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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스페셜티 커피' 진출,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이코노 인터뷰]

한민경 커피앳웍스 사업팀 팀장 인터뷰
업계 최초 '개인 맞춤 로스팅' 도입, 원두 제공 서비스까지
'최고의 생두·환경'으로 좋은 커피를 만들다

한민경 커피앳웍스 사업팀 팀장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커피앳웍스 동부이촌동점 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개인 맞춤형 원두를 만들어 드립니다. 이곳에 원하는 원두를 생각하며 체크를 해주시겠어요?.”

내가 원하는 맞춤형 원두로 만들어진 커피를 먹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수만 잔의 커피를 마셨지만 이 커피는 정말 특별했다. 물론 ‘생두를 이렇게 볶아달라’는 등 고수급의 요구는 필요 없다. 그저 우리는 체크리스트에 있는 구수한 맛의 정도나 산미의 높고 낮음 등을 선택하면 된다. 또 로스팅된 원두는 핸드드립, 드립백, 캡슐 등 내가 원하는 형태로 받을 수 있다. ‘나만의 원두’가 탄생하는 셈이다. 

품질 좋은 원두를 바탕으로 만든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전문업체들의 커피 서비스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커피앳웍스는 2019년 업계 최초로 소비자 맞춤형 ‘커스텀 커피 로스팅’을 시작하며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민경 커피앳웍스 사업팀 팀장을 만나 회사가 생각하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대해 들어봤다.   

‘최고 원두’로 ‘최고 커피’를 만들다

커피앳웍스는 식품 대기업 SPC가 2014년 론칭한 커피 브랜드다. 서울 경기권에 5개 매장을, 인천공항 내부에만 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물론 흔하디흔한 커피 전문점은 아니다. 커피앳웍스는 현지 원산지와 계약을 맺고 직접 공급받는 최고급 생두를 바탕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 업체이기도 하다. 특히 동부이촌동 본점은 ‘커스텀 커피 로스팅’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2014년도는 국내에 스페셜티 커피가 조금씩 도입되기 시작한, 거의 초창기 시절이었죠. 이 시기에 커피앳웍스가 만들어져 스페셜티 커피를 도입했어요. 다른 스페셜티 커피 전문 업체들보다는 먼저 시작한 셈이죠. 매장에서 다른 전문점보다 더 많은 종류의 커피를 제공하고 있어요. 특히 고객이 원하는 타입의 원두를 자리에서 바로 로스팅해 주는 서비스는 저희만의 차별화 포인트죠. 앞으로 더 많은 매장에서 이 컨셉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커피앳웍스는 매장 판매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원두 구독 서비스, 다양한 드립백 및 캡슐 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18%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B2B(비즈니스 to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커피 전문점이나 기업체에 원두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로스터리 기기 렌탈 등도 진행 중이다. 최근 기업체들은 ‘커피 복지’를 강화하면서 장비 렌탈과 원두 구독을 함께 원하는 편이다.

“요즘은 기업체들이 복지 차원에서 고급 커피를 사내에서 제공하기 위한 수요가 많아요. 저희는 원두 제공은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고객사를 방문해 커피 품질을 점검해 드리고 있어요. 또 머신 및 그라인더 기기의 초기 세팅도 지원하고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대상으로는 커스텀 커피 설계도 진행합니다. B2B사업은 2020년에 시작해 아직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요. B2B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비중을 더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 팀장은 스페셜티 커피 업체의 차별화 지점은 결국 ‘얼마나 좋은 생두를 공급받느냐’와 ‘생두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한다. 맛있는 음식의 핵심은 신선한 원재료에 있고 이 원재료들이 얼마나 신선한지가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우선 커피앳웍스는 좋은 생두를 공급받기 위해 전 세계 7개의 원산지를 시즌별로 돌아가면서 운영 중이다. 한 원산지 농장에서는 여러 업체들과 생두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급 경쟁도 치열하다. 이와 관련 한 팀장은 “콜롬비아에 위치한 한 커피 원산지 농장은 초기 때부터 SPC에서 투자를 진행하며 관계를 쌓아온 덕분에 좋은 생두를 다른 업체들보다 좀 더 빨리 수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커피앳웍스 동부이촌동점에서 점장이 직접 커스텀 로스팅한 원두를 추출하고 있다.[사진 김정훈 기자]

기자의 취향대로 로스팅된 원두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커피 드립백 모습. 기자가 직접 이름을 붙인 ‘첫 만남’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사진 김정훈 기자]
특히 한 팀장은 커피앳웍스의 강점으로 최고급 로스터리 공장 자동화 설비를 꼽았다. 아무리 최고급 생두를 들여와도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커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원두는 온도에 굉장히 민감하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하나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같은 원두를 공급받아도 지점별로 맛이 다를 수 있는 점은 이런 이유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이런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비들을 모두 대규모로 꾸렸어요. 저희 로스터리 공장은 400평 규모인데 이게 업계에서 보면 매우 큰 규모입니다. 전 시설이 해썹(HACCP) 인증도 받았어요. 계약 전 고객사들에게 저희 로스터리 공장을 무조건 안내해드리고 있어요. 아무래도 저희 공정 시설을 보고 나면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치솟는 원두값...기술 연구로 극복”

최근 커피업계의 최대 고민은 치솟는 원두값이다. 아바리카 원두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80% 이상 급등했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전문점들도 치솟는 원두값에 결국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고 있다. 결국 경기 불황 속 팍팍해진 살림살이 탓에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메가카피 같은 저가 커피 전문점으로 향한다.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나 저가 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도 지난 9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든 커피 전문점들의 곡소리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원두값이 계속 오르면 고품질 커피를 지향하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도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팀장은 이 문제를 결국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지금도 가격이 높은 편인데 앞으로가 문제죠. 결국 적당한 품질의 생두를 잘 관리해서 좋은 맛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 연구소에서도 이런 연구를 요즘 진행하고 있고요. 시장 가격을 너무 올리지 않고 맛을 강화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끝으로 한 팀장은 대기업이 스페셜티 시장에 참여한 것을 두고 너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는 개인 사업자들이 많다보니 저희같은 업체들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을 때가 있어요. 커피 관련 행사에 가면 이런 얘기들을 실제로 많이 듣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B2B가 중요해요. 대기업이 개인 업장들을 관리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후 변화로 환경이 어려워진 커피 원산지 농장에 투자를 할 수도 있고요. 어떻게 보면 대기업이 스페셜티 커피 사업을 함으로써 국내 시장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긍정적인 시선으로 좀 바라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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