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해[순화동필]
"소재 다양성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 또한 기울여야 할 시점"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이제는 지식재산권(IP)라는 단어를 모르면 콘텐츠 기획이 불가능할 정도로 콘텐츠 IP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지 오래다. 대부분의 콘텐츠 플랫폼들이 오리지널 IP를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IP를 활용해 콘텐츠 프랜차이즈를 전략적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이들은 콘텐츠 IP 이용자 팬덤을 확보하고 콘텐츠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이용자들을 단시간에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의 형식인 ‘영상화’에 가장 적합하면서도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대중적인 형태의 오리지널 콘텐츠 형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연코 웹툰이다.
어느 콘텐츠 분야든 1인 창작자가 주목받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만화는 종합예술이고, 스토리와 작화, 세계관 등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상이 총체돼 있는 예술작품이면서 동시에 IP 확장이 활발한 콘텐츠 산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웹툰은 미디어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이전까지 만화라고 하는 도제식의 등단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대중들에게 평가받고, 웹상에서 연재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웹툰 통해 더 많은 기회 부여 받은 창작자들
헨리 젠킨스가 ‘스프레더블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했던 것처럼, 현재의 미디어는 창작자와 문화,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화 된 이용자와 생산자는 참여문화를 생산해냈고, 이 덕분에 미디어 생태계 안 다양한 집단의 새로운 개입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웹툰은 1인 창작자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시스템을 통해 분업화돼 공동창작이 되기도 하고, 영상화의 원천 콘텐츠로서 작동해 다양한 장르와 미디어를 넘나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웹툰은 새로운 플랫폼 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변화를 위한 공간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영상화의 가능성은 글로벌 OTT를 통해 웹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웹툰을 영상화했을 때의 가장 큰 이점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장르성’과 주 이용자층의 프랜차이즈적 콘텐츠 소비 방식이다. 다시 말해, 웹툰을 소비한 팬덤(혹은 이용자)이 동일한 소재를 영상화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재소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국내 드라마와 영화의 장르적 한계를 웹툰은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고, 문화기술 또한 이러한 원작의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영상화하는데 무리가 없을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로 인해 웹툰의 영상화는 콘텐츠의 고질적인 ‘소재 고갈’의 문제를 벗어나 기존의 ‘팬덤과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문제는 이러한 웹툰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이다. 국내 웹툰산업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빠르게 증가했고, 웹소설의 웹툰화와 영상화 등 다양한 IP 프랜차이즈 전략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포함한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시간 점유율’을 어떻게 더 상승시킬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뿐 만 아니라, 소재의 다양성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 또한 기울여야할 시점이 도래했다.
웹툰이 점차 스튜디오를 통해 공동 기획되고 제작되기 시작하면서, 웹툰 또한 거대 자본을 투여한 작품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독립 창작자와 1인 웹툰작가에 대한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웹툰작품의 다양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미래의 웹툰산업 성장에 적신호가 될 수 있다.
다양성 확보에 대한 노력 필요
국내 웹툰산업의 성장은 무엇보다, 글로벌 OTT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스토리가 탄탄하고 장르성이 보장되면서도 보편적으로 대중화될 수 있는, 영상화에 적합한 원천 콘텐츠인 웹툰이라고 하는 형식을 가장 먼저 안착시킨 한국의 웹툰작가들의 다양한 실험, 이야기에 대한 욕망, 변화와 동시에 변용에 유연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웹툰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어떤 다른 나라에서도 보유하지 못한 웹툰 만의 이야기, 그리고 연재분량의 축적이 굉장하다. 이제는 이러한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확장시켜 웹툰산업의 성장을 견인 시킬 것인가가 중요해 졌다. 다시 말해 밖으로는 IP 확장을 위한 다양성을 고려하며 기존의 웹툰을 다양한 미디어로 전환시키면서 생성된 팬덤과 이용자들을 다시 웹툰산업으로 회귀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 작가, 즉 창작자의 중요성이다. 웹툰작가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창작 문화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지원이 정부적인 차원에서 많이 이뤄져야한다. 웹툰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 가장 중요한 행위자는 창작자와 그들의 작품이다. 이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를 산업과 플랫폼과 매개할 수 있는 다양한 에이전시들의 성장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웹툰 PD와 인력들은 늘 부족에 시달리는데 웹툰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작가들과 함께 이러한 중간 매개자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타 국가의 환경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웹툰 플랫폼들이 점차적으로 글로벌 OTT와 같은 행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각국의 만화가들을 우리의 플랫폼에서 연재를 진행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플랫폼이 오리지널 작품을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과 함께 생산해낼 수 있어야한다.
결과적으로 웹툰산업은 더 많은 확장성뿐만 아니라 웹툰 산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창작자의 다양성에 주목할 지점이라고 사료된다. 웹툰은 이제 충분히 성장한 산업으로 편입됐고, 글로벌적인 영향력 또한 구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표준 분류체계를 명확히 하고 통계화해서 다양한 연구와 부차적인 문화 또한 생산해 내야한다.
특히 이용자들을 단순히 소비자로 명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평문화로 편입시키고, 작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문화매개자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웹툰의 영상화가 다양한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영상화 이후 해외에서 영상화권을 사들여 리메이크하는 것이 아닌, 직접적으로 한국 웹툰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이해하고 이를 글로벌로 먼저 영상화하고 유통하려는 산업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이를 지원하고, 동시에 원작자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과 사례 분석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장민지 박사는_경남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영상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2015년 박사논문 ‘유동하는 세계에서 거주하는 삶 : 20~30대 여성청년 이주민들의 집의 의미와 장소화 과정’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 학회 학술상, 2016년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환상’으로 한국방송 작가협회 한국방송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콘텐츠와 이용자, 글로벌 플랫폼과 팬덤, 젠더와의 연관성을 탐구하고 덕질하는 연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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