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부터 한강 노벨상·로제 APT까지...K-콘텐츠의 경제적 가치 [스페셜리스트 뷰]
동남아 한류 넘어 글로벌 문화로 자리잡아
팝·OTT 시리즈·웹툰까지 전 세계 누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K-콘텐츠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24년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블랙핑크 소속 가수 로제의 노래 ‘아파트’(APT)는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에 힘을 실어줬다.
‘K-콘텐츠’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를 의식한 개념이다. 동아시아의 범주에 머무는 한류보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 글로벌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다. K-콘텐츠에서 ‘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K-팝·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웹툰 등으로 대표된다. 또 스마트 모바일 환경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모바일 환경이 급진전되면서 더욱 K-콘텐츠의 해외 진출과 성과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K-콘텐츠의 달라진 세계적 위상으로 경제적 가치가 더욱 커졌다. 특히 2024년은 어느 때보다 K-콘텐츠가 부각된다.
K-콘텐츠의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
K-콘텐츠의 성과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쉽게 엿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2024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글로벌 시청시간 상위 100개 작품 가운데 K-콘텐츠는 15개였다. 전 세계에 학교 폭력의 문제의식을 높인 드라마 ‘더 글로리’는 6억2000만 시청시간으로 3위에 랭크가 됐다. 2023년 상반기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TV 시리즈 가운데 한국 작품의 시청시간 비중은 38.5%에 이르렀다. 영어권을 포함한 전체 TV 시리즈 가운데에서는 14.6%의 비중을 보였다.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무려 80% 이상이 K-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지난 3분기 기준 2억8272만명이다. 약 2억명의 가입자가 K-콘텐츠를 보는 셈이다. 이는 아태지역의 성장세가 견인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아태지역 유료 가입자는 228만명 증가했다.
넷플릭스 2024년 3분기 순이익은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40.9%나 늘었다. 그 배경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과 예능 ‘흑백요리사’의 글로벌 인기가 있었다. 이미 2023년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3년 동안 40개 이상의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다. 2023년 디즈니+에서 론칭된 상위 15개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9개가 K-콘텐츠였다. 디즈니+ 오리지널 흥행작 60%가 한국 작품이라는 것이다.
2025년 디즈니+에서 선보일 아태지역 K-콘텐츠는 무려 10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디즈니 라인업의 20.8%에 해당한다. 이런 적극적인 결정의 배경과 이유는 한국만의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 완벽한 연출까지 3박자가 어울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3년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최대 흥행작 ‘무빙’이다. 월트디즈니 측이 “K-콘텐츠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세계적 수준의 제작 역량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디즈니+는 과거의 성과에만 안주하지도 않는다. 범죄물에 집중했던 모습과 달리 사극과 메디컬 스릴러 등을 처음으로 시도한다. 시대극이나 추리극 등 다양한 장르로도 K-콘텐츠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K-팝 분야의 성과 역시 대단하다. K-팝 시장 규모는 연간 12조7000억원(92억달러)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외 매출이다. 2023년 K-팝 시장의 해외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데이터로 살펴본 K-팝 해외 매출액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K-팝 해외 매출액은 2022년보다 34.3% 증가한 1조2377억원으로 잠정 추계된다. K-팝 시장 해외 매출액이 1조원을 넘은 사례는 처음이다. 긍정적인 것은 K-팝 주요 시장이었던 아시아 외에도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스트리밍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이 다변화하는 양상이므로 매우 고무적이다.
K-팝 아이돌 팬덤 산업 규모도 상당하다. 국제음반산업협회의 2023 세계 음반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 상위 10개 중 5개가 K-팝이었다. 2023년 IBK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 ▲SM ▲JYP ▲YG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4개사의 코어 팬덤 규모는 약 350만명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K-팝 아이돌 팬덤 산업의 규모를 약 8조원으로 추정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벌어 들이는 저작권료 또한 어마어마하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징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징수한 음악 저작권료는 약 2억7900만유로(약 4165억원)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9.6% 증가한 것이다.
