든 전국의 전기차 충전 지도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열린 애플의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애플 지능’(Apple Intelligence)를 발표했다. 초개인화 AI가 주인공이다. 개인 메일을 AI가 검토해 스케줄을 정리하고, 가족이 언제 공항에 도착하는지 등 개인 맞춤형 AI가 소개됐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소비자들의 데이터였다.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여기는 개인정보 문제는 고객 데이터만 처리하는 데이터센터 ‘프라이비트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로 해결했다. 초개인화된 AI를 사용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공개한다면 아이폰부터 맥북까지 사용자들을 애플 생태계에 가두는 성벽은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데이터는 ‘제2의 석유’라고 불릴 정도로 몸값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질 좋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데이터가 곧 비즈니스고, 데이터가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애플의 WWDC 소식을 보면서 데이터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최영진 이코노미스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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