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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대동맥' 수자원 재활용 적극 나서는 한국 기업은…

[세계 석학과의 대화]③
현대차그룹·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물 재활용에 적극 투자
“국내외 주요 사업장 수처리 설비 고도화 및 폐수 재활용 확대”

가뭄으로 인해 시칠리아 파나코 호수가 말라붙어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물이 마르면 산업은 멈춘다. 공업용수는 냉각수·스팀 제작용·공정수 등으로 활용되는 공장 가동의 핵심 인프라다. 공업용수가 부족 할 경우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는 만큼, 원활한 공급은 필수다. 공업용수는 모든 산업의 대동맥인 셈이다.

문제는 공업용수 수요량이 상승세라는 것이다. 환경부 국가수도기본계획 변경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최대 공업용수 수요량은 2030년 712만1000t 2035년 749만5000t 2040년 771만5000t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 그릇’ 키우는 정부...리프킨 “물은 해방 시켜야”

특히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국가첨단산단 15곳과 특화산단 7곳의 조성이 마무리 될 경우 공업용수 부족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미래 용수 수요 증가를 대비해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한다. 이른바 물을 길들이는 셈이다.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한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 은 인류의 편의를 위해 수자원을 철저하게 용도 변경하기 보다, 되려 수문을 열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문 열기’의 예로 미국 워싱턴주 엘화강에 있는 글라스인스캐니언댐과 엘화댐 폭파 사례를 들었다. 

리프킨은 워싱턴주의 댐 철거가 단순 이벤트성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워싱턴주의 결정과 목표는 물을 자연적인 흐름을 따라 흐르게 함과 동시에 도시 경관을 그 흐름에 맞도록 재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을 해방하고, 급변하는 수권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더 이상 일시적인 발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육지에 물을 가두는 것은 암석권을 심각하게 훼손함과 동시에 육상 생물종의 미래를 위협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러미 리프킨은 “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지난 6000년 동안 인류 문명에서 가장 결적적인 특징이 수자원을 댐으로 가두고, 운하로 밀어 넣고, 사유화 하는 등의 수권 길들이기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인류라는 종을 위해 물을 관리하는 방대한 수자원 인프라는 종종 물의 가용성에 의존하는 수백만 다른 종을 희생 시킬 염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전경 [사진 현대자동차]

물 ‘재활용’ 하는 기업들

정부는 물을 모으는 방안에 집중한 반면, 기업은 사용한 물을 다시 쓰는 방법을 선택했다. 재활용은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안되, 가능한 최대한의 수자원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으뜸은 현대자동차·기아다. 현대차는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CDP)으로부터 수자원 관리 부문 총 8개 등급 중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기아도 같은 부문서 3년 연속 최고 등급인 리더십 ‘A’를 획득했다. CDP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DJSI)와 함께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 중 하나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활용한다. 무방류 시스템은 방류수를 공장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재활용 하는 것을 뜻한다. 폐수를 모두 재활용하면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대차 ‘폐수 무방류 시스템’은 하루 5000톤(t) 분량의 폐수를 7단계로 처리하는 국내 최대 규모다.

물 재활용에 진심인 현대차는 지난해 기준 전체 용수의 23.8%에 해당하는 약 263만톤의 용수를 재활용했다. 이를 통해 19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환경적인 측면과 금전적인 측면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은 셈이다.

기아는 수자원 관리 부문에서3년 연속 최고 등급인 ‘리더십A’를 받았다. 기아 인도공장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폐수를 100% 재사용한다. 국내에서는 수질오염물질을 법적 허용 기준보다 30% 적게 배출하도록 하는 등 엄격하게 방류수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외에도 저탄소 고효율 설비 도입 및 생산공정 혁신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대상으로 수처리 설비 고도화 및 폐수 재활용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물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하나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자원들이 투입되지만 물이 없으면 생산이 불가하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 미세한 먼지 입자 하나만 붙어도 품질에 큰 타격을 입는 이유다. 이 불순물을 세정하는 것이 바로 물이다.

반도체 공정 속에서 반도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웨이퍼(원판) 표면을 헹궈내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이때 사용되는 물은 ‘초순수’다. 초순수는 물 분자를 이루고 있는 수소와 산소 외 불순물을 제거한 용수를 뜻한다. 

반도체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용량도 크다. 예로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사업장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31만t에 달한다. 단순 계산할 경우 한달 약 930만t, 1년 약 1억1160t의 물을 사용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자원 관리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우선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은 2030년까지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수원·용인·화성·오산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통해 공업용수 확보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용수 재이용량은 1억2천289만t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도 동참한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30년까지 6억t의 수자원 절감을 계획하는 등 수자원 재활용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폐수 재이용 시스템 및 냉각탑 배수 재이용 시스템을 추가 구축하는 등 다방면으로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SK하이닉스의 수자원 관리 노력은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발행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3’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943만t의 수자원 사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2021년부터의 누적 절감량은 9923만t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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