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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중심을 넘어 '용인르네상스'를 그린다 [이코노 인터뷰]

이상일 용인특례시 시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집결
시민 위한 정책 발굴…“반대는 설득하고 해야 할 일은 합니다”

이상일 용인특례시 시장이 용인시 캐릭터 ‘조아용’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반도체가 전부는 아닙니다.”

지난 2월 4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시장은 “반도체는 우리나라 제일의 먹거리 산업이기에 초격차를 이루면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그것만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용인특례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국내외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동·남사읍 일대의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에 360조원을 투자해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SK하이닉스도 원삼면 클러스터와 기흥캠퍼스에 각각 122조원, 20조원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 기준 우리나라 수출 총액은 6838억달러(약 984조원), 이 가운데 반도체는 1419억달러(약 200조원)를 기록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대들보가 반도체 산업인데, 용인이 그 중심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상일 시장에게는 반도체를 넘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민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문화·예술·체육 등 다양한 부문이 융성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22년 7월 제9대 용인특례시 시장으로 취임한 그가 시정 비전으로 ‘용인르네상스’를 강조하고 지금껏 바꾸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14~16세기 서유럽에서 일어났던 문예 부흥‧문화 혁신 운동으로 일컬어지는 ‘르네상스’는 오늘날 혁신과 융합, 변화와 발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회‧문화‧예술‧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합을 통해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킨다는 개념이다. 그가 추구하는 ‘용인르네상스’도 시민들의 질적 향상과 도시의 변화를 통한 발전으로 이해됐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시장실에서 용인시 지도를 펼친 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그래도 반도체 빼고 이 시장의 시정 활동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용인르네상스 현실화를 위한 용인특례시의 강력한 자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가 시장 취임 전부터 반도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기업 유치를 위해 밑그림을 그린 것도 그래서였다. 이 시장은 “전부터 반도체는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고 우리 용인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TF를 구성하면서 반도체 전문가들로 꾸려서 반도체 공부도 함께하고 그분들의 생각을 많이 들었습니다. ‘반도체 고속도로’ ‘반도체 특성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만들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었다. 반도체 기업이 용인특례시로 들어와야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 기흥에서 반도체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삼성전자는 평택과 화성에도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추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지리적 접근성과 직원들의 선호도를 종합했을 때 용인만의 경쟁력을 강조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설득력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던 전직 임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과거 기자로 활동했을 때의 노하우가 도움이 됐다.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분석력 ▲이를 토대로 변화할 수 있는 가설을 세워보는 상상력 ▲여기에 취재력과 설득력을 더해 기업 유치를 성공시킨 것이다. 

그는 “삼성전자 임원들이 (반도체 공장을 세울만한 곳인지) 땅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투기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삼성에 직접 결정을 맡겼다”고 했다. 또 “정부에서 국가 산업단지를 지정했으니, 긴밀한 협의는 국토교통부와 상의하도록 하고 용인시에는 상세한 투자지역을 알리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반도체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민간 기업이 먼저 나섰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제조단지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 기업 ▲판교팹리스와 연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개 산업단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정해 발표하는 일이 많은데 기업이 먼저 투자를 결정하고 정부와 함께 산단 조성을 추진했던 셈이다. 용인이 얼마나 반도체 산업에 중요한 곳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정책 관련 계획을 말하는 모습.[사진 신인섭 기자]

사람이 우선, 인도 전용 제설기 도입…반대 설득하며 ‘소각장’ 추진도

반도체를 넘어 이 시장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시민이라고 했다.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과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학생들의 통학버스 지원과 학생들이 버스에서 내릴 때 필요한 하차 공간(승하차 베이)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날씨와 관계없이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육관을 신설하는 등 11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복지 정책으로는 홀로 사는 70세 이상 주민들에게 생활 편의를 돕기 위해 전구를 교체하거나 수도-전기 부문에 문제가 생기면 간단한 수리를 지원하는 생활 밀착형 정책도 펴고 있다. 그는 “겨울에 눈이 와 쌓였을 때 자동차 도로는 말끔히 치우는데 사람이 다니는 인도는 제설이 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인도용 제설기를 도입해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지난해에는 군사시설 보호구역과 함께 묶여 이중 규제를 받던 처인구 일대 3728㎢(약 112.8만평)를 시에서 요청해 한강수계 보호구역(수변구역)에서 해제하도록 했다. 해당 지역은 환경부 규제에 따라 25년 동안 규제를 받아 개발이 묶였는데, 군부대 협의 등을 거쳐 공동주택을 건설하거나 음식점 영업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보다 자유로워지고 지역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추진하는 중요한 정책 가운데 소각장 건립도 있다. 용인에 쓰레기 소각장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 쓰레기를 매립하는 게 불가능해지므로 자체 소각시설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에서 소각장 입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지를 검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 큰 일이었다. 일부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인기 여부와 관계없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정치인이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뤄둘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주민들의 반대도 있지만,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 발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며 “용인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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