한정판 앨범과 콘서트 앨범 등이 K-팝 팬의 수요 증가와 함께 급증했다. 코로나 19 엔데믹으로 공연 사용료 징수 규모도 늘었다. 라이브 공연과 콘서트 투어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거둬들인 공연 사용료는 약 507억원, 2022년과 비교하면 약 22% 늘었다.
K-콘텐츠를 논할 때 웹툰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웹툰 기업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까지 한 상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유통 웹툰 수는 9528개다. 2023년 같은 기간(5350개) 대비 78% 늘어난 것이다.
다만 유료 결제가 줄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24년 웹툰 월평균 지출 비용 가운데 5000원 미만이 55.7%로 집계됐다. 지난해 46.4%보다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웹툰에 지출하는 전체 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보면 1000~3000원 미만이 2023년 18.1%에서 23%로 증가했다. 1000원 미만도 2023년 9.1%에서 14.1%로 증가했다. 반면 3000~5000원 미만은 2023년 19.2%에서 18.6%로 줄었다. 이런 수치를 보면 웹툰에 쓰는 지출이 줄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외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콘텐츠는 제작 및 유통이 중요하지만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지속해서 활용하는 산업적 모색과 전략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K-콘텐츠 산업은 매출은 2.4배, 수출은 5.7배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콘텐츠 IP 산업 매출 규모는 34조4710억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6년 기준 예상 매출액이 46조9840억원에 이르며, 향후 3년간 36.3%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로 번진 K-콘텐츠...앞으로의 미래는?
K-팝을 즐기는 세계 10~30대의 인구학적 특성을 생각하면 8조원의 팬덤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팬덤의 구성원이 되면 상당 기간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하고 점차 경제적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코어 팬덤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Z 세대의 특성은 한 팬덤에만 머물지 않고 크로스 팬덤의 경향을 보인다. 그렇기에 K-팝이 특정 아이돌그룹에 집중하기보다는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 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K-팝 위기론에 대한 대응이 심화할 것이다. K-팝이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이브의 설립자 방시혁 의장은 “K-팝에서 K를 떼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한국보다는 무국적성을 함의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융합과 조화가 이뤄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그라데이션 K(Gradation K)의 심화를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생각해야 할 화두도 주목받는다. 블룸버그는 “이런 변화 때문에 K-팝이 실제로 무엇인지, 왜 해외에서 열렬한 팬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K-팝이 인기를 끈 것은 매력적인 가사 때문인지, 한국어 가사와 한국 문화의 독특함 때문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변해도 해외 팬들이 K-팝을 원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적인 개성과 정체성에서 벗어날 때 지금의 K-팝 위상이 유지되거나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될 수 있다. 다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K-팝 해외 시장의 다변화, 신인들의 활약, 꾸준한 해외 진출 노력 등을 고려한다면 해외 매출액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앞으로도 기본적인 원리가 될 것이다.
K가 빠진 콘텐츠의 시도는 다른 오리지널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티빙·웨이브 합병이 임박한 가운데 규모의 경제 즉, 메가 OTT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독보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토종 OTT와 글로벌 OTT를 막론하고 두 가지 축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시즌제나 스핀오프를 통해서 친숙한 콘텐츠를 연장하거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의 도전과 시도는 멈추지 않는 것이다.
