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에서도 살 수 있는 中 전기차, 이젠 한국 ‘정조준’ [특파원리포트]
中 전기차 시장 급성장, 올해 내연차 비중 추월 전망
내수 시장 한계‧공급 과잉, 위기 타파 위해 해외 진출 추진
이데일리 미국과 중국 특파원이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생생한 경제·산업 분야의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이명철 이데일리 베이징 특파원]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을 가면 내부에 자리 잡은 전기차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올라선 비야디(BYD)나 미국의 테슬라뿐 아니라 리오토, 엑스펑 등 다양한 브랜드의 전기차 매장들이 자리를 잡았다. 쇼핑몰을 지나다 보면 장바구니를 들고 전기차를 둘러보거나 직접 타보는 중국인들이 적지 않다. 마치 물건을 쇼핑하듯 전기차를 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전기차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정부 차원의 정책에 힘입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려는 수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 비중이 내연기관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사면 200만원” 정책 지원 효과 톡톡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331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이중 전기차 판매량은 47.4%나 증가한 151만2000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한 달 판매량이 150만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7월부터 4개월 연속 50%를 넘고 있다.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 절반 이상은 전기차를 선택하고 있다는 말이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전기차 판매 비중이 내연기관차를 넘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투자은행 등의 최신 데이터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중국의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1200만대를 넘어 내연기관차 판매량(1100만대)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단체인 중국전기차100인회(100인회)도 최근 올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50만대(수출 포함)로 전년 대비 30%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의 판매 비중은 55%를 초과해 연간 기준으로 처음 50%를 넘을 것으로 봤다.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정책 지원의 영향이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자동차와 가전 등 소비재에 대한 이구환신(헌 제품을 새것으로 교환) 방침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보상판매 방식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주는 보조금을 기존 1만위안(약 198만원)에서 최대 2만위안(약 397만원)으로 확대했다.
올해도 전기차 전환 시 보조금을 주는 정책은 계속할 예정이다. 최근 중국 정부 발표를 보면 기존 승용차를 보유한 사람이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대 1만5000위안(약 297만원), 내연기관차 구매 시 최대 1만3000위안(약 257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더 주면서 자연스럽게 전기차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 BYD‧지리‧샤오펑‧광치아이안 등은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무이자 할부‧현금 지급‧보험 보조금을 제공하고 화웨이의 최신 트리폴드(두 번 접는 폴더블폰) 스마트폰을 사은품으로 주기도 한다. 중국 내 수입 전기차들도 할인을 통해 소비자 잡기에 나선다. 테슬라는 이달 말까지 5년 무이자 금융 혜택과 함께 차량 교체 시 국가 보조금 등을 합해 최소 5만위안(약 991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스포츠유틸리치차량(SUV)인 EQA 구매 시 기존 국가 보조금 외 특정 모델은 추가로 1만위안의 현금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성장 이면 부작용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할인 경쟁이 마냥 긍정적인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실상을 살펴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 이면에는 공급 과잉이 초래한 저가 경쟁과 이에 따른 업체들의 손실 확대라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베이징자동차(BAIC), 상하이자동차(SACI) 같은 기존 자동차 업체는 물론 BYD, 화웨이 등 대기업들이 전기차를 적극적으로 팔고 있다. 다만 화웨이는 직접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고 제조업체들과 협업 방식으로 만들어 출시한다.
여기에 리오토·엑스펑·니오 같은 전기차 1세대 업체들이 있고 수많은 신생 업체들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전 브랜드인 샤오미가 처음으로 전기차 SU7(수치)를 출시하기도 했다. 중국 내수 시장이 크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업체들이 참여한 전기차 시장은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 시장의 수요는 한정적인데 공급이 늘어나니 할인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기차 판매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지난해 11월 세부 결과를 보면 업체들은 뚜렷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 전기차 신생업체 중에서도 규모가 큰 리오토, 니오의 경우 각각 약 4만8700대, 2만1000대를 판매했고 신생 전기차 업체지만 인지도가 높은 샤오미도 2만3000여대를 팔았다. 반면 신생업체인 지시(650대), 촹웨이(582개), 지싱(110대)들은 한달에 1000대를 팔지도 못했다. 지시의 경우 지난해 1~11월 누적 판매량이 4127대로 웬만한 대형 업체 한달 판매량에도 못 미쳤다.
재무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신생 전기차 업체 중 사실상 성과를 내는 곳은 리오토가 유일하다. 리오토는 지난해 3분기 28억위안(약 5549억원)의 수익을 거뒀고 1065억위안(약 21조원)의 현금을 보유해 리스크 대응력도 갖췄다. 반면 니오의 경우 지난해 전기차 19만여대를 판매했음에도 3분기에만 50억6000만위안(약 1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엑스펑, 샤오미도 3분기 손실이 각각 18억1000만위안(약 3586억원), 15억위안(약 2972억원)이다. 손실이 확대되면서 쌓아둔 현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선택은 해외 수출이다. 이미 중국은 유럽연합(EU)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갖추고 있지만 관세 인상의 여파로 진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 전기차 공습에서 예외는 아니다. BYD는 이달 16일 한국에서 브랜드 론칭 행사를 열고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지금도 한국에서 트럭 등 상용차를 팔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형 세단(씰), 준중형 SUV(아토3), 소형 해치백(돌핀) 등 승용차 모델을 통해 본격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자동차기업인 지리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 상표권 등록을 마쳤고 하반기 전시장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는 세단‧SUV‧다목적차량(MPV) 등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 전기차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싼값에 물량을 쏟아내면 안도만 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당장 관세를 인상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 전기차 산업 지원, 보조금 정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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