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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에도 ‘흔들림’ 없는 LCC...계속되는 ‘불안한’ 이륙

[불안한 이륙 LCC]①
LCC 업계 불황 전망에도...여객 수 변동 크지 않아
가성비로 버티는 LCC, 참사 이후 전략 미흡 지적도

설 명절 연휴를 앞둔 지난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연이은 사고에도 저비용항공사(LCC)는 흔들리지 않았다. LCC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최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와 에어부산 화재 사건으로 인해 불거졌다. 이에 LCC 업계는 잠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참사 이후 제주항공을 제외한 LCC 전체 여객 수는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자, LCC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LCC의 무리한 외형 확장과 LCC에 대한 신뢰도 하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냐’는 것이다. 또 가격 경쟁력에만 의존한 LCC 성장 전략 부작용이 결국 잇따른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LCC, ‘대형 참사’에도 흔들림 없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와 에어부산 화재 사건 등이 LCC의 이용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의 여객 수는 급감했지만, 이를 제외하고 살펴볼 경우 LCC 여객 수가 전년과 비슷하거나 되레 소폭 개선된 성적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전체 항공사 여객 수는 986만58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78만1742명) 대비 0.81%(약 8만명)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FSC(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 수는 441만6789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9.5%, 아시아나항공은 9.3% 늘었다. 늘어난 수요의 일정 부분이 FSC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같은 기간 LCC 여객 수는 544만3793명으로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 제주항공 여객 수가 26.4%나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다만, 나머지 LCC의 여객 수가 보합세를 보임과 동시에 적극적인 노선 확장을 감행한 이스타항공의 약진으로 제주항공을 제외한 7개 LCC 여객 수는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다시 말해, 제주항공의 여객 수가 26.4% 감소하면서 전체 LCC 여객 수 평균이 5.2%나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참사 직후 여객 수가 급감한 제주항공을 통계치에서 제외할 경우 나머지 LCC 업계 전반의 여객 수는 되레 성장한 셈이다. 항공 업계 내부에서도 LCC 업계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통계 설정치 자체가 제주항공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라며 “제주항공의 여객 수 급락으로 인해 LCC 업계 전체가 흔들린다고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통계치에서 제주항공을 제외할 경우 FSC와 LCC 모두 동반 성장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항공 업계 관계자는 “참사 이후 제주항공이 운항 편수 자체를 줄였다. 여객 수가 줄어든 데 있어 그 영향이 클 것”이라며 “물론 잇따른 사고 이후 LCC를 바라보는 국민 정서가 달라졌을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LCC 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항공은 여객기 참사 이후 운항 감축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1월부터 오는 3월 말까지 국내선 838편, 국제선 1070편 등 총 1908편의 운항을 축소하며 안정성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 결과, 지난 1월 한 달간 제주항공의 여객 수는 60만명대까지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4만6928명과 비교하면 18.9% 줄어든 수치다. 운항 편수 역시 4433편으로, 전년 동월 4713편 대비 약 6% 감소했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둔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경. [사진 연합뉴스]
‘압도적인 가성비’로 버티는 LCC

흔들림 없는 LCC의 배경으로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비즈니스 모델’이 지목됐다. FSC와 달리 LCC는 그간 ‘압도적인 가성비’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서민들의 하늘길을 책임져 왔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LCC는 ‘필수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가격 면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고히 점하고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섣불리 LCC를 포기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LCC는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일 등급 좌석(Mono Class)을 채택해 좌석 배치를 단순화하고, 동일한 항공기 기종을 운용함으로써 정비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한다.

여기에 더해 표준화된 요금 체계를 유지하고,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한다. 또 항공기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턴어라운드 타임)을 최소화해 비행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LCC는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FSC 대비 30~50%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여기서 나온다. LCC의 프로모션을 활용할 경우 FSC 대비 70% 이상 저렴한 항공권 구매도 가능하다. 가격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셈이다.

국내 LCC 비즈니스 모델 성패는 과거 점유율에서 엿볼 수 있다. LCC의 국제선 여객 운송 점유율은 2014~2016년 10%대에서 유지되다가, 2017년 26.4%, 2019년 29.5%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19로 한때 감소했지만, 2023년에는 일본과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 확대와 적극적인 가격 경쟁을 통해 국제선 여객 점유율 35.5%를 기록하며 FSC(33.5%)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37.4%라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가성비의 부작용이다. 가격적인 강점을 앞세워 폭발적으로 성장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FSC와의 경쟁 속에서 지나치게 외형 확장에 집중한 문제점이 이번 연이은 사고로 인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단순한 몸집 불리기보다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LCC의 경우 주로 2030세대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젊은 층 입장에서 가격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섣불리 취소하기란 어렵다”며 “다만, FSC를 주로 이용하는 4050세대들의 경우 앞으로 LCC보다 FSC를 더욱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LCC는 탄생 초기부터 FSC와 전면적으로 대치되는 경영 형태를 구사해 입지를 공고히 다져왔다”며 “LCC가 국내 항공운송산업에 기여한 기여도는 높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FSC와의 대치 경쟁 관계에서 외형적인 몸집 늘리기에만 집중해 온 점은 분명한 잘못이다. 이제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닌,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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