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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 체임버에서 질식사...“유례 없는 사고”

체임버, 설계 단계부터 여러 안전 표준 적용
현대차 울산공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연구원 사망사고 발생한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들은 모두 연구원이다. 이들 중 2명은 현대차 남양연구소 소속, 1명은 협력업체 소속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관계 당국의 1차 합동 감식은 현재 마무리된 상태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전동화품질사업부 차량성능 테스트 공간(체임버) 1차 합동감식이 마무리됐다. 이번 합동감식은 약 7시간 가량 진행됐고, 비공개로 이뤄졌다.

사고는 지난 19일 발생했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차량 성능 테스트를 진행해던 연구원 A씨(45)·B씨(38)·C씨(26) 등 3명이 질식해 사망했다. 경찰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등에 따르면 이들은 사고 당일 오후 3시경,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 4공장 내 전동화품질사업부 차량 성능 테스트 공간(체임버)에서 동료 직원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 등은 이날 오후 12시 50분경부터 주행 테스트 및 공회전(아이들링) 테스트를 위해 체임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지나도 이들은 체임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 직원이 체임버로 들어가 질식한 상태인 연구원들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씨 등은 의식을 잃은 채 각각 실험 차량인 GV80 운전석과 보조석, 뒷좌석에 탑승해 있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후 3시 10분 즘이다. 이후 약 10분 뒤인 오후 3시 21분경 사내 구급차로 1명을, 약 2분 뒤인 23분경에는 119 구급차로 나머지 2명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모두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현대차는 사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울산경찰청 관계자가 20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 4공장 입구에서현장감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고의 중심 ‘체임버’


사고가 발생한 체임버는 차량 1대 정도 들어가는 크기의 밀폐 공간이다.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 환경 적응성 등을 시험하기 위해 설계됐다. 체임버는 극한의 조건을 인공적으로 재현해 주행 상황에서 차량의 반응을 분석하는데 사용된다.

자동차 테스트 체임버는 제작 시 여러 안전 표준이 적용된다. 특히 밀폐 공간 체임버의 경우 안전 규정이 더욱 엄격하다. 업계 관계자는 밀폐 공간 체임버에는 배기가스 환기 시스템·일산화탄소·수소·메탄 누출 등 가스 경고시스템을 포함한 여러 안전 기능이 장착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만 테스트 체임버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문가 역시 해당 체임버가 안전 규격을 어기고 생산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안전 표준에 명시된 각종 센서 및 시설들이 예기치 못하게 고장이 나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사실상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테스트 체임버의 경우 국제 안전 표준에 적합하게 설계가 돼있다”며 “따라서 이번 사고가 안전 표준에서 벗어난 체임버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사고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고,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며 “안전 표준에 명시된 각종 센서 및 시설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고장 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체임버에 대한 안전 기준들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의 관건이 체임버에 설치된 ‘배기가스 배출 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인 셈인데, 합동 감식 직후 설비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한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지금으로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20일 고용노동부 산업안전 감독 차량이 합동감식을 위해 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고개 숙인 ‘안전보건최고책임자’


사고 발생 이후 고용부는 사고 작업장에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또 사고 원인과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감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중앙·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해 운영하고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을 현장에 파견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도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 및 책임 규명을 지시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날 문용부 지부장 명의의 ‘중대재해 사망사고 긴급성명서’를 냈다. 금속노조도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중대재해를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대자동차지부 회의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원인 분석 및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상시근로자가 100명이 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등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은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현대차 3분기 사업보고서의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에 명시된 대표이사는 총 3명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의선 대표이사 회장(경영 전반 총괄),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업무총괄·CEO 등), 이동석 대표이사 사장(업무 총괄·생산, 안전 등)이다. 이동석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22년부터 현재까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동석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표이사 CSO로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참담함과 비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며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사는 유가족분들에 대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과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금번 사고를 계기로 회사는 현장 안전 확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의 현장 조사와 원인 규명 과정에 모든 협조를 다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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