특히 시즌제를 통해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활발해질 것이다. 갈수록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선택이 이용자들에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 4분기 최고 기대작인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공개도 전에 2025년 1월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티브이(TV) 드라마상 후보로 지명됐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오징어 게임 모델을 꾀하는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웹툰의 경우는 특히 동남아시아나 일본 지역에서의 선전이 예상된다. 다만 전반적으로 전문 유료 웹툰의 충성도 높은 원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웹툰의 장점과 드라마의 장점을 절묘하게 메시 업(Mash up)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진다. 당연히 노하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콘텐츠’는 국내가 아니라 해외를 의식한 개념이다. 동아시아의 범주에 머무는 한류보다 더 확장된 개념으로 글로벌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다. K-콘텐츠에서 ‘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K-팝·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웹툰 등으로 대표된다. 또 스마트 모바일 환경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모바일 환경이 급진전되면서 더욱 K-콘텐츠의 해외 진출과 성과가 커진 것이 사실이다. K-콘텐츠의 달라진 세계적 위상으로 경제적 가치가 더욱 커졌다. 특히 2024년은 어느 때보다 K-콘텐츠가 부각된다.
K-콘텐츠의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
K-콘텐츠의 성과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쉽게 엿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2024년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글로벌 시청시간 상위 100개 작품 가운데 K-콘텐츠는 15개였다. 전 세계에 학교 폭력의 문제의식을 높인 드라마 ‘더 글로리’는 6억2000만 시청시간으로 3위에 랭크가 됐다. 2023년 상반기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TV 시리즈 가운데 한국 작품의 시청시간 비중은 38.5%에 이르렀다. 영어권을 포함한 전체 TV 시리즈 가운데에서는 14.6%의 비중을 보였다.
넷플릭스 측은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무려 80% 이상이 K-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는 지난 3분기 기준 2억8272만명이다. 약 2억명의 가입자가 K-콘텐츠를 보는 셈이다. 이는 아태지역의 성장세가 견인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아태지역 유료 가입자는 228만명 증가했다.
넷플릭스 2024년 3분기 순이익은 2023년 같은 기간 대비 40.9%나 늘었다. 그 배경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과 예능 ‘흑백요리사’의 글로벌 인기가 있었다. 이미 2023년 넷플릭스는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는 3년 동안 40개 이상의 한국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다. 2023년 디즈니+에서 론칭된 상위 15개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9개가 K-콘텐츠였다. 디즈니+ 오리지널 흥행작 60%가 한국 작품이라는 것이다.
2025년 디즈니+에서 선보일 아태지역 K-콘텐츠는 무려 10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디즈니 라인업의 20.8%에 해당한다. 이런 적극적인 결정의 배경과 이유는 한국만의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 완벽한 연출까지 3박자가 어울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23년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최대 흥행작 ‘무빙’이다. 월트디즈니 측이 “K-콘텐츠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세계적 수준의 제작 역량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디즈니+는 과거의 성과에만 안주하지도 않는다. 범죄물에 집중했던 모습과 달리 사극과 메디컬 스릴러 등을 처음으로 시도한다. 시대극이나 추리극 등 다양한 장르로도 K-콘텐츠의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K-팝 분야의 성과 역시 대단하다. K-팝 시장 규모는 연간 12조7000억원(92억달러)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외 매출이다. 2023년 K-팝 시장의 해외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데이터로 살펴본 K-팝 해외 매출액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K-팝 해외 매출액은 2022년보다 34.3% 증가한 1조2377억원으로 잠정 추계된다. K-팝 시장 해외 매출액이 1조원을 넘은 사례는 처음이다. 긍정적인 것은 K-팝 주요 시장이었던 아시아 외에도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스트리밍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이 다변화하는 양상이므로 매우 고무적이다.
K-팝 아이돌 팬덤 산업 규모도 상당하다. 국제음반산업협회의 2023 세계 음반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 상위 10개 중 5개가 K-팝이었다. 2023년 IBK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 ▲SM ▲JYP ▲YG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4개사의 코어 팬덤 규모는 약 350만명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K-팝 아이돌 팬덤 산업의 규모를 약 8조원으로 추정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벌어 들이는 저작권료 또한 어마어마하다.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이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징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징수한 음악 저작권료는 약 2억7900만유로(약 4165억원)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 9.6% 증가한 것이다.
