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재무건전성 ‘이상무’…신평사 등급평가 ‘안정적’
[고려아연 vs 영풍의 전쟁] ③
한기평·나신평, 고려아연 장기 신용등급 ‘AA+’
등급 전망 ‘안정적’…기업어음 최상위 등급인 ‘A1’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 경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 측의 주장과 달리,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우량한 신용등급을 받아 눈길을 끈다.
고려아연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로부터 장기 신용등급 ‘AA+’를 받았다. 아울러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또한 기업어음 역시 최상위 등급인 ‘A1’을 받았다.
나신평은 고려아연이 글로벌 아연괴 시장 1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수한 영업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신평은 고려아연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며 “글로벌 수위권의 경쟁 지위에 기초한 안정적 에비타(EBITDA·상각전 영업이익) 창출력을 바탕으로 매우 우수한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기평은 고려아연이 독과점적 시장지위, 글로벌 수위권의 설비경쟁력 등 사업안정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한기평은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높은 가격변동성에도 원가절감 및 가동률 상승이 수익성을 보완하면서 안정적인 이익창출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평가 결과와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에서 금융회사 일부와 공사 등을 제외하면 장기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기업은 10여 곳밖에 되지 않는 만큼 재무안정성과 현금창출력, 사업 지속성 등 각종 지표에서 초우량기업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보유한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기관예치금+단기투자자산)은 총 2조1277억원이다. 또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에만 아연과 연, 은 등을 생산·판매하는 영업활동으로 총 8311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였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6%, 특히 차입금의존도가 10%에 불과할 정도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보유 현금으로 전체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8000억원 가까운 현금이 남을 정도로 유동성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영풍 “재무건전성 악화해” vs 고려아연 “우량기업임에도 평가 왜곡”
앞서 MBK와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 경영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을 이용해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 회사를 인수하고,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영풍 측이 제기한 최 회장 관련 의혹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이 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기업의 현금창출력과 재무 안정성, 사업의 지속성 등이 우수하다는 의미”라며 “이미 고려아연이 우량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MBK와 영풍이 금융 당국과 시장,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마저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그들이 합리성을 잃어버렸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추진한 투자 38건 중 30건에서 순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신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초기 손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단기수익만 좇는 사모펀드의 한계만 노출했다”고 반박했다.
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한 것이 ‘부실 투자’라는 MBK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이 인수하기 전 이그니오는 저품위 원료에 대해 임가공 용역만 수행하는 회사였지만, 지금은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밸류체인을 융합해 고품위 제품을 판매하는 전체 사이클을 지속 발전시키고 있다”며 “친환경 자원순환 사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무지의 평가 결과”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을 단 한 번도 운영해 본 적 없는 투기자본 MBK와 적자에 허덕이고 대표이사들이 중대재해로 구속되고, 각종 환경오염 이슈가 끊이지 않는 영풍과 그 경영진은 고려아연을 경영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MBK는 인위적 구조조정과 알짜 자산 매각, 분할 매각 등 온갖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10년 넘게 투자금도 회수 못하는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당한 지배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MBK에 대해 “대규모 공개 매수를 수행하고 고려아연을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일각에서 ‘MBK는 중국 자본이며 인수되면 중국에 팔린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영풍은 이번 주식 공개 매수에 대해 “최 회장의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지 결코 고려아연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다”며 “최 회장을 제외한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의 고용관계는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고, 고려아연이 추진해온 미래 전략사업은 변함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확약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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