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개방성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 높은 글로벌 개방성 자랑
국내 거주 외국인들 창업 수요가 늘어나
외국인 창업자 협회 발족식. [사진 더개리슨]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우리나라도 이제는 다문화 사회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계속 증가했다. 법무부에서 발표한 2023년 기준 국내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은 4.89%.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증가 폭도 가파르다. 2023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22년 대비 14.86% 늘어났다.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대거 유입이 국내 체류 외국인 수 증가를 주도했다. 2023년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14.8%, 취업 자격 외국인 수는 16.3% 각각 많아졌다.
두 집단의 인구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국내 노동 인구가 줄어들면, 빈자리는 더 많은 외국 인력들이 채울 것이다. 유학생 수는 더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작년 8월 ‘Study Korea 300K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현재 20만 명 정도인 유학생 수를 2027년까지 3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정부는 고령화되는 국내 노동 시장에 외국 인력을 유입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이들에게 국내 정주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 취업자 중 전문 인력 비율은 겨우 5%, 유학생의 국내 취업률은 6%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은 단순 기능직에 외국인을 채용하지만 국내 거주 중인 고급 인재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 이에 고등 교육을 받았거나 전문 능력이 있는 외국인들은 국내에서 창업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존재감 보이는 국내 거주 외국 창업자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창업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민관 모두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개방성을 높이려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주요 기조로 내세우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외국인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 7월 서울 역삼동 벤처 거리에 개소한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Global Startup Center)가 좋은 예이다. GSC는 국내에서 창업을 도모하는 외국인들에게 필요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지원 센터이다. GSC는 기업 운영에 필수적이지만 문의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비자, 노무, 세무 관련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 창업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영어로 진행된다.
민간 영역의 행보도 활발하다. 지난 10월 국내 스타트업 주도로 발족한 글로벌 창업자 협회(Global Entrepreneurs Association)가 하나의 예이다. 발족식에는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2개 부처 관계자가 외국인 창업자들로부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글로벌 개방성 개선 의견을 직접 듣고 수집했다. 행사를 주도한 안동옥 더개리슨(The Garrison) 대표는 “이번 행사는 국내 거주 외국인 창업 활성화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민과 관이 모두 머리를 맞대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더개리슨은 국내 창업 생태계 자체에서 글로벌 창업자들을 국내 생태계로 유입하여 한국 창업자들의 자연스러운 글로벌 표준화와 진출 확대를 과업으로 삼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낮은 글로벌 개방성은 오랫동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외국인 창업자들을 돕는 민간 영역에서 해당 문제를 여러 번 제기하였다. 하지만 비자나 해외 투자금 유치 같은 주요한 이슈 해결에 정부의 도움 없이는 진척이 더디었다. 이런 측면에서 외국인 창업자 국내 정주라는 공통 목표 아래 민관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교류를 증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글로벌 개방성은 선택이 아닌 직면 과제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 감소와 노동 인구 고령화를 겪은 국가들은 전문 능력을 갖춘 외국인을 유입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이 국가들이 추진한 시도와 얻은 성과를 우리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를 경험한 유럽 국가들은 이민자 유입으로 노동 인구 부족난을 해소했다. 특히 독일은 이민자가 오늘날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둔화되고 있던 독일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실업률을 낮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성과 이면에는 기술 기반 외국인 창업자를 적극 유치한 독일 정부의 노력이 컸다. 이런 문화적 다양성을 토대로 오늘날 독일 스타트업 생태계는 높은 글로벌 개방성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노동 인구 고령화를 겪은 이웃 나라 일본은 ‘이민자에게 선택받은 나라’를 표방하면서 단계적 정책을 시행하여 이민자를 적극 유치해오고 있다. 일본은 특히 외국인 유학생에게 취업과 창업 기회를 모두 확대하면서 노동 인구의 고령화를 낮추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전례 없는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동시에 국내 거주 외국인 비율 증가 추세도 가파르고, 창업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 이들을 우리 사회에 정착하도록 유인하는 슬기로운 해법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글로벌 개방성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무비자 中입국 전 확인...“호텔 아닌 친지집 머물려면 임시거주등록 필요”
2된장·간장에 담긴 K-손맛…한국 장 담그기, 인류무형유산 된다
3태국 아기하마 ‘무뎅’이 점쳤다…미 대선 승자는 바로 ‘이 사람’
4내일 더 춥다…수도권 내륙 첫 영하권, 서울도 최저
5“밤 10시부터 사용 금지”…내년 1월부터 10대 인스타 사용 제한된다
6경북 울진군, 신세대 해녀 양성으로 어촌에 활력
7경주시, 8일 APEC 2025 성공개최 기원 콘서트
811월의 고령군, 다채로운 문화행사로 풍성해 지다
9"영덕대게가 돌아왔다" 올해 금어기 마치고 첫 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