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164개국 대상 ‘불평등해소실천지표’ 발표
불평등 해소 위해 주요 공공서비스·조세제도·노동정책 평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과 비영리 자문 및 연구단체인 국제개발금융(Development Finance International·DFI)은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 ‘2024 불평등해소실천(Commitment to Reducing Inequality·CRI) 지표’를 발표했다.
CRI 지표는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3개 부문 ▲공공서비스 ▲조세제도 ▲노동정책에 대한 정책을 평가한 것으로 2년마다 발표되고 있다. 올해는 16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새롭게 발표된 2024 CRI 지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대다수 국가에서 부정적인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조사 대상 5개국 중 4개국의 비율로 교육, 보건, 사회보장 예산의 비중이 축소됐고, 세제 및 노동권과 최저임금 부문은 역행했다. 조사 대상 10개국 중 9개국이 1개 이상의 부문에서 퇴행한 사실은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기 위한 정책적 긴급 조치가 없을 경우 90%의 국가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또한 현재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을 지원을 받은 100개국 중 94개국이 지난 2년 동안 공공 교육, 보건 및 사회보장 분야에 대한 필수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빈국이 포함된 국제개발협회(IDA) 국가들의 경우 이 수치는 더 높아, 42개국 중 95%에 해당되는 40개국이 삭감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국가 중 41%가 법률적·실질적 노동권과 노조 조직화 측면에서 2022년도 지표 대비 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심각한 후퇴는 아프가니스탄, 요르단, 짐바브웨,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2개를 비준하며 노동정책 부문에서 가장 큰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됐다.
옥스팜 워싱턴 DC 사무소의 책임자인 케이트 도널드(Kate Donald)는 “이러한 삭감 조치는 매우 위험하며 근본적으로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다”며 “수많은 남반구 저개발 국가들이 교육과 보건에 투자할지, 막대한 채무 상환을 감당하기 위해 긴축 정책을 채택할지 고통스러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는 “작년에 우리는 세계은행이 불평등 해소를 기관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을 환영했다”며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는 세계은행과 IMF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진정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CRI 지표에서 최하위권에 속한 국가들은 여전히 대부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낮은 세수 외에도 부채 위기, 분쟁, 기후 붕괴로 인해 교육, 보건 및 사회 안전망에 투입되어야 할 제한된 자원이 다른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평균적으로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은 예산의 48%를 부채 상환을 위해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교육과 보건을 합친 지출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최하위 10개국 중 6개국은 부채 위기에 처해 있거나 높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매튜 마틴(Matthew Martin) DFI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며, 이는 극단주의를 심화시키고 성장을 저해한다”며 “세계은행이 새로운 불평등 해소 목표를 채택함에 따라, 세계은행과 IMF는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을 선도할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무상의 공공서비스, 공정한 세제, 그리고 더 강력한 노동자 권리를 포함한다”며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설립돼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도적 구호활동 및 개발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구호개발기구다. 전 세계 약 80여 개국에서 식수, 위생, 식량원조, 생계자립, 여성보호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빈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와 협력해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6만 파운드를 지원하며 긴급구호 활동을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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