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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버텨온 종부세, 수술대 올라…여·야·정 본격 논의 시작

[종부세 폐지 분수령]①
대통령실·여당 "사실상 폐지"에 무게
더불어민주당, 폐지엔 선긋기…개별 의원 생각은 달라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문.[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20년간 유지됐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국회에서도 종부세 개편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초고가 주택보유자는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제도가 완화 혹은 폐지의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지난달 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합부동산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종부세가) 기본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하지만,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종부세는 지방 정부의 재원 목적으로 활용되는데 사실 재산세가 해당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재산세로 통합 관리하는 것이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종부세 제도를 폐지하고 필요시 재산세에 일부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종부세 개편 논의를 대통령실에서 본격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만큼 이 제도에 대한 논란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집값을 잡겠다”며 도입한 제도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변경됐고 13번의 개정이 이뤄졌는데,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전면적인 폐지 혹은 사실상 폐지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개편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여당은 폐지 쪽에 힘을 싣는 분위기이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표면적으로 제도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당내에서도 개편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어 당내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생각하는 개편 방안은 종부세의 전면 폐지가 아닌 ‘사실상 폐지’다. 초고가 1주택 보유자와 보유 주택을 모두 합한 금액이 매우 큰 다주택자에게만 종부세를 매기자는 것이다. 무조건 없앨 경우 세수에 구멍이 생길 수 있고, 저렴한 주택을 몇 채 가진 사람을 다주택자라고 적대시할 경우 오히려 전월세 공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부자 감세니 이런 비판도 많이 있지만 세금이 과도하게 들어가게 되면 시장을 왜곡시킨다”며 정부의 큰 세 가지의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과도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을 꼽았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대통령실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종부세 전면 폐지보다는 다주택자 중과세 부담을 낮추는 수준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워크숍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종부세의) 근본적 폐지는 재산세와 통합 문제로 가야 하므로 좀 더 연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경우 종부세 개편 논의에 대해 부자 감세와 심각한 재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임광현 의원은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세입 기반을 무너뜨릴 감세론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의 입장과는 별개로 의원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은 최고위원은 “20년을 버텨온 종부세를 이제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총체적인 재설계를 해야 한다”고 밝히며 종부세 전면 폐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종부세가 아닌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거주 1주택에는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조세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종부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완전히 폐지하기보다 부과 대상을 제한해 형평성을 맞추면서도 세수 결핍 우려를 더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종부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12억 주택 한 채를 보유하거나 총액과 관계없이 다주택자에게 무조건 세금을 물리는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 채에 수십억원이 넘는 초고가 호화 주택 등에는 어느 정도 세금부과가 필요하고 해당 법안을 무조건 없앨 경우 재원 부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협의를 통해 종부세 부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하락·세제 개편에 중과 세액 95% 감소
한편 지난해 기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 중 더 무거운 세율이 적용되는 '중과' 대상은 1년 만에 9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 중 중과 대상은 2597명으로 전년도(48만3454명)에 비해 48만명 넘게 감소했다. 중과 대상이 되면 과세표준 12억원 초과 구간에서 일반세율(1.3∼2.7%)보다 높은 2.0∼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중과 대상자가 줄면서 중과세액도 1조8907억원에서 920억원으로 95.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하락과 중과세율 인하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22년 귀속분까지 3주택 이상은 모두 중과 대상이었다. 2주택자 가운데서도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보유한 경우 중과 세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중과 대상에서 빠지면서 중과 대상자가 줄어든 것이다. 과세표준 12억원까지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도 일반 세율을 적용한 것도 대상자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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