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쓰레기통? 알고보니 ‘아바타’…엑소좀의 재조명
[신규 모달리티: 엑소좀]①
DNA·단백질·지질 등 다양한 물질 담겨
세포 간 신호 전달…약물 전달도 기대
기존의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이를 새로운 치료 접근 방법(Novel Therapeutic Modality·신규 모달리티)이라고 한다. 신규 모달리티를 활용한 의약품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모두 지닌다. 동시에, 신규 모달리티는 시장에 출시된 약물이 많지 않아 국내 기업이 치고 나갈 빈틈이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다시 주목받는 지금, 살펴볼 만한 신규 모달리티와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우리 몸의 세포에는 ‘생체 정보’를 담고 있는 여러 물질이 포함돼 있다. 잘 알려진 것이 ▲디옥시리보핵산(DNA) ▲리보핵산(RNA) ▲단백질 등이다. 세포는 아니지만 이런 물질을 지닌 또 다른 구성 요소가 있다. ‘세포의 쓰레기통’으로 알려진 ‘엑소좀’(Exosome) 이야기다.
세포의 ‘쓰레기통’에서 ‘아바타’로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인지질 이중층 구조의 세포 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를 말한다. 세포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지질 ▲핵산 ▲대사 물질 등 다양한 물질로 구성돼 있다. 크기는 30~200nm(나노미터)로 매우 작다. 세포의 구성 요소가 똑같이 담긴 작은 ‘아바타’인 셈이다. 엑소좀은 당초 세포가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모아둔 쓰레기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엑소좀이 세포가 배출한 ▲DNA ▲RNA ▲단백질을 다른 세포로 이동시킨다는 점이 발견되면서 연구자들은 엑소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엑소좀은 질환 세포, 가령 암세포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암세포의 엑소좀을 찾아내면 암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엑소좀은 혈액과 소변, 침, 뇌척수액, 모유 등 우리 몸의 체액에 분포한다.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 등을 통해 암세포의 엑소좀을 발견하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셈이다.
엑소좀은 새로운 약물전달체계(Drug Delivery System·DDS)로도 주목받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의 통신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치료 부위에 약물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엑소좀은 세포막의 구조와 같은 인지질 이중층 형태라 구조가 안정적이기도 하다. 신체 유래 세포이기 때문에 거부 반응이 적은 것도 강점이다.
또, DNA와 RNA 등 내부 물질로 인해 자신이 만들어진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회귀한다고 알려져 있다. 심장세포에서 만들어진 엑소좀은 심장으로, 간세포에서 만들어진 엑소좀은 간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엑소좀의 이런 회귀(Homing) 본능도 신약 개발 기업이 주목하는 엑소좀의 특징이다.
최철희 엑소좀산업협의회 회장은 “엑소좀에는 일종의 우편번호(zipcode)가 적혀있다”라며 “엑소좀 내 여러 물질로 인해 해당 엑소좀이 어떤 세포에서 만들어진 엑소좀인지에 따라 우편번호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편번호가 적힌 엑소좀에 치료용 단백질을 결합하거나, 우편번호를 바꾸는 작업 등을 통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재성’ 못지않은 ‘불확실성’
엑소좀은 암 진단과 신약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잠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미래 시장의 규모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DBMR 리서치는 세계 엑소좀 시장이 2021년 117억7400만달러(약 14조원)에서 2026년 316억9200만달러(약 38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의 상당수가 초기 단계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아직 시장에 출시된 엑소좀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엑소좀 치료제가 ‘약’이 될 수 있을지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뜻이다.
특히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초기 단계의 임상을 진행하는 국내외 여러 엑소좀 치료제 개발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미국의 코디악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기업의 재무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파산 절차를 밟아 시장에 충격을 줬다.
엑소좀 치료제는 아직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약물이 없어, 신약 개발로 인해 발생할 여러 위험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기업의 부담이다. 코디악바이오사이언스는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며 세계에서 처음으로 정맥주사(IV)를 통해 엑소좀 치료제를 환자에게 전신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했다. 호주에서 임상을 마친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도 임상 참여자에게 엑소좀 치료제를 전신 투여한 임상을 세계 최초로 진행했다.
엑소좀 치료제 개발 기업에 붙는 ‘최초’의 꼬리표는 생산공정에도 붙는다. 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하려면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종류의 치료제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엑소좀 치료제는 허가 문턱을 넘은 치료제가 없어 이런 지침이 명확하지 않다.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한 국내 기업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지침을 함께 만드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브렉소젠의 김수 대표는 “엑소좀은 어떤 세포로부터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특성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며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개념증명(PoC)을 거쳐 의약품 규격으로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할 때, 어떤 엑소좀을 어떻게 개발했는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규제기관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다른 기업 관계자는 “통상 신약을 개발할 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여러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하는데, 엑소좀 치료제는 세포치료제, 항체의약품 등 여러 분야의 기술 일부가 접목된 영역이라 (R&D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엑소좀 치료제는 화학합성의약품, 항체의약품의 기준으로 봤을 때 공정이 복잡하고 단가가 비싸다. 품질관리(QC) 기준도 다르다”며 “이런 부분을 기업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엑소좀 치료제 기업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기업 상당수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점도 (엑소좀 치료제 기업들이) 임상을 빠르게 진행하지 못한 원인”이라며 “자원이 제한돼 있다 보니 임상 진행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더뎠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엑소좀 치료제 기업이) 규제기관에 약물의 안전성, 유효성을 분명하게 증명할 기준들을 가지고 있으면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지침은)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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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우리 몸의 세포에는 ‘생체 정보’를 담고 있는 여러 물질이 포함돼 있다. 잘 알려진 것이 ▲디옥시리보핵산(DNA) ▲리보핵산(RNA) ▲단백질 등이다. 세포는 아니지만 이런 물질을 지닌 또 다른 구성 요소가 있다. ‘세포의 쓰레기통’으로 알려진 ‘엑소좀’(Exosome) 이야기다.
