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물가에 내놓인 중소사들…보험업계 M&A 향방은?
[희비 엇갈린 중소보험사 M&A] ②
롯데손보·MG손보, 올해 모두 매각 불발…새 인수자 모색
높은 매각가와 자본건전성 문제로 보험사 M&A 시장 위축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올해 상반기 뜨겁던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다시 냉랭해진 모양새다. 몸값 고평가 논란부터 자본건전성 문제까지 보험사마다 다양한 이유로 M&A가 연이어 불발됐기 때문이다. 당분간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은 다른 원매자를 찾거나 체질 개선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리가 외면한 롯데손보…신한·하나가 노리나
투자은행(IB)업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사모펀드(PE)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방식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언제든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가격 등 조건을 합의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6월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를 인수했다. 이후 비용 효울화와 상품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을 통해 롯데손보 가치를 올리는 데 힘썼다. 지난해 9월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지난 6월 본입찰까지 나아갔으나 무산됐다.
원래 롯데손보는 보험사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 가운데 가장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보험 계열사가 전무한 우리금융그룹이 예비입찰에 뛰어들면서 매각 가능성이 매우 크게 점쳐졌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JKL파트너스는 2조~3조원의 매각가를 생각했으나 우리금융은 롯데손보의 가치를 1조원대 수준으로 바라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보험사 인수에 ‘오버페이’(과다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실제 지난 7월 3일 우리금융은 공시를 통해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하며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손보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어떤 인수 후보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손해보험사를 갖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시장 장악력이 약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주요한 인수사로 거론된다. 지주사 전환을 노리는 교보생명도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문제는 보험업계에선 우리금융이 인수를 포기한 이유처럼 JKL파트너스가 희망하는 가격이 너무 높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신한금융·하나금융·교보생명 모두 롯데손보 인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상생금융과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주주환원을 강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 입장에선 M&A에 조 단위의 금액을 쓰긴 어려운 상황이다.
‘몸값 싸도 건전성이 발목 잡네’
매각을 타진해 온 다른 보험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MG손해보험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3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MG손보의 1, 2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 7월 3차 입찰에선 예비입찰 당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국내 PE인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PE JC플라워가 모두 발을 빼면서 또 유찰됐다.
MG손보의 대주주는 지분 95.5%를 보유한 국내 PE JC파트너스다. 하지만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가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예보가 금융위의 위탁을 받아 공개 매각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으로 롯데손보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 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1조원가량이 필요한 상황이라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올해 1분기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한참 떨어지는 52.12%로 업계 최하위다.
다만 지난 8일 MG손해보험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재입찰을 마감한 결과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두 곳도 인수 의향을 다시 내비쳤다.
KDB생명도 새 주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이후 KDB생명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시도했으나 자본건전성 수준이 낮아 포기했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킥스는 56.65%로 역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에 KDB생명은 아예 산업은행의 자회사 편입을 고려하고 있다. 대주주 격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가 내년 2월 청산을 앞둔 데다 매각이 연이어 불발됐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과 관련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삼일PW의 컨설팅 최종 보고서는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외국계 보험사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AXA손해보험도 계속해서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는 인수 희망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디프생명은 올해 초 BNK금융이 인수를 시도했으나, BNK금융이 자본시장법 위반 문제로 2026년 10월까지 신사업 진출이 막혀 있어 수포로 돌아갔다. AXA손보의 경우 2020년 매각이 공식 진행됐지만 가격 문제로 결국 결렬된 전적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이 이슈가 해소돼야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몸값 고평가’ 논란도 해결될 것”이라며 “금융지주들 입장에선 장기적으로는 인수를 통한 보험 부문 몸집 키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반기가 지나고 내년이 되면 다시 보험 M&A 시장이 활기를 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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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면한 롯데손보…신한·하나가 노리나
투자은행(IB)업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사모펀드(PE)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방식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언제든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가격 등 조건을 합의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6월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를 인수했다. 이후 비용 효울화와 상품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을 통해 롯데손보 가치를 올리는 데 힘썼다. 지난해 9월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지난 6월 본입찰까지 나아갔으나 무산됐다.
원래 롯데손보는 보험사 M&A 시장에 나온 매물들 가운데 가장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보험 계열사가 전무한 우리금융그룹이 예비입찰에 뛰어들면서 매각 가능성이 매우 크게 점쳐졌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JKL파트너스는 2조~3조원의 매각가를 생각했으나 우리금융은 롯데손보의 가치를 1조원대 수준으로 바라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보험사 인수에 ‘오버페이’(과다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실제 지난 7월 3일 우리금융은 공시를 통해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하며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손보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어떤 인수 후보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손해보험사를 갖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시장 장악력이 약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주요한 인수사로 거론된다. 지주사 전환을 노리는 교보생명도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문제는 보험업계에선 우리금융이 인수를 포기한 이유처럼 JKL파트너스가 희망하는 가격이 너무 높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신한금융·하나금융·교보생명 모두 롯데손보 인수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가 상생금융과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주주환원을 강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 입장에선 M&A에 조 단위의 금액을 쓰긴 어려운 상황이다.
‘몸값 싸도 건전성이 발목 잡네’
매각을 타진해 온 다른 보험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MG손해보험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3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MG손보의 1, 2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 7월 3차 입찰에선 예비입찰 당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국내 PE인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PE JC플라워가 모두 발을 빼면서 또 유찰됐다.
MG손보의 대주주는 지분 95.5%를 보유한 국내 PE JC파트너스다. 하지만 지난 2022년 금융위원회가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예보가 금융위의 위탁을 받아 공개 매각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으로 롯데손보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 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1조원가량이 필요한 상황이라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올해 1분기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한참 떨어지는 52.12%로 업계 최하위다.
다만 지난 8일 MG손해보험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재입찰을 마감한 결과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 두 곳도 인수 의향을 다시 내비쳤다.
KDB생명도 새 주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이후 KDB생명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를 시도했으나 자본건전성 수준이 낮아 포기했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킥스는 56.65%로 역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이에 KDB생명은 아예 산업은행의 자회사 편입을 고려하고 있다. 대주주 격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가 내년 2월 청산을 앞둔 데다 매각이 연이어 불발됐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자회사 편입과 관련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삼일PW의 컨설팅 최종 보고서는 이달 중순께 나올 예정이다.
외국계 보험사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AXA손해보험도 계속해서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는 인수 희망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디프생명은 올해 초 BNK금융이 인수를 시도했으나, BNK금융이 자본시장법 위반 문제로 2026년 10월까지 신사업 진출이 막혀 있어 수포로 돌아갔다. AXA손보의 경우 2020년 매각이 공식 진행됐지만 가격 문제로 결국 결렬된 전적이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이 이슈가 해소돼야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몸값 고평가’ 논란도 해결될 것”이라며 “금융지주들 입장에선 장기적으로는 인수를 통한 보험 부문 몸집 키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반기가 지나고 내년이 되면 다시 보험 M&A 시장이 활기를 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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