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죽기 살기로 일했다”…인도의 ‘블루오션’ 시장 개척한 韓 청년 창업가 [이코노 인터뷰]
- 정찬욱 NIMS 대표
‘제2의 밸런스히어로’ 꿈꿔…창업 2년 만에 영업이익 기록
글로벌 기업도 도전 꺼리는 너무나 가난한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 성과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아무도 그 나라에 가겠다며 손을 들지 않았다. 대신 인도 주재원으로 선택된 이는 3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그는 이미 회사에 인도 진출의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 등을 제출한 바 있다. 회사 동료 중 누구도 그의 선택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를 선택하면서 그의 인생 항로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가 몸담았던 한국 기업 뉴로스는 인도 기업 우샤 콤프레서스(Usha Compressors)와 함께 합작법인 우샤 뉴로스 터보(Usha Neuros Turbo LLP)를 2018년 설립했다. 그해 그는 인도로 넘어가 공장 설립을 위한 토지 구매부터 공장 설립, 조직 체계 정립 등 인도 현지 법인의 기초를 닦는 작업을 해냈다. 우샤 뉴로스 터보는 하수종말 처리장에 사용되는 산소 공급용 터보 블로워 및 콤프레서를 제조하는 기업이었다. 그렇게 2021년까지 인도라는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실제로 체감했고 그 해결책을 찾는 노하우를 쌓게 됐다. 우샤 뉴로스 터보 제품이 하수종말 처리장에 주로 사용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인도 환경 문제에 접근할 수 있었다. 업무를 보면서 “인도에서 왜 환경 인프라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고, 그 의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2022년 9월 NIMS(Neuros Intelligent Management System)이라는 환경 엔지니어링 스타트업을 창업한 배경이다.
창업 2년 만에 손익분기점(BEP)을 넘었고, 지난해 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한국인 창업가가 설립한 스타트업은 인도에서 순항 중이다. 투자 한번 받지 않고도 올린 성과다. NIMS는 인도 시장에서 매출 1000억원을 넘으면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K-스타트업 ‘밸런스히어로’의 뒤를 이을 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인공 정찬욱 NIMS 대표는 인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던 원동력에 대해 “죽기 살기로 일했다”고 단언했다. 또 하나는 현지화다. 인도의 행정을 잘 알고 있는 Hemant Swarop와 Shalabh Sharma와 함께 손을 잡고 창업을 한 것이다. 이들은 우샤 뉴로스 터보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다. 현지화와 노력 덕분에 NIMS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지난 5월 기자는 정 대표를 인도 출장 중에 우연히 짧게 만났다. 모두가 어렵다는 인도 시장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게 놀라웠기에 6월 말 화상으로 그를 다시 만나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두가 외면한 땅, ‘역발상’으로 블루오션을 찾다
그가 본 인도는 극심한 환경오염과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프라라는 두 가지 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환경 인프라 절대적 부족 ▲정부와 시민의 무관심 ▲공공자원 개선에 대한 이기주의를 문제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한국의 기술력과 자신의 실행력을 더하면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NIMS를 창업한 이유다.
NIMS의 핵심 전략은 '역발상'이다. 뉴델리, 구르가온 같은 대도시 대신 인도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차별받는 북동부 지역을 첫 무대로 삼았다. 특히 중국과 갈등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인도 정부와 주정부의 인프라 개발 의지는 강력했고 예산도 적극적으로 투입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인도 현지 기업들조차 문화와 종교적 차이 그리고 '위험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사업을 꺼렸다. 정 대표는 “사업 환경이 열악하지만 경쟁사가 뛰어들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고, 바로 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에서 기회를 봤다”고 설명했다.
NIMS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두 갈래다. 본류는 환경 인프라 건설이다. 현재 북동부 지역에 16TPD(1일 16톤 처리) 규모의 폐기물 처리장과 4MLD(일 400만 리터 처리) 규모의 생활 폐수 처리장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는 폐기물 매립장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 NIMS가 짓는 폐기물 처리장은 해당 지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핵심 시설이 된다. 이곳에서 플라스틱, 유리 등 재활용 가능 자원을 선별하고, 건설 폐기물은 벽돌로 재순환시키면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지향한다. 생활 폐수 처리장 역시 오염된 물을 정화해 강이나 바다로 내보내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다른 한 축은 스마트 주차타워와 철골 구조 빌딩 건설이다. 환경과 무관해 보이는 이 사업들은 NIMS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의 기술력이 있으면 도전 가능한 사업 분야”라면서 “주차타워와 빌딩 건설 등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 번 돈으로 환경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NIMS는 창업 초기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일으키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인도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3년간 법인 소득세를 면제받게 됐다.

“인도 증시 상장할 것”
NIMS가 그리는 최종 목적지는 '폐자원 에너지화(Waste to Energy)'다.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원료로 전력과 수소를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이후에는 발전 사업이라는 국가 기간 사업 도전까지 계획하고 있다. 정 대표는 “최종적으로는 발전 사업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인도의 심각한 전력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탄소배출권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대표는 현재 폐자원 에너지화 목표의 50% 지점까지 도달했다고 자평했다.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5년 안에 전기 생산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2030년 인도 증시에 NIMS를 상장하는 것이다.
인도에서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에 정 대표는 다시 한번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 시장은 그만큼 어렵지만,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NIMS는 인도에서 시작했지만, 우리의 성공 모델이 다른 제3세계 국가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혼란의 관세 데드라인…트럼프 관세서한 오늘부터 도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권은비, 올해 워터밤 '찢었다'..직캠 인기 치솟아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단독]공원 산책하던 시민 습격한 오소리…`캣맘 탓` 지적도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한산한 회사채 시장… 7년물 발행하는 HD현대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유럽 동정적 사용은 ‘효과 입증’ 필수…젬백스, 알츠하이머 임상2상 성공 청신호?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