세포의 ‘쓰레기통’에서 ‘아바타’로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인지질 이중층 구조의 세포 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를 말한다. 세포에서 만들어진 ▲단백질 ▲지질 ▲핵산 ▲대사 물질 등 다양한 물질로 구성돼 있다. 크기는 30~200nm(나노미터)로 매우 작다. 세포의 구성 요소가 똑같이 담긴 작은 ‘아바타’인 셈이다. 엑소좀은 당초 세포가 필요하지 않은 물질을 모아둔 쓰레기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엑소좀이 세포가 배출한 ▲DNA ▲RNA ▲단백질을 다른 세포로 이동시킨다는 점이 발견되면서 연구자들은 엑소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엑소좀은 질환 세포, 가령 암세포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암세포의 엑소좀을 찾아내면 암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엑소좀은 혈액과 소변, 침, 뇌척수액, 모유 등 우리 몸의 체액에 분포한다.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 등을 통해 암세포의 엑소좀을 발견하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셈이다.
엑소좀은 새로운 약물전달체계(Drug Delivery System·DDS)로도 주목받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의 통신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치료 부위에 약물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엑소좀은 세포막의 구조와 같은 인지질 이중층 형태라 구조가 안정적이기도 하다. 신체 유래 세포이기 때문에 거부 반응이 적은 것도 강점이다.
또, DNA와 RNA 등 내부 물질로 인해 자신이 만들어진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회귀한다고 알려져 있다. 심장세포에서 만들어진 엑소좀은 심장으로, 간세포에서 만들어진 엑소좀은 간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엑소좀의 이런 회귀(Homing) 본능도 신약 개발 기업이 주목하는 엑소좀의 특징이다.
최철희 엑소좀산업협의회 회장은 “엑소좀에는 일종의 우편번호(zipcode)가 적혀있다”라며 “엑소좀 내 여러 물질로 인해 해당 엑소좀이 어떤 세포에서 만들어진 엑소좀인지에 따라 우편번호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우편번호가 적힌 엑소좀에 치료용 단백질을 결합하거나, 우편번호를 바꾸는 작업 등을 통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재성’ 못지않은 ‘불확실성’
엑소좀은 암 진단과 신약 개발 등 여러 분야에서 잠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미래 시장의 규모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DBMR 리서치는 세계 엑소좀 시장이 2021년 117억7400만달러(약 14조원)에서 2026년 316억9200만달러(약 38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의 상당수가 초기 단계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아직 시장에 출시된 엑소좀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엑소좀 치료제가 ‘약’이 될 수 있을지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뜻이다.
특히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초기 단계의 임상을 진행하는 국내외 여러 엑소좀 치료제 개발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선두 주자로 알려진 미국의 코디악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기업의 재무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파산 절차를 밟아 시장에 충격을 줬다.
엑소좀 치료제는 아직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약물이 없어, 신약 개발로 인해 발생할 여러 위험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기업의 부담이다. 코디악바이오사이언스는 간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며 세계에서 처음으로 정맥주사(IV)를 통해 엑소좀 치료제를 환자에게 전신 투여하는 임상을 진행했다. 호주에서 임상을 마친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도 임상 참여자에게 엑소좀 치료제를 전신 투여한 임상을 세계 최초로 진행했다.
엑소좀 치료제 개발 기업에 붙는 ‘최초’의 꼬리표는 생산공정에도 붙는다. 치료제를 생산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하려면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종류의 치료제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엑소좀 치료제는 허가 문턱을 넘은 치료제가 없어 이런 지침이 명확하지 않다.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한 국내 기업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지침을 함께 만드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브렉소젠의 김수 대표는 “엑소좀은 어떤 세포로부터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특성도, 성격도 모두 다르다”며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개념증명(PoC)을 거쳐 의약품 규격으로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할 때, 어떤 엑소좀을 어떻게 개발했는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규제기관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다른 기업 관계자는 “통상 신약을 개발할 때 시장 상황을 고려해 여러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하는데, 엑소좀 치료제는 세포치료제, 항체의약품 등 여러 분야의 기술 일부가 접목된 영역이라 (R&D 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엑소좀 치료제는 화학합성의약품, 항체의약품의 기준으로 봤을 때 공정이 복잡하고 단가가 비싸다. 품질관리(QC) 기준도 다르다”며 “이런 부분을 기업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엑소좀 치료제 기업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기업 상당수가 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점도 (엑소좀 치료제 기업들이) 임상을 빠르게 진행하지 못한 원인”이라며 “자원이 제한돼 있다 보니 임상 진행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더뎠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엑소좀 치료제 기업이) 규제기관에 약물의 안전성, 유효성을 분명하게 증명할 기준들을 가지고 있으면 (엑소좀 치료제 개발의 지침은) 기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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