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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화로는 못 산다”...석유화학 빅4 ‘스페셜티’ 노린다

[韓 제조업 미래 먹거리 ‘현주소’]③
수익성 낮은 공장은 문 닫고 스페셜티 생산 확대
생산 설비 늘리는 中 대비한 차별 제품군 개발

금호석유화학 울산 공장 모습. [사진 금호석유화학]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주요 사업의 체질을 바꾸며 출구전략 모색에 나섰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펼치는 전략은 같다. 기존 범용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고부가 제품(스페셜티) 사업군을 강화한다는 방향이다. 이는 총매출 비중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해외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 키우기의 실탄으로 마련된다.

체질 개선에 가장 적극적인 LG화학은 범용 제품군 사업은 줄이고 미래 사업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실제 LG화학은 범용 제품군인 스티렌모노머(SM)을 생산하는 대산 SM공장을 지난해 철거하고 올해는 여수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반대로 고부가 제품군인 고부가합성수지(ABS)와 양극재 생산설비가 있는 구미 공장은 비용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재구축하고 있다. 올해 LG화학이 계획한 CAPEX(설비투자금액)만 3조원대에 달한다.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에 선 이영석 LG화학 첨단소재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사이클이나 수급 밸런스 의존도가 큰 보험용 제품군은 가격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고부가 애플리케이션과 새롭게 성장하는 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제품의 매출 비중을 기존 60%에서 30%까지로 낮추는 것을 목표한다. 반대로 고부가 제품 매출을 60%까지 끌어올리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인 삼박엘에프티가 전남 율촌에 컴파운딩 공장을 착공했다.

공장이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롯데케미칼은 고부가합성수지(ABS)와 폴리카보네이트(PC) 등 컴파운딩 소재를 50만톤을 생산하게 돼 국내 최대 생산 규모를 자랑하게 된다. 공장 착공과 관련해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2026년까지 율촌공단에 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인 연 50만톤의 컴파운드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기능성 첨단소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율촌공단은 최대 연 70만톤 생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부진한 성적표를 타개하기 위해 수장까지 교체한 기업도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7월 예년보다 한 달 빠른 인사로 화학 사업에 통뼈가 굵은 남정운 대표를 신임 대표 임명하고 본격적인 고부가 제품 확대 사업에 힘을 실었다. 한화솔루션이 집중하고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는 전선 고부가가치 소재인 가교폴리에틸렌(XLPE)으로, 해당 제품군의 생산을 늘리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400킬로볼트(kV)급 가교폴리에틸렌 제품 생산에 성공해, 판매망을 독보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세계적으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확대하는 것에 주목했다. 전기자동차 타이어를 제조할 때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 개발에 투자하고 꾸준히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 시행할 예정인 유로7(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SSBR 신제품을 개발하고, 레이싱 타이어용 SSBR 상업화를 추진하는 등 미래 먹거리에 대비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나홀로 연속 흑자 기록
스페셜티 사업 확대는 실적 개선에 긍정적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석유화학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상승세다. 지난해부터 흑자를 이어온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에 매출 1조8817억원, 영업이익 9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87%, 영업이익은 12.65% 증가하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 빅4 기업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주력 고부가 제품으로 집중하고 있는 SSBR 제품을 포함하는 합성고무 부문에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 여수 공장 모습. [사진 LG화학]

구체적인 성과는 내년부터 기대 


하지만 석유화학사 불황의 늪은 아직 깊은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개선에 성공한 금호석유화학이 있는 반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아직 적자이다. 3분기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은 매출액 5조4326억, 영업손실 2054억원 추정하고 한화솔루션은 매출액 2조7733억, 영업손실 810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 2분기 흑자 전환을 기록했던 LG화학 역시 3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3분기 석유화학 부문 기준으로 LG화학은 매출액 4조8132억원, 영업손실 382억원을 기록했다. 원료 가격 및 운임 비용 상승,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소폭 적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 역시 석유화학사의 계속되는 먹구름 실적을 예견한다. 경쟁사가 즐비한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겹쳐 단기간 내 업황 회복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설비 투자와 고부가 제품 사업군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내년 이후로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석유화학 산업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화학 스프레드와 정제마진 모두 의미 있는 상승을 보여주지 못했고 대외 환경은 계속 불안정한 가운데 공급 과잉 부담이 시황을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최 연구원은 “적자가 길어지는 위기감 속에 사업 매각과 파트너십 강화 등 경쟁 구도 재편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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