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AI를 대하는 법”...공손하게 하기?vs 무례하기 굴기?[한세희 테크&라이프]
- 데이터로 따지면 AI에 대한 공손함은 곧 비용
무례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

최근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챗GPT와 대화할 때 ’부탁합니다(please)’와 ‘고마워요(thank you)’를 쓰면 수천만 달러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X(구 트위터)에서 한 사용자가 “사람들이 AI 모델에 ‘please’와 ‘thank you’를 쓰면 전기료가 얼마나 나오나”라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AI에 대한 공손함은 비싸다
생성형 AI 모델은 사람 언어의 단어와 비슷한 토큰을 단위로 문장을 이해하고 생성한다. 사람들 사이에선 말 끝에 붙이는 ‘고마워요‘나 ‘부탁합니다‘가 아무런 비용 없이 관계를 윤택하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지만, AI 모델에겐 이런 말 한마디도 많은 에너지를 써 처리해야 할 과제이다.
기업가치 3000억달러로 평가되는 오픈AI의 최고경영자가 돈을 더 쓸까 걱정해 AI 모델 채팅 창에 ‘고마워요‘나 ‘부탁합니다‘를 자제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엄청나게 많은 전기를 소모하고, AI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만드느라 탄소 배출이 늘어나고 기후위기가 심화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다.
데이터센터는 통상 세계 전기 소비량의 1% 정도를 차지했지만, 생성형 AI 등장 이후 비중이 2%로 늘었다. 워싱턴포스트가 과학자들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0단어 길이의 이메일 하나를 AI로 생성하는데 약 0.14kWh의 전력이 소모된다. LED 전구 14개를 1시간 동안 밝힐 수 있는 전기다. 1주일에 한 번씩 1년 간 AI가 생성한 이메일을 보내면, 미국 9개 가정이 1시간 동안 쓸 7.5kWh의 전기를 쓴다.
AI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윤리적 영향을 고민한다면 결국 해결책은 AI를 덜 쓰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메일 정도는 AI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쓰면 좋지 않겠나?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가 굳이 AI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만들 필요도 없을 터다. 기술도, 인간의 욕망도 ‘적당히’를 모른다.
무엇보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너무 크고 자신과 거리가 먼 일로 느껴진다. 모든 사람에게 심각하지만 개인이 선뜻 어떤 행동을 해 해결할 생각을 하기엔 너무 막연한 문제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고마워요’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말고 조금 더 개인적인 문제로 화제를 바꿔 보자. 우리가 대화 상대인 AI 모델에게 ‘고마워요’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 무례한 사람이 될 가능성 말이다. 우리는 너무나 자기중심적이라 설령 상대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불과할지라도 그에게 ‘나쁜 사람’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평소 AI에 친절하게 대해 두면 훗날 스카이넷이 인류를 제거하려 할 때 로봇들의 자비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 미디어그룹 퓨처가 2024년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모델을 사용해 본 미국인 중 67%는 AI에게 공손하게 말한다고 응답했다. AI에 공손하게 말한다는 사람 중 80%가 넘는 사람들이 “’고마워요’나 ‘감사합니다’라 말하는 것이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18%는 “AI의 반란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공손하게 말한다고 응답했다.
AI에 딱히 예의를 차리지 않는 나머지 33% 중 3분의 2는 “기계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고, 3분의 1은 그저 “짧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AI에게도 공손한 것이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일까? AI에 무례한 것은 문제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일까, 단지 합리적인 것일 뿐일까?
이 논란은 사실 몇 년 전에도 있었다. 아마존 에코를 시작으로 AI 스마트 스피커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다. 스마트 스피커를 가장 좋아한 것은 어린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스마트 스피커에 노래나 엣날 이야기를 들려 달라 하거나, 궁금한 것을 언제든 물어볼 수 있었다. 이때 아이들이 AI 스피커에 무례하게 말하는 것이 예절이나 인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비언어적 교류가 제한되는 AI 스피커 사용이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저해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예쁘게 말하기' 모드 도입한 구글
그래서 구글과 아마존은 아이가 ‘고마워요’나 ‘감사합니다’를 써서 말하지 않으면 스마트 스피커가 대응하지 않는 ‘예쁘게 말하기’ 모드를 도입하기도 했다. 상대가 AI 스피커일지라도 부모라면 아이가 버릇없이 말하는 모습이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AI에게 마음대로 행할 수 있다는 점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사람들도 나올 것이다.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주류 서비스 외곽에 경계가 더 느슨한 AI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그 AI들에게 우리가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엇일지 짐작 가지 않는가? 최근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를 하는 우리나라의 한 스타트업이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제대로 안해 사용자들이 만든 이미지들이 노출된 적 있었다. 저장된 이미지 중 상당수는 성적인 딥페이크나 얼굴 바꿔치기 등이었다.
그런 면에서 AI 채팅 창에 ‘고마워요’나 ‘부탁합니다’를 쓰는 것은 인간의 존엄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알트먼은 이 최소한의 조치마저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비교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AI에게 예의를 지켜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면 그것은 우리가 AI를 지나치게 의인화하기 때문일 수 있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말한다 해도 AI는 인격이 아니다.
문제는 사람은 아주 작은 상호작용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존재라는 점이다. 정교하고 진짜 같은 대화를 이어가는 생성형 AI엔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에선 이른바 ‘AI 반려자’ 서비스에 몰두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나왔다. 사람과의 관계 못지 않게 기계와의 관계를 배우고 그를 위해 상담을 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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