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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만드는 ‘20년 임대주택’ 나오나…정부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 발표

‘법인 중과 세제 완화’ 등 세제 혜택
정부 지원 늘수록 규제도 강화
‘관련법 개정, 정책 신뢰 확보’ 필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석 민생안정대책,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정부가 민간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기업이 주택 임대시장에 참가하는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 방안을 내놨다. 규제를 대폭 완화해 사업자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를 쉽게 인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 기간 이후 분양을 통해 시세차익을 볼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중산층과 미래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법인이 한 단지에 100가구 이상 대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20년 이상 의무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임대할 수 있는 주택 형태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정부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임대료 규제 완화’, ‘세제 혜택’ 카드를 제시했다. 기업이 의무 임대 기간 이후 주택을 매각해 수익을 보전하는 게 아니라 임대 수익만으로도 사업성을 확보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1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도 있지만 임대료 상승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 규제 등에 발목을 잡혀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혜택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20년 장기임대주택 사업은 ▲자율형 ▲준자율형 ▲지원형으로 모델을 세분화했다. 정부 지원을 많이 받기 원하는 사업자는 그만큼 더 많은 규제를 받는 구조다.

‘자율형’은 지원을 적게 받는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특징이다. 임대보증 가입과 임대차계약 신고 의무만 지키면 된다. ‘준자율형’은 임대 기간 중 세입자가 계속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같은 세입자가 거주하는 동안 임대료 인상률은 5% 이내로 제한된다. 대신 주택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저리 기금 융자 지원과 지방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지원형’은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5% 이하로 제한하고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도 있다. 규제가 가장 강한 편이지만, 기금 출자·융자, 공공택지 할인 등 지원도 많이 받을 수 있다.

임대료 증액 기준을 지키는 사업자는 법인 중과세 배제 혜택을 볼 수 있다. 취득세 중과(12%), 종합부동산세 합산, 법인세 추가 과세(20%)에서 배제한다.

기업형 장기임대 사업자가 도심 민간 부지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 이를 매각하면 양도세를 10% 감면해 주고 법인 소유 토지를 매각하면 법인세를 10% 포인트 추가 과세에서 배제한다.

자금이 풍부한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보험사가 임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줄 방침이다. 또 보험사가 장기 임대주택을 보유하면 재무 건전성 평가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20%에서 25%로 완화해 적용한다. 이런 정책 지원을 통해 정부는 연간 1만가구씩 2035년까지 10만가구의 20년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0년 장기임대주택 도입으로) 이사, 전세사기 걱정 없이 원하는 기간만큼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회,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법 개정과 사업지 발굴 등 후속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참여·신뢰 확보·국회 동의 해결해야  

문제는 얼마나 많은 기업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중산층이 분양 아파트 품질 수준의 임대주택을 리츠 방식으로 공급하는 ‘뉴스테이’ 정책을 추진했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의무 임대 기간은 8년으로 했다. 하지만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 상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고가 임대료’ 논란이 제기됐다. 민간 건설사에 저리 대출 등 각종 혜택을 지원하면서 임대료까지 자율에 맡기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이름을 바꾸고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5%로 제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등 제약을 늘렸다. 사업성이 나빠지자, 사업자들은 장기 임대사업 대신 분양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정부가 20년 장기임대 주택 사업을 추진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과 규제 수준을 달리 적용하도록 한 것은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임대료는 집의 위치, 주거서비스 등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버팀목 대출, 임대료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면 충분히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해당 정책을 도입하고 임대료 규제를 풀기 위해선 ‘민간임대주택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의석수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바뀌어도 임대료‧세제 혜택이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도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을 문재인 정부에서 틀었던 사례를 고려하면 당장의 사업성만 보고 사업자들이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임대 사업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과거 임대사업자 혜택이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었던 전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지원 방안을 더 촘촘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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