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안에 FDA 승인받고 미국 시장 진출할 것” [이코노 인터뷰]
[창업도약패키지 선정 기업]⑦ 한종철 마이크로트 대표
에이스트림 활용한 녹내장 수술…안전성 높이고 수술 시간 줄일 수 있어
FDA 승인 위한 임상 준비 중…1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준비 중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2010년대 초반 안과 녹내장으로 세부 전공을 정하고 전문의로서 수련을 밟을 때다. 그가 은사로 모시고 있던 교수는 녹내장 수술의 명의로 인정받는 의사였다. 그의 은사는 직접 개발한 미세 튜브로 난치성 녹내장 환자를 치료해 명성이 높았다. 녹내장 환자는 처음에는 약물 치료나 레이저 치료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이 치료에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병이 계속 진행하면 섬유주 절제술이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녹내장 수술은 각막과 홍채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안방수를 배출해서 안압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섬유주 절제술이라는 녹내장 수술은 의사의 실력에 따라 성공률 편차가 있을 정도로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그의 은사는 미세 튜브를 이용하여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해왔다.
은사가 개발한 마이크로 튜브를 이용한 수술이 환자와 의사에게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기술을 이전받을 수 있는 국내 기업 파트너를 2013년부터 5년 동안 찾아 나섰지만 실패했다. 기업들은 기술은 높게 평가했지만 돈을 벌기는 어렵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한국 시장을 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하면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2019년 12월 24일 마이크로트(MICROT)라는 녹내장 수술 의료기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안과 부교수로 일하면서 창업에 도전한 한종철 대표가 주인공이다.
현재 그는 미 스탠퍼드대 의대에 방문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줌을 이용했다. 그는 은사를 보면서 세부 전공을 녹내장으로 정했을 만큼 은사에 대한 신뢰감이 높았고, 은사가 보여준 기술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한 대표는 “그분의 데이터를 내가 정리할 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이 기술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에이스트림 활용 수술…안전성·효과 높이고 수술 시간 줄여
한 대표의 도전은 ‘랩용 기술의 상용화’라는 연구소의 과제를 직접 해결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기술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마이크로트를 창업 후 에이스트림(A-Stream)이라는 녹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길이 6mm 정도의 초소형 의료기기 개발에 성공했다. 요즘 녹내장 수술 기법으로 많이 대중화되고 있는 미세 침습 녹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녹내장 수술에 많이 사용되는 섬유주절제술은 효과도 좋지만 부작용의 위험이 많다. 수술하는 의사의 실력에 따라 수술 결과의 편차가 크다고 한다. 이에 반해 에이스트림을 이용한 수술은 기존 녹내장 수술보다 수술 시간이 짧고 안전성도 높다고 한다. 한 대표는 “에이스트림을 사용하면 경험이 적은 의사들도 숙련된 의사들과 비슷한 수술 결과를 만들 수 있다”면서 “기존 수술 방법은 효과가 높지만 리스크도 크다는 단점이 있는데 에이스트림을 이용하면 좀 더 예측가능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트림을 활용한 수술은 현장 의사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스트림은 2023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한국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다. 에이스트림을 이용한 누적 수술 건수는 이미 700건을 넘었고, 녹내장 전문의 300여 명 중에서 50인 이상이 이를 활용했다. 한 대표는 “에이스트림의 예측 가능성과 안전함 덕분에 녹내장 수술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안전하고 유용한 수술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 대표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자신하고 있다. 미 대학에서 만난 아시아계 미국인 교수의 도움을 받아서 네트워크를 쌓고 있고, 얼마 전에는 제이앤피메디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FDA 인허가를 준비 중이다.
FDA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을 거쳐야 한다. 신약이나 의료기기 개발에서 꼭 거쳐야 하는 게 임상 단계인데, 높은 자본력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한 대표는 FDA 승인을 받는 데 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한다. 그는 “에이스트림은 이미 생체에 안전한 재료로 잘 알려진 medical grade silicone으로 제조됐다. 대략 60~70여명의 환자에게 수술을 시행하여 1년간 효과와 부작용을 관찰하는 FDA 510K 정도의 임상 트랙을 통해 인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한국에서 좋은 임상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FDA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창업 후 이미 75억원 정도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그의 목표에 동감하는 구성원이 어느 덧 25명으로 늘었고, 매출액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됐고, 지난 7월에는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술력과 성장성도 인정받았다.
2025년에도 그는 바쁘게 지내게 될 것이다. 우선 임상을 위한 후속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방문교수 역할 이후 임상 진행 상황에 따라 교수와 회사 대표로서 업무를 어떻게 균형 있게 유지할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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