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속엔 나쁜 일이, 나쁜 일 속엔 좋은 일이 [이코노 헬스]
선택 자체가 스트레스라면, 낙관 필요
우울·무력감 지속되면 전문의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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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A씨가 그랬다. A씨가 불면증 악화를 호소하며 상담실을 찾아왔을 땐 그가 이직에 성공한 지 반년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그는 종전 상담까지 새 직장의 편안한 분위기를 열렬히 칭찬했다. 전 직장에서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불안 증세가 심해졌던 그였기에 이직을 확정 지은 다음부터는 증상이 나아지던 상황이었다.
문제는 또다시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물론 이번엔 A씨가 당사자가 된 건 아니었다. 그에 따르면 출근했더니 사내 분위기가 유난히 뒤숭숭했다고 했다. 그래서 알아보니 그의 상사와 회사가 고소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고(原告)는 그가 입사할 즈음 퇴사했던 직원이었고, 고소 사유는 집단 괴롭힘이었다. 상사를 포함해 여러 직원이 노동청 근로감독관과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는 모습까지 보니 전 직장에서의 트라우마가 재현되면서 불안 증세가 다시 심해졌다고 그는 말했다.
“가만히 있으려고 하니 또 괴롭힘을 당할지 두렵고, 그렇다고 직장을 다시 옮기려니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할지 전전긍긍하다가 스트레스만 받네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일 때 흔히들 딜레마(dilema)에 빠졌다고 한다. 그리스어로 두 번을 뜻하는 ‘di’와 제안 혹은 명제를 뜻하는 ‘lemma’가 합쳐진 단어다. 나아가기도 물러나기도 어려운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누군가는 딜레마가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쓰일 수 있는 단어라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A씨의 사례에서 보듯, 상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부분이 있고 시간 흐름을 배제하더라도 유념할 부분이 있다. 겉으로 ‘행복한 고민’처럼 보이는 상황도 개인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학 합격증을 받아 들고 고민한 경험이 있는 학생·학부모라면 공감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대학 입시를 막 끝마친 B군, 그리고 그의 어머니 C씨가 그랬다. 여러 차례 도전했는데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좌절감을 느끼던 B군은 최근 수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대학 원서를 넣은 곳 가운데 두 군데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B군과 C씨는 더없이 기뻤고 한동안 즐거움에 빠져있었다.
같은 시험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을 누군가에겐 ‘행복한 고민’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 한 곳은 소위 ‘이름값’이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적성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팀 프로젝트를 할 일이 많은 학과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수줍음이 많은 B씨의 성격과 대조적이다. 반면 나머지 한 곳은 적성엔 잘 맞지만 ‘이름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었다.
이미 몇 차례 수험생활을 한 B씨, 그리고 그의 뒷바라지를 했던 C씨였다. 선택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러다 보니 불면증을 비롯한 불안 증세에 시달렸다고 이들은 이야기했다.
“이번에 혹여 잘못 선택해서 다시 수능 쳐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요. 이곳도 저곳도 함부로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괜히 잠만 설치고 있어요.”
선택 자체가 사람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듯하다. 선택의 내용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무관하게 말이다.
선택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낙관적인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마냥 낙천적일 필요는 없다. 불상사(不祥事)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 둔 상태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B군과 C씨가 선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B군이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에서 겪을 고통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적성이 맞는 학과에서는 더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 결국 최종 학과를 선택했다.
물론 부정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선택이라면 긍정적인 부분을 마냥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땐 잠깐의 휴식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머리를 싸매고 속앓이 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잠시 숨을 돌리면서 상황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떨까. 수개월 마음고생을 하던 A씨가 선택한 방식이 휴가였다.
여기에 A씨에게는 운도 약간 따랐다. 그가 휴가를 간 사이에 상사의 상황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데다가, 고소·고발 상황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했다. 좋은 일에 나쁜 일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나쁜 일 사이에서도 좋은 일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좋은 일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힘이 든 나머지 머리가 터질 것만 같고, 가슴이 아프고 두근거리거나 어지럽다면 신체 검진을 꼭 받아보는 편이 좋겠다. 또한 기분이 우울해지고 무력감에 빠지면서 부정적 생각이 더해진다면, 정신 건강 전문의를 최대한 빠르게 찾아가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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