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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적성에 맞는 학생 뽑을 수 있는 지원 필요”[이코노 인터뷰]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 학장
공학인재역량센터·공학교육혁신센터 임기 중 설립 계획
‘국가공학기술전략센터’ 통해 정부 산업 정책에 의견 낼 것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 학장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그는 뼛속까지 공학자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작은 아버지, 고모 등 서울대 공과대 출신의 가족을 보면서 공대생이 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1985년 서울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했다. 학사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토목환경공학 석·박사를 취득했다. 1990년대 후반 박사후연구원 자격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한 학생이 NASA에서 연구한 것은 내가 처음이었다. 그 선례를 만든 게 자랑스럽다“면서 웃었다. 그렇게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서울대 교수로 한국에 돌아왔다.  

서울대 공과대 교수로 강단에 선 지 25년이 지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보직을 맡으면서 학내에서 그의 이름은 많이 알려졌다. 서울대 공학연구소 정책부장, 서울대 법인추진단 부단장, 서울대 학생부처장과 학생처장 등의 역할을 맡았다. 학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한국기후변화학회에서 학술부회장을 맡았고, 대한토목학회 부회장도 지낸 바 있다. 그렇게 그는 학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지난 6월 공대 학장에 당선됐다. 주인공은 김영오 공대 학장이다. 이런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내 경력과 경험 그리고 지식은 ‘공적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가 서울대 공대 학장으로 당선된 이후 많은 이들이 그의 말과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아마도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생의 연쇄 이동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산업계에 인재 요람 역할을 해왔던 서울대 공대도 메디컬 계열의 인기로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는 분석이 많다. 김 학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단시일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뭐라도 시작을 해야 5년 뒤, 혹은 10년 뒤에라도 사회적인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학장은 서울대 공대의 역할이 한국 산업계에서 중요하다고 믿는다. 제조업 등 산업계에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는 주요 통로이기 때문이다. 김 학장은 “매년 산업계에서 필요한 공대생 적정 인원의 최소값이라는 게 있는데, 요즘 그 부분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국가 위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온 것 같다”면서 “이 문제는 단시일 내에 풀 수 없을 것이다. 단기적인 해법과 장기적인 정책을 잘 섞어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공대 입학 정원은 812명으로 3300명인 서울대 전체 입학 정원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800여 명의 입학생은 졸업할 때가 되면 700여 명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김 학장은 “이공계 학생의 이동이 가장 많이 줄었던 때는 정부가 이공계 대책을 강하게 내놓았던 때였다. 과학기술 수석도 생기고 이공계 국가장학금 등 이공계 우대 정책이 나오면서 공대 학생들의 이동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가 내놓은 해법 중 하나는 ‘생애주기형 대책’이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 초등학생 때부터 공학을 좋아할 수 있게 하는 대책과 홍보 등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교수는 이공계가 적성에 맞는 학생 선발을 하는 게 다음 단계다. 김 학장은 “공대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적성에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열려 있어야 한다”면서 “그 정보를 가지고 학교와 교수는 더 많이 고민하면서 공대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시간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뽑을 수 있는 시스템과 자율권을 대학에 준다면 앞으로 희망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학장은 임기 중에 몇 가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공학인재역량센터 설립과 공학교육혁신센터의 개편이 그중 하나다. 공학인재역량센터는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해 개개인에게 핵심역량을 쌓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기구다. 학생 맞춤형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공학교육혁신센터는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교육을 위한 기구다. 김 학장은 “서울대 공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술 활용이다”면서 “학과를 넘어 서울대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학생과 교수의 강의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위해 현재의 발전기금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월·융합·창의의 학문공동체'라는 비전 내세워   

김 학장은 이런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융합’의 문화를 공대에 넓히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서울대의 장점은 모든 학과가 있다는 것”이라며 “서울대 장점을 살려 학과 간의 벽을 허물고 학문을 융합할 수 있는 인재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장에 도전하기 위해 330여 명의 공대 교수를 모두 만났을 때 학문 간의 융합에 대한 기대감을 느꼈다. 김 학장은 “교수 한 분 한 분을 만나면서 과거와 다르게 학문 간 벽이 많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다양한 전공의 학생과 교수가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학생처장을 지낼 때 신입생 300명을 뽑아서 1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살게 하면서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한 거주형 대학이 생생한 사례다. 김 학장은 “그 공간을 리빙앤러닝(Living & Learning)이라고 한다. 학교도 그 성과가 좋다고 평가해서 올해 인원을 두 배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융합형 인재 이후 창의의 인재 육성이 그의 목표다. 구체적으로 학생과 교원의 창업 도전 흐름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김 학장은 “어찌 보면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돌파구가 창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창업해서 성공하는 사례를 계속 보여줘야 공대로 인재가 더 많이 유입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학장이 학장으로 취임하면서 내세운 슬로건과 비전이 각각 ‘2025, 변화의 시작'과 ‘수월·융합·창의의 학문공동체‘인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서울대 공과대 학장으로서 향후 계획이 궁금했다. “공대 학장 임기가 2년인데, 내년이 서울대 관악 캠퍼스 50주년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공대 학장으로서 중요한 것들을 선포하려고 한다. 우선 서울대 공과대의 역사를 정리해서 우리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 바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 그리고 공과대 내에 ‘국가공학기술전략센터’를 만들어서 국가 정책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의견들을 제시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AI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고, 에너지나 우주 정책 등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보려고 한다.” 
 
서울 공과대 학장실에 마련된 서울대 홍보 포토월에서 김영오 학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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