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진짜 경쟁자는 '스페셜티' 산업일까
[스타벅스는 위기일까]③
좋은 원두 찾는 수요↑…출근족 선택 못 받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저가커피-스페셜티 사이서 갈 곳 잃은 스벅과 투썸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품질 좋은 원두를 바탕으로 만든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크게 성장 중이다. 국내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매일 커피를 할인 구매할 수 있게 한 커피 구독 모델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좋은 원두를 꾸준히 공급받는 스페셜티 원두 구독 서비스는 점점 수요가 증가하며 시장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스페셜티 커피 시장과도 경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굳이 커피 전문점에 가지 않아도 좋은 원두를 바탕으로 제조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볶은커피가 뜬다…원두 구독 인기
국내 커피 시장은 크게 ▲볶은커피 ▲인스턴트커피 ▲조제커피 ▲액상커피 등 4개 단위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볶음커피 시장 규모는 2018년 5433억원에서 2022년 1조327억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했다.
이 기간 조제커피 시장은 8512억원에서 7860억원으로 감소했다. 조제커피는 원두의 원액을 추출해 학향제나 설탕 등 다른 성분을 넣은 커피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가루 형태로 만들어진 믹스커피를 꼽을 수 있다.
볶은커피가 바로 스페셜티 원두와 관련된 시장이다. 5년 전만 해도 국내 커피 시장은 조제커피와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RTD(Ready to Drink) 액상커피가 가장 큰 파이를 차지했지만 점점 커피 즐기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원두를 볶은 볶은커피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볶은커피 시장의 성장은 원두 구독 서비스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정기 결제를 하면 매주 혹은 매달 원두를 제공받는 식이다. 특히 국내 원두 구독 서비스 성장의 배경에는 기업들이 복지 차원에서 사내에 원두커피를 적극 배치하고 있는 점이 한몫했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는 "조제커피를 비롯해 인스턴트커피 시장 규모가 작아진 것은 기업들이 사내에 비치하던 커피를 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로 바꾸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라며 "B2B 형태로 기업들에게 원두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2021년 8월부터 원두 제공업체인 '커피 리브레'에서 원두를 제공받고 있다. 또 유명 커피 전문점인 프리츠커피, 테라로사, 커피템플, 180커피로스터스 등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본사에 프리츠커피를 입점시켰으며 현대카드도 호주의 유명 스페셜티 브랜드 '스몰배치'가 본사에 입점돼 있다.
푸드 컴퍼니 SPC는 본사 1층에 직원을 위한 커피 체험공간인 '오픈커피스테이션'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32종 이상의 커피와 티를 맛볼 수 있으며, 직접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커피 복지를 위해 다양한 커피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며 볶음커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도 단지 내에 커피를 배우고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커피 구독 서비스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원진 칼럼니스트는 "스타벅스의 경우 예전에는 공간 제공과 함께 커피 퀄리티가 좋았던 부분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며 "이제는 스타벅스를 대체할, 좋은 원두커피를 접할 수 있는 곳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있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 역시 커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보다는 원두 구독 서비스가 더 활성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역시 스페셜티 커피 산업 위주로 커피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는 "국내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전체 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면서도 "원두 구독 서비스에 참여하는 제공업체들이 늘고 있고 이용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스페셜티 커피 구독 모델이 결국 커피 프랜차이즈 구독 서비스보다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지션 애매해진 대형 프랜차이즈
한편 커피 시장이 가성비-고급화로 양극화되면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포지션은 점점 더 애매해지고 있다. 값싼 커피를 원하는 사람은 메가MGC커피나 컴포즈커피를 찾고 있으며 고급 원두커피를 원하는 사람은 원두를 정기 구독하거나 직장, 학교, 아파트 내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져서다.
접근성 부분도 문제다. 스타벅스의 경우 주요 도심지가 아닌 공간이 넓은 도심 외곽에 신규 매장을 내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는 접근성이 좋은 저가커피 업체들과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최근 발간한 '커피 트렌드 2024'(15~59세/2000명)에 따르면 최근 1개월(8월 19~26일) 내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이용자(대표 표본 200명/중복응답)들의 월 평균 이용 빈도를 보면 스타벅스는 5.49회, 투썸플레이스는 2.27회, 이디야는 4.37회를 기록했다. 반면 저가커피업체인 메가MGC커피는 6.98회, 컴포즈커피는 7.61회로 방문횟수가 더 많았다.
메가MGC커피의 이용 빈도가 늘어난 이유(중복응답) 1위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서'(62.5%), 2위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어서'(41.3%)가 차지했다.
