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낸 엔씨
[벼랑 끝 엔씨소프트]①
“만성 적자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엔씨소프트가 자회사를 신설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기존 리니지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들의 매출 하향세와 더불어 신작 게임들의 흥행 부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엔씨는 지난 10월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단순 물적 분할을 통해 4개의 비상장 자회사 신설을 결정했다. 아울러 구조조정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구성원에게 공지했다. 엔씨는 오는 11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회사 분할 및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할 방침이다. 신설 회사들의 분할 기일은 내년 2월 1일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진행하는 엔씨소프트
엔씨는 4개의 신설 법인 설립과 함께 조직개편을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축소한다. 엔씨는 지난해말 박병무 공동대표를 영입한 직후 강도 높은 경영 쇄신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1월에는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폐업했고, 박 대표가 정식 취임한 뒤인 지난 4월부터는 비개발·지원 부서에 소속된 직원을 중심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해왔다.
앞서 엔씨는 지난 8월 성남시 분당구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기업 분할 및 신설회사 설립을 확정하기도 했다. 엔씨는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회사 분할 및 2개의 신설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의결사항인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신설회사는 ‘엔씨큐에이’, ‘엔씨아이디에스’ 등 2개의 비상장법인이다.
엔씨큐에이는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 서비스 사업 부문 전문 기업이다. 사업 영역은 ▲소프트웨어 품질 보증 서비스 및 기타 관련 사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관리 ▲정보 기술 및 컴퓨터 운영 관련 서비스 등이다. 엔씨아이디에스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사업 부문 전문 기업이다. 사업 영역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컴퓨터 시스템 통합 자문 및 구축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등이다. 이번 물적 분할은 본사의 고정비 감축 및 인력 효율화의 일환이다. 해당 법인은 지난 10월 2일 정식 출범했다.
엔씨는 조직 개편과 더불어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가 강도높은 경영 쇄신 작업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실적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엔씨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각각 30.8%, 75.4% 급감했다. 2024년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전년 대비 7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영업적자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컨센서스 대비 영업비용이 줄면서 흑자 기조를 유지하게 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3689억원을 기록했다.
엔씨는 최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사내에 공지했다. 신청 대상은 최문영 최고사업책임자(CBO) 산하 부서 직원을 포함해 공동대표 직속조직·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기술책임자(CTO)·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부서 등이다. 위로금은 ▲1년차 미만 20개월 ▲1~3년 22개월 ▲3~6년 24개월 ▲6~10년 26개월 ▲10~15년 28개월 ▲15년 이상 30개월 치 등 근속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할 예정이다.
엔씨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엔씨는 신작 개발 조직도 해체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출시한 ‘배틀크러쉬’ 개발팀과 더불어 인터랙티브 무비 ‘프로젝트 M’, 메타버스 플랫폼 ‘미니버스’, 조선시대풍 액션 게임 ‘프로젝트 E’, 캐주얼 게임 ‘도구리 어드벤처’ 등이 대상이 됐다.
특히 엔씨의 첫 콘솔 지원 신작으로 화제를 모은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가 출시 5개월 만에 문을 닫는다. 흥행 부진과 함께 최근 조직 개편 과정에서 배틀크러쉬 게임 개발팀이 해체된 영향이다.
신작 개발 조직도 대거 해체
배틀크러쉬는 PC, 모바일뿐만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엔씨의 첫 콘솔 지원 게임이라 게임업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엔씨는 지난해 11월 국내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서 배틀크러쉬를 주요 기대작 중 하나로 꼽으며 시연 부스도 마련한바 있다.
김택진·박병무 엔씨 공동대표는 최근 전 직원에 보낸 메일을 통해 “주력 장르를 넘어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불철주야 노력해왔다”면서도 “아쉽게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은 고객과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공동대표는 “대부분의 인력과 기능들이 본사에 집중되는 방식으로 운영된 결과 우리 회사의 재무적 성과는 지속해서 약화하고 있다”며 “자칫하면 만성적인 적자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그뿐만 아니라 본래 엔씨가 가지고 있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결과를 초래한 데 대해 저희 경영진 모두 책임감을 통감하며 직원 여러분께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개편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며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게 되는 분들께는 적극적인 지원과 보상을 약속드린다”고 설명했다.
두 공동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쓰론 앤 리버티(TL)를 필두로 LLL, 택탄(TACTAN)이 게임 개발 전문 스튜디오로 새롭게 출범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규 IP 개발은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의 아픔이 뒤따르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엔씨가 본연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가진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다시 한번 이와 같은 상황과 의사결정을 내리게 돼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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