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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냐, 올리냐”...시중은행 ‘가산금리’ 두고 눈치싸움

[새해 첫 기준금리 ‘동결’] ②
은행권 가산금리 속도 조절 불가피
“은행금리. 기준금리와 같은 흐름 보이진 않아”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은행권에서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금리가 종전과 같은 3.00%로 동결되며, 은행권 가산금리 인하 시점이 다소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날 기준금리 동결 발표와 동시에 농협은행은 오는 18일 대출 가산금리를 약 0.1%포인트(p)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 인위적인 가산금리 인상과는 구분되는 것으로, 통상 1년에 한 번 정도 조정이 이뤄진다. 차주 입장에선 대출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출 차주의 부도율, 부도시 손실률 등 원가 요소 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당분간 은행권의 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을거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에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4년 5개월 만에 금리 인하에 나선 후 11월에도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시중은행 '가산금리' 두고 눈치싸움

실제 연초부터 은행권의 금리 경쟁은 확산한 바 있다. 은행의 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금리를 반영한 ‘지표(기준)금리’와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은행은 가산금리에 업무원가·법적비용·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된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주담대 상품 등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최대 0.1%포인트 낮췄고, SC제일은행은 13일부터 우대금리를 0.1%포인트 높였다. 우대금리가 확대되면 실제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 2일부터 주기형(5년) 주담대 상품의 가산금리를 0.09%포인트 인하했다.

여기에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도 내려갔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22%로 전달인 11월 3.35%보다 0.13%포인트 내렸다. 감소폭도 커져 지난해 1월 코픽스가 전달 대비 0.18%포인트 내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시중 은행들도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다른 은행과의 대출금리 수준과 시장 상황을 보면서 가산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은행마다 결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는 2월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더 커짐에 따라, 다음 달 중 가산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할 거란 의견도 나온다. 국내 경기 여건상 추가 금리 인하가 시간문제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이 연간 단위로 관리하던 대출 한도를 올해부터 ‘월별·분기별’로 관리하기 시작했고 은행권 자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도 시사한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가계대출 잔액이 42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다. 금융위원회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全)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12월 41조6000억원(2.6%) 증가했다. 2023년(10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연간 증가폭이 4배 넘는 규모로 커졌다.

10조원 남짓에 불과하던 2023년과 비교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폭이 1년 만에 4배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겨울철 이사 수요 감소로 인해 작년 12월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됐지만, 새해 들어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어 다시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급증 현상이 작년 12월 들어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엔 1월부터 다시 증가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이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확대하는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행한 각종 대출제한 조치를 이달 들어 속속 완화하고 있지만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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