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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짙어진 중소형 증권사…대형사와 격차 ’심화‘

신년 증권사 CEO 풍향계 ③
중소형사 CEO 연임에 불확실성 가중
부동산 PF 부담…리스크 관리 능력 시험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지난해 리테일 부문의 호황을 기반으로 실적 개선을 이룬 대형 증권사들과는 달리 중소형 증권사들은 주요 사업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업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며 여전히 저조한 실적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오는 3월 임기 만료 예정인 증권사 CEO들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업계는 높아진 불확실성 속에 대형사 및 중소형사 간 실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한 해였다. 대형사의 경우 리테일 부문의 강세를 기반으로 다각화된 사업 영역을 통해 과거 실적의 상당부분을 회복했으나, 높은 부동산 PF 부담을 가지고 있던 중소형사는 지난해 대손부담이 현실화되며 전반적인 수익창출력이 약화됐다.

IB부문 격차 벌어지며 대형‧중소형사간 양극화 심화…CEO 능력 시험대

실제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순수익이 3조9000억원에 달하며 과거 최대 분기 실적인 4조6000원 대비 85% 수준으로 회복했다.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같은 기간 영업순수익이 1조원 수준으로, 과거 최대 분기 실적 1조8000억원 대비 52%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부동산 PF 사업부문에서 대부분 선순위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대형 증권사와는 달리 중‧후순위에 익스포저가 몰려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손실이 현실화되며 IB 사업부문에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IB부문 대손 비용은 대형사의 경우 약 2000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중소형사는 7000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IB부문 영업순수익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형사-중소형사 IB부문 충당금적립전 영업순이익 비교.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실적 양극화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중소형 증권사 대표들의 연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 중소형 증권사 대표들이 모두 지난 2022년 국내 증시 약세 속에 '구원투수' 역할로 선임된 만큼, 지난 2년간의 위험과 기회가 이들에게는 리스크 관리 능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된 까닭이다.

특히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로는 지난해 신용등급이 한단계씩 강등된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꼽힌다. SK증권은 지난해 6월 기업 신용등급 및 파생결합사채 신용등급,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이 각각 한단계씩 강등됐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11월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한단계씩 낮아졌다.

높은 부동산 PF 비중 부담 컸던 SK‧다올투자증권 대표 연임 촉각

두 증권사의 공통점은 과거 부동산 PF관련 사업을 높은 비중으로 진행해, 이로 인한 충당금 부담이 타 중소형사보다 크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손 부담으로 인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도 어려워지면서, 신용평가사들은 이들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 두 증권사 수장들의 거취 역시 주목되고 있다.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각자 대표는 회사가 지난 2022년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자 ‘구원투수’ 역할을 부여받으며 2023년 3월 투입됐다. 황 대표는 취임 이후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신설한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수익을 내는 등 성과를 입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영업수익 커버리지가 78% 수준으로 저하되며 고정비 부담을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라는 중책을 맡으며 지난 2022년 12월 선임된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도 부동산 PF라는 '늪'을 아직은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두 각자 대표는 취임 이후 SK증권의 약점으로 꼽혔던 높은 고정비 지출 비용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25개 지점을 20개로 통폐합하고, 임직원 및 임원수를 줄이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부동산 PF 관련 대손 부담이 지속되며 4분기 연속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한화투자‧신영‧LS증권 등도 임기만료…연임에 다양한 변수 작용할 듯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23년 한두희 대표가 한화자산운용에서 자리를 옮기며 기대를 모았으나, 실적 개선과 조직개편 성과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취임 후 자산관리(WM) 부문을 확대 개편하며 누적 당기순이익을 2023년 3분기 기준 190억 원에서 지난해 330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부동산 PF 분류 기준 강화로 수백억 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의 실적을 유지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토스뱅크 주식 계정 재분류로 발생한 일회성 순이익 442억 원을 제외하면 실적 제고 폭이 크지 않아, 증권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원종석‧황성엽 각자대표가 신영증권은 ‘자산관리(WM) 명가’라는 명성에 걸맞는 실적을 보여주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줘, 무난한 연임이 예상된다. 

연임에 실적 외 변수가 예상되는 증권사도 있다. 김원규 LS증권 대표는 지난 2019년 LS증권의 전신인 이베스트증권 대표로 취임해 증권업계 내 순이익 규모를 28위에서 13위로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톡톡히 증명했다. 2021년에는 16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베스트증권이 지난해 LS그룹에 편입된 것을 감안하면 그룹사 차원에서 ‘새 얼굴’을 앉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LS그룹은 LS마린솔루션(전 KT서브마린) 인수 1년여만에 구본규 LS전선 대표를 신규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이 밖에 나머지 중소형 증권사 CEO들의 경우 아직 임기만료까지 기한이 남아있다. 신명호 BNK증권 대표의 경우 지난 2024년 1월 임기가 시작돼 올해 말까지 대표직을 수행한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성무용 iM증권 대표,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 만료된다. 뤄즈펑 유안타증권 대표,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의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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