반면 스타벅스의 이용 빈도가 줄어든 이유 1위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49%)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장이 없어서'(23.5%)가 차지했다. 투썸플레이스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53.8%)가 1위,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장이 없어서(40.4%)가 2위를 차지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의 낮은 접근성과 비싼 가격이 이용 빈도가 줄어든 원인인 셈이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수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과 같은 품질과 서비스 등을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하락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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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타벅스나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등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스페셜티 커피 시장과도 경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굳이 커피 전문점에 가지 않아도 좋은 원두를 바탕으로 제조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볶은커피가 뜬다…원두 구독 인기
국내 커피 시장은 크게 ▲볶은커피 ▲인스턴트커피 ▲조제커피 ▲액상커피 등 4개 단위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볶음커피 시장 규모는 2018년 5433억원에서 2022년 1조327억원으로 두 배가량 성장했다.
이 기간 조제커피 시장은 8512억원에서 7860억원으로 감소했다. 조제커피는 원두의 원액을 추출해 학향제나 설탕 등 다른 성분을 넣은 커피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가루 형태로 만들어진 믹스커피를 꼽을 수 있다.
볶은커피가 바로 스페셜티 원두와 관련된 시장이다. 5년 전만 해도 국내 커피 시장은 조제커피와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RTD(Ready to Drink) 액상커피가 가장 큰 파이를 차지했지만 점점 커피 즐기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원두를 볶은 볶은커피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볶은커피 시장의 성장은 원두 구독 서비스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정기 결제를 하면 매주 혹은 매달 원두를 제공받는 식이다. 특히 국내 원두 구독 서비스 성장의 배경에는 기업들이 복지 차원에서 사내에 원두커피를 적극 배치하고 있는 점이 한몫했다.
조원진 커피 칼럼니스트는 "조제커피를 비롯해 인스턴트커피 시장 규모가 작아진 것은 기업들이 사내에 비치하던 커피를 믹스커피에서 원두커피로 바꾸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라며 "B2B 형태로 기업들에게 원두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들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2021년 8월부터 원두 제공업체인 '커피 리브레'에서 원두를 제공받고 있다. 또 유명 커피 전문점인 프리츠커피, 테라로사, 커피템플, 180커피로스터스 등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본사에 프리츠커피를 입점시켰으며 현대카드도 호주의 유명 스페셜티 브랜드 '스몰배치'가 본사에 입점돼 있다.
푸드 컴퍼니 SPC는 본사 1층에 직원을 위한 커피 체험공간인 '오픈커피스테이션'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32종 이상의 커피와 티를 맛볼 수 있으며, 직접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커피 복지를 위해 다양한 커피 회사와 협업을 진행하며 볶음커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도 단지 내에 커피를 배우고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커피 구독 서비스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원진 칼럼니스트는 "스타벅스의 경우 예전에는 공간 제공과 함께 커피 퀄리티가 좋았던 부분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며 "이제는 스타벅스를 대체할, 좋은 원두커피를 접할 수 있는 곳이 그만큼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있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 역시 커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보다는 원두 구독 서비스가 더 활성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국내 역시 스페셜티 커피 산업 위주로 커피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는 "국내 스페셜티 커피 산업이 전체 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면서도 "원두 구독 서비스에 참여하는 제공업체들이 늘고 있고 이용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스페셜티 커피 구독 모델이 결국 커피 프랜차이즈 구독 서비스보다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포지션 애매해진 대형 프랜차이즈
한편 커피 시장이 가성비-고급화로 양극화되면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포지션은 점점 더 애매해지고 있다. 값싼 커피를 원하는 사람은 메가MGC커피나 컴포즈커피를 찾고 있으며 고급 원두커피를 원하는 사람은 원두를 정기 구독하거나 직장, 학교, 아파트 내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경향이 짙어져서다.
접근성 부분도 문제다. 스타벅스의 경우 주요 도심지가 아닌 공간이 넓은 도심 외곽에 신규 매장을 내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는 접근성이 좋은 저가커피 업체들과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최근 발간한 '커피 트렌드 2024'(15~59세/2000명)에 따르면 최근 1개월(8월 19~26일) 내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이용자(대표 표본 200명/중복응답)들의 월 평균 이용 빈도를 보면 스타벅스는 5.49회, 투썸플레이스는 2.27회, 이디야는 4.37회를 기록했다. 반면 저가커피업체인 메가MGC커피는 6.98회, 컴포즈커피는 7.61회로 방문횟수가 더 많았다.
메가MGC커피의 이용 빈도가 늘어난 이유(중복응답) 1위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서'(62.5%), 2위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어서'(41.3%)가 차지했다.
반면 스타벅스의 이용 빈도가 줄어든 이유 1위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49%)와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장이 없어서'(23.5%)가 차지했다. 투썸플레이스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53.8%)가 1위,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장이 없어서(40.4%)가 2위를 차지했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의 낮은 접근성과 비싼 가격이 이용 빈도가 줄어든 원인인 셈이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수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과 같은 품질과 서비스 등을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하락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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