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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 속속 진출하는 VC와 한국 기관들…이유와 성과는?[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한국 VC 2000년대 초반부터 동남아에 진출
중소벤처기업 관련 기관들…동남아 곳곳에 지원 센터 열어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8월 26일 싱가포르 콘래드 싱가포르 오차드에서 열린 'K-Innovation Day in Singapore' 2부 행사에서 재외공관 간담회를 개최, 'K-스타트업 네트워킹 지원사업' 경과를 보고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요즘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려는 한국의 벤처캐피탈(VC)이나 스타트업들을 보면 가끔 이 노래가 생각난다. 

동남아시아 중심지인 싱가포르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관광뿐만 아니라 신사업 기회를 찾는 기업인들부터 동남아시아 투자 기회를 보기위한 투자자들까지. 그리고 한국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각종 기관들의 스타트업 센터 개소도 활발하다. 

먼저 한국 VC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에 대해 살펴보자.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한국 VC의 싱가포르 사무소 개소의 역사는 2000년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베스트는 2002년 한국과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한싱하이테크투자조합을 결성하였는데 당시 싱가포르 정부의 출자조건에 따라 2003년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개소하였다. 이후 현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전신인 KTB네트워크가 2006년 싱가포르 그리고 2008년 태국 방콕에 연이어 진출하였다. 두회사 모두 2010초반 사무실을 닫았지만 인터베스트는 2021년, 우리벤처파트너스는 2022년 다시 싱가포르 사무소를 열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08년 베트남 호치민에 처음으로 동남아시아 사무소를 열었으며, 2019년에 자카르타에 이어 2022년 싱가포르 사무소를 개소하였다. 

싱가포르 동남아 진출 전진기지 역할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19년 법인을 설립하여 2021년 현지에서 펀드를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하였고, 2023년 6천만달러(약 82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하였다. SV인베스트먼트는 2020년 싱가포르에 진출하여 현재 라이선스취득중에 있으며, 인도네시아 VC인 이스트벤처스와 함께 1억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공동운영 역외펀드 결성중에 있다. 

그외 한국의 엑셀러레이터인 어썸벤처스가 2019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여 2024년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초기 투자를 위한 펀드결성을 시작하였으며, ES 인베스터도 싱가포르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한국 VC 들이 동남아시아, 인도 등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흥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첫번째 이유는 제도적인 측면이 크다.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 투자 등 관련 제도 정비가 잘 되어있다. 두번째로는 관련 분야 사람들이 모여 있어 정보를 취득하는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리고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와 인도에 2~3시간이면 갈 수 있고 비행편수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법인운영에 따른 어려움도 존재한다. 

첫 번째는 운영비와 인력이다. 싱가포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가 되었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물가 등 여러가지 측면서 법인의 운영비가 상당하다. 싱가포르에는 상대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한데 이로 인해서 필요한 인력을 찾는데도 쉽지 않고 채용할 때 임금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두 번째는 딜 발굴 및 현지투자이다. 동남아시아는 11개국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도까지 포함한다고 했을 때 최대 12개국을 보아야 한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등 주요국만 따지더라도 5~6개 나라를 보아야 된다. 이들 나라는 문화, 언어, 투자관련 제도 및 회사법이 모두 달라 투자시 많은 검토가 필요하고, 현지 네트워크가 없다면 투자처 발굴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는 엑시트(Exit) 즉 회수시장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코스닥을 가지고 있고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발한 우리나라나 M&A를 통한 회수가 주를 이루는 미국과 유럽시장과 달리 현지 IPO시장이 활발하지 않고 M&A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일정기간이 지난후 목표 수익률 이상으로 회수를 해야하는 벤처캐피탈의 입장에서는 이는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투자시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VC입장에서 현지에서 LP 즉 펀드 출자자를 찾는 것도 가장 큰 목표이나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투자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출자자 모집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지원센터 구축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각 기관의 센터개소도 활발하다. 한국의 중소벤처기업 종합지원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스타트업 현지 진출을 위한 코리아스타트업센터(KSC)를 2020년 싱가포르에 개소하였고 현재 하노이에서도 동 센터를 운영중에 있다. 금년말 자카르타에 중소벤처기업의 현지진출을 위한 센터(GBC)를 개소할 예정이며, GBC는 이미 태국 방콕, 베트남 하노이 및 호치민에도 위치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싱가포르와 하노이, 호치민에 센터(KICC)를 운영중이며, 한국관광공사가 싱가포르에 센터를 가지고 있고 올해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싱가포르에 진출하였다. 민간 기관으로서는 KB 국민은행이 2022년 KB 글로벌 핀테크랩을 싱가포르에 열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거쳐가야 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벤처캐피탈 포함 한국기관들의 진출이 활발한 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 동남아시아가 한국의 벤처캐피탈 및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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