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는 세계 무역질서]②
3국 장관 공동성명 발표 “개방·포용·비차별적 다자무역 체제 지지”
아시아 FTA 성사되면 EU 뛰어넘는 거대 시장 확보
제조업 중심 경쟁 관계, 역사·정치적 문제 해결 필요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대로 ‘관세 전쟁’에 돌입하면서 한국·중국·일본 중심의 자유무역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중일 3국 경제통상 장관들이 6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자유무역질서 복원과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멈춰섰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다시 속도를 내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앞서 한중일 3국 경제통상 장관들은 지난 3월 30일 서울에 모였다. 이들은 안정적 세계 무역 질서 유지를 희망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면서 3국 경제협력 강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3국 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규칙 기반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며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유무역 질서 유지의 중요성에 한목소리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6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3국 경제통상 장관
장관들은 한중일 경제·통상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면서 높은 수준의 한중일 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한중일 3국이 함께하는 경제협력은 없는 상황이다. 한중 FTA만 가동되고 있다. 앞서 한중일 3국 FTA 공식 협상은 2012년 11월부터 16차례 열렸으나 나라별 이해관계가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19년부터는 협상이 끊겼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에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한 것도 협상 중단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일 3국은 FTA 협상 재개를 하기로 합의했는데, 실질적인 회담 재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다 1년이 지난 지금에야 관련 논의를 제대로 해보자는 뜻을 다시 모은 셈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을 계기로 경제를 중심으로 한중일 협력 구심력을 강화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한중일 3국 경제산업장관회의와 이를 계기로 한 연쇄 양자 회담 과정에서 공개된 발언을 봐도 한중일 FTA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중국으로 나타났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3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한중 상무장관 회의에서 한중일 FTA 협상의 조속한 재개, 한중 FTA 2단계 협상 가속화를 통한 역내 경제 통합을 통해 다자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수호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리창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 FTA 2단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시장 개방을 넘어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한중 FTA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목표다.
FTA는 국가 간 특혜 무역 협정으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관세와 무역 장벽을 제거해 시장에 대한 배타적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협정이다. 품목에 따라 관세율이 제로로 낮아지거나, 다른 국가에 적용되는 관세율보다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한중일 FTA가 현실화될 경우 유럽연합(EU)을 넘어서는 거대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이 FTA를 타결할 경우 2023년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약 24조달러 규모의 경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연방 상원의원이 관세전쟁 와중에 ‘동병상련’이 된 한중일 3국의 장관들이 최근 서로 손을 맞잡은 장면을 “충격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인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하와이)은 지난 4월 4일(현지시간) 상원 본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등 고강도 관세 드라이브가 미국 경제와 대외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주초 수년 만에 중국과 일본,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대응으로 3국 자유무역에 대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며 3국 통상장관의 악수는 “가장 충격적인 이미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 3월 30일 서울에서 약 5년 만에 열린 3국 경제통상장관회의 당시 나란히 선 채 3자간 악수하는 장면을 거론한 것이다. 샤츠 의원은 한일 장관이 중국 장관과 글자 그대로 손을 맞잡은 것은 “그들(한중일)이 우리에 대항해 뭉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중일 FTA 성사까지는 갈 길 멀어
한중일 FTA가 성사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3국 모두 제조업 중심 국가라는 점이다.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핵심 수출 산업이 겹치기 때문에 자유 무역에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이라나라 입장에서는 그동안 여러차례 반복돼 왔던 중국과 일본에 대한 정치적 갈등이 향후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치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굵직한 사안을 놓고 오랜 기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실시했다. 이는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 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고 확정판결한 것에 대한 보복 조처였다. 중국과는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갈등을 겪기도 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한국 음악·드라마·영화 등 한국 문화 활동을 중국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제한하는 ‘한한령’을 취해왔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이후 우리 정부는 한중일 FTA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한중일 FTA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중일 FTA에 대해 “국제통상체제에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3국이 경제적 협력을 해야겠다는 공감대는 만들어지고 있다”며 “(협력의) 수준과 내용, 어떤 분야에서 협력해야 할지 등은 이견이 있어 조율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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