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버추얼 휴먼 열풍, 그 이유는?[이코노Y]
실제 사람과 달리 구설수 등에서 자유로워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버추얼 휴먼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여겼으나 이제는 마니아 콘텐츠에서 점차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얻는 모습이다. 특히 주로 IT업체 및 게임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버추얼 휴먼 시장에 최근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까지 뛰어들기 시작했다.
앞서 버추얼 휴먼 제작에 열을 올렸던 곳은 게임사들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2018년 버추얼 유튜버 ‘세아’를 선보였다. 세아는 모바일게임 ‘에픽세븐’의 홍보를 위해 탄생했다.
스마일게이트의 또 다른 버추얼 휴먼으로는 ‘한유아’가 있다.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가 자체 개발한 가상현실(VR) 게임 ‘포커스온유’의 주인공으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풋풋한 이미지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유아는 인기 차음료 브랜드인 ‘옥수수수염차’와 아이웨어 브랜드 ‘파리스 센시블레’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으며, ‘I Like That’이라는 뮤직비디오를 선보이기도 했다.
크래프톤도 버추얼 휴먼 ‘위니(WINNI)’를 선보인바 있다. 위니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댄스와 스포츠를 좋아하는 21세 공대생이라는 컨셉을 지니고 있다. 이름인 ‘위니’는 승리를 뜻하는 영단어 ‘Win’에서 파생된 것으로 ‘평화의 친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넷마블도 버추얼 휴먼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넷마블은 버추얼 휴먼 걸그룹 ‘메이브’(MAVE:)를 선보였다. 메이브는 넷마블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2023년 1월 데뷔한 4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이다. 데뷔곡 '판도라(PANDORA)'는 스포티파이에서 약 4500만 스트리밍을 돌파, 공식 뮤직비디오 또한 유튜브 기준 통합 조회수 3000만 뷰를 넘어서며 버추얼 아이돌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엔 대형 엔터사들도 버추얼 휴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6월 버추얼 그룹 ‘신디에잇’을 선보였다. 신디에잇은 하이브가 인수한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술 기업 수퍼톤에서 제작한 버추얼 걸그룹이다. 신디에잇의 팀 명은 합성을 의미하는 ‘신더시스(SYNTHESIS)’에 4개의 목소리에서 탄생한 4명의 멤버라는 뜻을 담은 숫자 ‘8’을 붙여 탄생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오는 9월 버추얼 휴먼을 선보인다. 걸그룹 ‘에스파’의 조력자 캐릭터였던 나이비스가 버추얼 아이돌로 데뷔한다.
SM은 최근 SM의 첫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가 9월 공식 데뷔한다고 밝혔다. 나이비스는 본래 그룹 에스파의 세계관 속에서 멤버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로 등장했던 캐릭터다. 멤버들이 현실인 리얼 월드와 '광야'로 불리는 디지털 월드를 오갈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을 지녔다.
지난해 에스파의 세 번째 미니음반 수록곡 '웰컴 투 마이 월드'(Welcome To MY World)에 피처링으로 참여했고, 6월 단독 콘서트 당시 깜짝 출연해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제작을 맡은 SM 버추얼 IP 센터는 나이비스가 플랫폼과 콘텐츠에 따라 사람의 모습을 본뜬 3D 캐릭터에서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하는 2D 캐릭터까지 유연하게 외형을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AI 보이스 기술을 활용해 목소리를 만들고 생성형 AI로 콘텐츠를 제작한 것도 특징이다. 나이비스는 음악 활동과 더불어 게임, 브랜드 협업 상품 등으로 IP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버추얼 휴먼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버추얼 휴먼은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게임 홍보는 물론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도 가능하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해 팬들과의 실시간 소통 역시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서비스 중인 게임 속 캐릭터로 활용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버추얼 휴먼은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리스크 관리가 쉽다. 실제 사람이 일으키는 각종 구설수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산자적 관점에서 원하는 이미지로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실제 사람이었다면 머리 스타일이나 체형 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가상인간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특히 버추얼 유튜버 등 버추얼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버추얼 휴먼에 대한 거부감도 점차 감소하는 모습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휴먼은 이제 막 대중성을 확보해가고 있는 단계”라며 “여전히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게임 캐릭터에 애착을 느끼는 유저가 점차 많아지듯이 버추얼 휴먼에 대한 니즈 역시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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