한정판 앨범과 콘서트 앨범 등이 K-팝 팬의 수요 증가와 함께 급증했다. 코로나 19 엔데믹으로 공연 사용료 징수 규모도 늘었다. 라이브 공연과 콘서트 투어가 회복됐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거둬들인 공연 사용료는 약 507억원, 2022년과 비교하면 약 22% 늘었다.
K-콘텐츠를 논할 때 웹툰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웹툰 기업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까지 한 상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유통 웹툰 수는 9528개다. 2023년 같은 기간(5350개) 대비 78% 늘어난 것이다.
다만 유료 결제가 줄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24년 웹툰 월평균 지출 비용 가운데 5000원 미만이 55.7%로 집계됐다. 지난해 46.4%보다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웹툰에 지출하는 전체 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보면 1000~3000원 미만이 2023년 18.1%에서 23%로 증가했다. 1000원 미만도 2023년 9.1%에서 14.1%로 증가했다. 반면 3000~5000원 미만은 2023년 19.2%에서 18.6%로 줄었다. 이런 수치를 보면 웹툰에 쓰는 지출이 줄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외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 콘텐츠는 제작 및 유통이 중요하지만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지속해서 활용하는 산업적 모색과 전략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K-콘텐츠 산업은 매출은 2.4배, 수출은 5.7배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콘텐츠 IP 산업 매출 규모는 34조4710억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6년 기준 예상 매출액이 46조9840억원에 이르며, 향후 3년간 36.3%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로 번진 K-콘텐츠...앞으로의 미래는?
K-팝을 즐기는 세계 10~30대의 인구학적 특성을 생각하면 8조원의 팬덤 규모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팬덤의 구성원이 되면 상당 기간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하고 점차 경제적 구매력이 상승하면서 코어 팬덤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Z 세대의 특성은 한 팬덤에만 머물지 않고 크로스 팬덤의 경향을 보인다. 그렇기에 K-팝이 특정 아이돌그룹에 집중하기보다는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 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K-팝 위기론에 대한 대응이 심화할 것이다. K-팝이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이브의 설립자 방시혁 의장은 “K-팝에서 K를 떼야 한다”고 했다. 이는 한국보다는 무국적성을 함의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사이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융합과 조화가 이뤄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그라데이션 K(Gradation K)의 심화를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생각해야 할 화두도 주목받는다. 블룸버그는 “이런 변화 때문에 K-팝이 실제로 무엇인지, 왜 해외에서 열렬한 팬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K-팝이 인기를 끈 것은 매력적인 가사 때문인지, 한국어 가사와 한국 문화의 독특함 때문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변해도 해외 팬들이 K-팝을 원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국적인 개성과 정체성에서 벗어날 때 지금의 K-팝 위상이 유지되거나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될 수 있다. 다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K-팝 해외 시장의 다변화, 신인들의 활약, 꾸준한 해외 진출 노력 등을 고려한다면 해외 매출액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앞으로도 기본적인 원리가 될 것이다.
K가 빠진 콘텐츠의 시도는 다른 오리지널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티빙·웨이브 합병이 임박한 가운데 규모의 경제 즉, 메가 OTT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독보적인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토종 OTT와 글로벌 OTT를 막론하고 두 가지 축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시즌제나 스핀오프를 통해서 친숙한 콘텐츠를 연장하거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의 도전과 시도는 멈추지 않는 것이다.
특히 시즌제를 통해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활발해질 것이다. 갈수록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선택이 이용자들에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 4분기 최고 기대작인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공개도 전에 2025년 1월 열리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티브이(TV) 드라마상 후보로 지명됐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오징어 게임 모델을 꾀하는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웹툰의 경우는 특히 동남아시아나 일본 지역에서의 선전이 예상된다. 다만 전반적으로 전문 유료 웹툰의 충성도 높은 원작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웹툰의 장점과 드라마의 장점을 절묘하게 메시 업(Mash up)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진다. 당연히 노하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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