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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제쳤다…‘편의점 왕국’ 된 대한민국

[유통대장 편의점]①
편의점, 유통업계서 오프라인 매출 비중 가장 높아
PB·신선식품 등 가성비 상품 판매 주효

서울의 한 GS25 편의점에서 직원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편의점이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왕좌’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전통 오프라인 강자인 백화점을 제치고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소비 침체와 이커머스의 공세 등 여파에도 선방 중인 편의점은 지역 거점 점포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특히 언제, 어디에서든 소비자가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고 최신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제품을 선보여 소비자들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의 3분기 실적도 지난해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제친 편의점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10월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의 매출 비중은 전체에서 17.8%를 차지해 백화점(신세계·현대·롯데, 17.2%)을 앞섰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편의점의 누적 매출은 2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백화점 매출(약 25조4000억원)을 웃돌았다. 
편의점·백화점 유통업 매출 비중 추이.

특히 10월에 편의점이 백화점 매출은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편의점은 지난 6월 매출 비중이 17.1%로 백화점을 1%포인트(p) 앞선 이후로 5개월 연속 오프라인 매출 비중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편의점의 매출 비중은 16.7%로, 백화점(17.4%)과 0.7%p의 격차를 보였으며, 올 상반기에는 0.6%p 차로 좁혀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연간 기준 매출 1위도 편의점이 백화점을 제칠 가능성이 높다. 편의점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을 앞질렀다. 올해 큰 이변이 없다면 3년 만에 백화점까지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편의점과 백화점의 매출 추이는 3분기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GS25와 CU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4.7% 증가했다. 백화점은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8%와 2.1%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만 같은 기간 매출이 2.5% 늘었다.

편의점이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 유통 왕좌에 오른 이유로는 압도적인 점포 수가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5만5000여 개로 추산된다. 편의점 특유의 접근성을 무기로 소규모 쇼핑 수요층의 근거리 쇼핑 채널로 급부상했다.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와 협업해 출시한 CU 밤 티라미수 컵. [사진 BGF리테일]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하는 점도 편의점의 경쟁력 중 하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인기가 높아진 두바이 초콜릿을 빠르게 선보이는가 하면,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흑백 요리사’ 열풍이 불자 각 출연 셰프와 협업한 상품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놨다. 편의점이 트렌드 분석부터 상품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은 통상 3주 안팎이다. 다른 업계에선 최소 석 달이 소요되는데 편의점이 이를 크게 단축했다.

1인 가구·2030 세대를 공략한 소포장·소용량 상품 또한 편의점의 성장을 이끌었다. 고물가 및 소비침체에 맞춰 가성비 높은 제품들을 마련한 것이다. 편의점은 자체브랜드(PB) 라인업을 탄탄하게 갖췄다. CU는 ‘득템시리즈’, GS25는 ‘리얼프라이스’, 세븐일레븐은 ‘세븐셀렉트’를 각각 운영 중이다. 
GS25 신선강화매장 더관악점. [사진 GS리테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표방한 전략도 주효했다. 편의점에서도 과일·채소·정육 등 신선식품 구색을 강화하고 있다. 편의성과 접근성을 중시하는 5060세대와 1~2인 가구 수요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SSM에서 과일과 정육이 매출 1, 2위를 차지하는데, 편의점도 이런 수요를 공략해 매출을 높이고 있다”며 “또 편의점은 매장을 확장하는 반면 대형마트나 SSM의 규모는 점점 줄고 있어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미래는

편의점 업계는 내년에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매출 8조원대를 돌파하는 등 유통 업종 내에서 실적이 가장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25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신종하 BGF리테일 실장은 “경기 상황이 부정적일수록 근거리에서 소량으로 구입하는 소비가 증가해 다른 소매업 매출을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계도 존재한다. 이미 전국에 5만5000개 이상의 점포가 있어서 외형 확장이 어렵고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 편의점 매장 수 증가세는 매년 둔화하고 있다.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상위 3사의 지난해 순증 매장 수는 3177개에 이르렀으나 올 들어선 10월 말까지 1311개에 그친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점포 수가 감소세에 있다. 그러나 출점이 아닌 매장당 매출액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매장 규모를 확장하거나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택한 것이다. 

한국 편의점 산업의 다음 단계 또한 일본과 비슷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피크를 경험했다”며 “베이커리와 키친 등을 고도화하는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고민을 이미 국내 본사에서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GS25와 CU의 양강 구도가 편의점 산업의 성장세를 지속 이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GS25와 CU가 편의점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용호상박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성장할 것”이라며 “두 업체 간의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선 이득이 될 것이고, 앞으로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면서 업계 수준은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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