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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72명 불러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징역 20년 '철퇴'

피해자 "온 사회가 증인 되기 바랐다.. 재판공개 후회 안해"
유럽 각국 정상들도 응원…숄츠·산체스 "지젤 고마워요"

재판 후 법원을 떠나며 언론 앞에 선 피해자 지젤 펠리코(가운데). [AFP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십 수 년에 걸쳐 아내에게 몰래 약물을 먹인 뒤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성폭행하게 한 프랑스 남편이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판결에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정상들도 여성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릇된 성인식을 지닌 채 자신의 아내를 향해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른 데 대한 판결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19일(현지시간) AFP 통신, RTL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 있는 1심 법원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도미니크 펠리코(72)가 아내였던 지젤(72)에게 약물을 먹이고 수 십 명에게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로저 아리타 재판장은 펠리코가 형기의 3분의 2를 복역할 때까지 가석방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펠리코는 2011년 7월∼2020년 10월 지젤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를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인터넷 채팅으로 모집한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지젤을 성폭행한 남성들도 기소돼 지난 9월부터 재판받았다. 이들은 범행 당시 연령이 22세부터 74세까지 광범위했다. 직업도 다양하다.

펠리코의 범행에 응한 남성 49명에 대해서는 각기 성폭행, 성폭행 미수, 성추행 혐의가 인정됐다. 범죄에 따라 3∼15년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중 2명은 형량 일부에 대해 집행유예를 받았다. 또한 펠리코의 범행 수법을 모방해 자기 아내에게 약물을 먹이고 펠리코에게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장피에르 마레샬은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인 지젤은 방청석에 앉아 이들의 선고를 지켜봤다. 그가 법정에 들어가는 동안 지지자들이 손뼉을 치며 "고마워요 지젤"이라고 외쳤다. 지젤은 "부끄러움은 가해자들의 몫이어야 한다"라며 공개 재판을 요구하고 법정에서 가해자들을 마주해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여성인권단체들과 펠리코의 자녀들은 피고인들의 형량이 너무 관대하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그러나 지젤은 이날 선고 후 취재진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짧게 말했다. 이후 낸 성명에서는 "이 재판은 대단히 힘든 시련이었다"면서도 "이 재판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온 사회가 여기서 일어나는 논의에서 증인이 돼 주기를 바랐고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이제 남녀가 똑같이 모두 존중과 상호 이해 속에 살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찾을 우리의 역량을 신뢰한다"라고 덧붙였다. 여성재단(Fondation des Femmes)은 "법원은 지젤 펠리코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수치심은 그들의 것(la honte change de camp)"이라고 전했다.

유럽 각국 정상들도 지젤에게 지지를 보냈다. 엘 브룬 피베 프랑스 하원 의장은 "지젤 펠리코, 당신의 용기에 감사합니다"라며 "세상은 당신 덕분에 더는 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부끄러움은 자리를 바꿔야 한다. 지젤 펠리코, 고맙습니다"라며 "당신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강한 목소리를 줬다. 부끄러움은 언제나 가해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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