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체제로 바꾼 엔씨…향후 전망은?
[벼랑 끝 엔씨소프트]②
4개 자회사 신설…“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엔씨소프트는 최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독립적인 게임 개발 스튜디오 체재 구축 및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통해 독립될 회사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설 회사는 게임 개발 스튜디오 3개, AI 기술 전문 기업 1개 등 4개의 비상장 법인이다.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신설하는 IP(지식재산권)는 ‘TL’, ‘LLL’, ‘TACTAN’(택탄) 등 3종이다. T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엑스(Studio X·가칭) , LL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와이(Studio Y·가칭), TACTAN 사업부문은 스튜디오지(Studio Z·가칭)로 새롭게 출범한다.
엔씨의 신작 TL은 지난 10월 1일 글로벌 론칭 후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만큼 신속하고 전문적인 독립 스튜디오 체재를 통해 글로벌 IP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슈팅게임 LLL과 전략게임 택탄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과 성공 가능성을 확보한 IP로 해당 장르의 개발력과 전문성 강화에 집중한다.
멀티 스튜디오 체재 도입하는 엔씨
엔씨는 또 AI 연구개발 조직인 NC 리서치를 분할해 AI 기술 전문 기업을 신설하기로 했다. 신설 회사명은 엔씨 에이아이(NC AI·가칭)다. 자체 개발한 바르코 거대언어모델(LLM) 등 AI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동시에 게임 개발에 AI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신규 사업 확장에 나선다.
엔씨는 오는 11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회사 분할 및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한다. 각 신설 회사의 분할 기일은 2025년 2월 1일이다. 이와 관련해 엔씨 관계자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성공 모델인 멀티 스튜디오 체재를 이식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엔씨의 변화는 올해 초 공동대표 선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게임 산업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엔씨는 창사 이래 처음 공동대표 체재 출범이라는 과감한 개편을 단행했다. 각 공동대표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글로벌 게임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공동대표 체재는 많은 시너지를 창출해 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택진 대표가 게임 개발 현장을 직접 챙기고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동안 박 대표는 경영 내실을 다졌다. 구글 클라우드와 새로운 방식의 협력을 논의했고 소니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의 결과로 퍼플 내 SIE 타이틀 4종이 입점하기도 했다.
경쟁력 있는 IP 확보를 위한 신규 투자 소식도 전했다. 스웨덴에 있는 신생 게임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와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 스튜디오’에 각각 전략 투자와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게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엔씨는 스튜디오 독립과 관련해 각 스튜디오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 게임 개발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엔씨는 멀티 스튜디오 체재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월트디즈니는 ▲월트디즈니픽처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 ▲20세기 스튜디오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넥슨, 크래프튼 동 유수의 게임사들이 멀티 스튜디오 체재를 통해 다양한 IP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중요해진 속도전…“독립성만큼 책임도 커져”
엔씨는 국내 주요 게임기업 중 유일하게 본사 중심의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방식을 고수해왔다. 인 하우스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문화는 높은 품질의 게임 퀄리티를 보장하지만 다양한 작품을 빠르게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생존을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엔씨 입장에서 멀티 스튜디오 체제는 하나의 적절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용자의 취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속도전이 중요한 현 시점에 스튜디오 체재는 글로벌 트렌드에 훨씬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TL의 스튜디오 전환은 아마존과의 협업을 더 긴밀하게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의사 결정 과정이 간소해지면서 아마존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정도 단순해지고 글로벌 이용자의 의견 반영도 빠르게 이뤄질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엔씨소프트는 게임을 출시하기까지의 내부 허들이 다른 게임사들보다 상당히 높기로 유명했다”며 “이번 멀티 스튜디오 체재에서는 이러한 단점이 어느정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독립성이 보장되는 만큼, 책임도 커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 역시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씨는 신작 IP와 더불어 기존 리니지 IP에 대한 확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엔씨의 신작 ‘저니 오브 모나크’는 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리니지 IP 기반 게임이다. 최근 게임의 콘셉트를 담은 티저 사이트를 오픈하며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차별화된 게임성을 예고했다. 저니 오브 모나크는 지난 9월 30일 오전 10시 사전예약을 시작해 24시간 이내 사전예약 100만을 기록한 이후 10월 30일 오전 기준 400만을 돌파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尹 조사 앞둔 공수처, 수사 준비 속도…성탄절 출석 응할까
2日 자녀없는 고령남성 2050년 2배 증가…고독사 우려 커져
3 남태령 경찰차벽 28시간여만에 철수…“트랙터 관저까지 행진”
4“강용석, 4년간 변호사 못한다”…도도맘 무고교사 유죄 확정
5‘크리스마스 이브’, 사람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명동 아닌 ‘이곳’
6‘이재명은 안된다’ 선관위 현수막 불허에…국힘 “편파적 결정”
7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 46만명…300억이상도 1만명 넘어
8비트코인, 나흘 만에 하락세 ‘멈춤’…9만7000달러대 거래
99980원 ‘초가성비’…3주 만에 1만5000개 팔린 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