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서비스는 역시 한국 기업이”…구글 누른 네이버 ‘번역·지도’
[韓 시장 지켜낸 네이버]②
네이버 번역·지도 사용자 수, 구글 대비 3배 앞서…편의성 중심 서비스 지향
사용자가 만든 데이터, 네이버 기술 고도화 밑천…자체 개발 기능도 풍부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글 서비스는 한국 기업이 더 잘한다.”
네이버가 챗GPT 등장 후 이어진 인공지능(AI) 개발 경쟁 과정에서 줄곧 대외에 강조해 왔던 메시지다. 한국 사회의 맥락·제도를 이해하는 AI를 구축해 여타 기업과 서비스 차별화를 이루겠단 취지다.
AI의 성능은 통상 매개변수(파라미터·Parameter) 수와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을 통해 결정된다. 네이버는 한국 최대 플랫폼을 운영하며 풍부한 한글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AI 성능을 고도화,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구글 등 빅테크와의 경쟁에도 밀리지 않으리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브라우저 애플리케이션(앱) 업종 분야에서 사용자 수 점유율 85.4%(모바일인덱스 집계)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가 ‘한국어 서비스’를 강화했음에도 여전히 그 아성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챗GPT 등장 후 약 1년 9개월이 지났음에도 시장 우려와 달리 한국 내 검색 시장 1위 지위는 견고한 상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의 근간은 검색이다. 세계 대다수의 정보는 영어로 유통된다. 네이버 사업 초기 구글·야후 등 글로벌 경쟁사 대비 검색을 통해 노출할 수 있는 정보량 자체가 적었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이에 지식iN·블로그 등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강화했다. 검색을 통해 노출할 정보가 적다면 플랫폼에 데이터를 직접 쌓을 수 있게 하면 되리라는 판단에서다. 시작부터 ‘한국 특화’ 서비스를 구축한 셈이다.
네이버는 이를 토대로 이용자를 끌어모았고, 지금은 월 사용자가 4000만명이 넘는 국민 플랫폼 지위에 올랐다. 이는 금융·모빌리티·콘텐츠·커머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순차 확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 특화’란 접근법은 네이버가 AI 시대에도 여전히 세계 빅테크와 비교해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검색 이어 지도·번역도 경쟁 우위
네이버는 자체 AI 기술을 통해 핵심 서비스인 검색을 강화한 뒤, 차세대 기술 적용 범위를 구글과 직접 경쟁 구도에 있는 번역·지도 등으로 확대해 나갔다. 핵심 서비스뿐 아니라 부가적인 영역에서도 경쟁 우위를 잃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의 번역 앱 파파고의 2024년 8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45만716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사용자 수가 전월 대비 감소한 때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우상향 기조를 그렸다. 반면 구글 번역의 올해 8월 국내 MAU는 274만258명이다. 파파고와 3배가 넘는 차이를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1407조원 수준이고, 네이버의 기업가치는 약 25조3000억원이다. 기술에 투자하는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네이버가 구글 대비 경쟁 우위를 점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라고 했다.
파파고가 구글의 번역 앱을 누르고 한국인들의 선택을 받은 데엔 편의성에 중점을 둔 기술을 꾸준히 접목해 온 점이 꼽힌다. 네이버는 인공신경망 기계번역 기술을 토대로 2016년 파파고를 출시했다. 지원 범위를 지속해 늘려 현재는 16개 언어를 서비스하고 있다. 기능 역시 텍스트는 물론 음성·이미지·웹사이트 번역 등으로 순차 확대했다. 실시간 번역 기능이나 오프라인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단어장 등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다수다.
네이버는 이런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자체 인공신경망 기계번역 기술에 거대언어모델(LLM) 요소 기술들을 결합했다. 한국어·일본어에 ‘높임말 번역’과 같은 언어의 특성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있던 배경이다.
2020년 10월 출시한 이미지 번역은 ▲문맥을 반영해 번역하는 기술(HTS) ▲원본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제거해 자연스러운 배경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인페인팅) 등을 자체 개발해 기능을 고도화했다. 이를 토대로 타사 대비 높은 편의성과 정확도를 구현했다.
2022년 8월에는 카메라에 비치는 영상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증강현실(AR) 번역’도 추가했다. 카메라를 움직여도 번역된 화면 그대로 볼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상황에 알맞은 번역문을 이미지 위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다”며 “지금은 복잡한 배경은 물론 조명 반사나 그림자 왜곡이 심한 메뉴판 등도 정확하게 번역이 가능한 수준으로 기능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지도 앱 역시 국내 사용자 수 측면에서 구글을 압도한다. 네이버 지도 앱의 올해 7월 기준 MAU는 2600만2301명이다. 올해 1월(2461만2163명)과 비교해 약 5.6%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구글 지도의 올해 7월 MAU는 910만396명을 기록했다. 지도 앱 분야에서도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3배가량 앞서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지도 사용량은 국내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도 압도적 1위다. 7월 기준 주요 길 안내 앱의 MAU는 ▲티맵 1490만3602명 ▲카카오맵 1062만5484명 ▲카카오내비 437만7414명 등으로 집계됐다. 네이버가 ‘한국 사회의 맥락·제도’를 반영해 기술·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지역 소상공인이 검색 기능을 이용해 영업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연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위치기반관심정보(POI)를 국내 최대 규모로 구축했고, 이는 고스란히 네이버 지도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구글 지도 대비 유일한 약점으로 꼽힌 다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 서비스도 강화했다. 한국을 찾은 해외여행객에도 네이버 지도 내 쌓인 다양한 POI를 활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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