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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 부진한 삼성 반등시킬 전략 있나?

연말에 진행하는 인사 및 조직개편 고민 높아
신사업 글로벌 기회 선점 과제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10월  27일 회장 취임 2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최근 부진한 삼성 성적표를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의 내부 분위기는 한마디로 살얼음판.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대까지 하락한 데 이어, 지난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후 이례적으로 ‘반성문’까지 내놓은 상황이 펼쳐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은 본인 명의로 메시지로 “송구하다”며 운을 떼고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고 전했다. 외부의 우려도 인정했다. 전 부문장은 “많은 분들이 삼성의 위기를 말한다”며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삼성이 이처럼 사과문을 낸 것은 내부적으로도 문제상황을 인정할 만큼 ‘삼성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이재용 회장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 회장이 처한 과제 중 가장 먼저 고심하게 될 부분은 연말에 진행할 인사와 조직개편이 꼽힌다. 11월 말 또는 12월 초에 발표하는 연말 정기 인사에는 이번 사과문을 낸 DS부문을 비롯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장(부회장)은 잠정실적 발표 이후 사과문을 올렸다. 사진은 삼성전자 사업장 전경. [사진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기술통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음을 말한다. 전 부문장이 사과문을 통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힌 만큼 기술력 강화에 힘을 쓸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평소 이 회장은 ‘기술중시’ 경영철학을 강조한바 있다. 

주요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 여부에도 관심이 크다. 기술 경쟁력 약화에 대한 책임으로 DS부문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사장단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선이다. 

바이오, MLCC 등 신사업 확장에 주목    
기존 주요 사업 외에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과제도 있다. 앞서 이 회장은 2022년 5월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신성장IT(AI 및 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에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아직까지 신사업에 대한 성적표는 우수한 편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연결 기준 연간 최대 매출인 3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도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혈액질환, 안과질환 치료제 등의 판매 허가를 획득해 창립 1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지난 22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12억4256만 달러, 약 1조7028억원 규모의 CMO 계약을 체결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 연간 누적 수주액 4조원을 처음 돌파한 것이다. 이 같은 성장세 흐름을 이어가는 것 역시 이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로 여겨진다.

현장을 직접 찾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역할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기술 개발 로드맵, 중장기 사업전략 등을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부터 4공장까지 완공을 마쳐 제1바이오캠퍼스를 구축했고,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을 투자해 제2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AI시대 준비 못했다”는 비난도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회장.[사진 삼성전자]
또 이 회장은 전장 사업과 관련해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시장 선점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앞서 부산, 중국의 톈진, 수원 등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은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MLCC 사업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MLCC 시장이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는 것에 비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3000~2만개가 탑재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높기에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은 2000년부터 IT용 MLCC를 생산해 왔으나, 현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수 있는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공지능(AI) 시대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이 회장이 해결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9일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데스크톱, PC, 스마트폰 시대가 있었고 지금은 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스마트폰 시대에는 삼성, 애플이 잘나가고 IBM, 인텔은 힘을 못 썼는데 이제 삼성과 애플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졌고 새로운 AI 시대를 맞아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CES에서 삼성전자는 ‘일상 속 초연결의 시대’라는 AI 비전을 제시했지만 현재까지 삼성이 내놓은 AI기술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AI 기능 외에는 주목받는 기술이 없다고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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