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진화해왔나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 1~3세대까지 진행돼 온 카페인 제거 기술
단순 '디카페인 여부'보다 '기술 특성'에 주목하는 시대

최근에는 카페인 과잉 섭취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건강 중시 트렌드가 맞물리며, ‘디카페인(decaffeination) 커피’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시는 디카페인 커피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얼마나 신뢰할 만한 수준일까. 디카페인 커피의 특징과 시대별 변화 및 최신 트렌드를 간단히 살펴봤다.
카페인 제거 기술은 진화 중
화학적 용매(염화메틸렌)를 사용하는 방식은 가장 오래된(1세대) 디카페인 처리 방식이다. 이 방식은 수증기로 생두의 세포벽을 연 후 염화메틸렌에 담가 카페인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다시 고온의 증기로 용매를 증발시킨다.
화학적 용매 방식은 스타벅스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의 초기 디카페인 제품 혹은 인스턴트 커피에 주로 사용돼 왔다. 대량생산을 포함한 생산효율성이 높은 것이 강점이다.
다만 화학적 용매 방식의 디카페인 제거 비율은 97%(미국 식품의약국(FDA) 디카페인 표기 기준) 내외다. 엄밀히 말하면 ‘저 카페인’에 가깝다. 카페인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 어려운 셈이다.
또한 화학적 용매 방식은 커피의 고유한 향미를 손상시킬 수 있고, 화학 용매 성분의 잔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런 이유로 화학적 용매 방식은 최근 들어 사용 빈도가 줄고 있다.
화학적 용매 방식의 안전성 논쟁 이후 2세대인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방식과 같은 안전한 방식이 대두 됐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싱은 생두를 따뜻한 물에 담가 향미 성분과 카페인을 함께 녹여낸 후 활성탄 필터에 통과시켜 카페인만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후 남은 ‘향미 성분이 가득한 물’(Green Coffee Extract·GCE)에 새로운 생두를 담가 카페인만 제거하고 커피 고유 성분을 보존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방식은 스위스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캐나다 밴쿠버 인근의 위치한 디카페인 커피 제조사 ‘스위스 워터’(Swiss Water Decaffeinated Coffee Company Inc)가 상용화하며 시장에 안착시켰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싱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는 ‘블루보틀 커피’이며, 카페인 제거 비율은 99% 이상이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는 안전한 물을 이용해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섬세한 커피 향미 발현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싱의 디카페인 방식 이후, 콜롬비아에서 유행한 2.5세대 ‘사탕수수 디카페인’(Sugarcane EA Process)방식이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
사탕수수를 발효해 얻은 천연 에틸아세테이트(EA)를 사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은 ‘자연 유래’ 물질을 사용함으로서 소비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화학적 불안감 없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품질의 자연 성분 디카페인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
콜롬비아는 커피 생산지와 디카페인 처리 공장이 물리적으로 가까워, 신선도에서도 유리한 환경이다. 사탕수수 방식의 카페인 제거 비율은 99% 이상이며, 항미 성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콜롬비아의 사탕수수 방식은 한국의 커피업체 ‘몽타주 커피’의 디카페인 커피에 사용되고 ▲프릳츠 ▲커피리브레와 같은 전문 스페셜티커피 업체도 사용하고 있다.
″카페인 제거 방식에 따라 품질 달라져“
디카페인 프로세싱의 3세대 처리 방식은 2023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마운튼 워터 프로세스’(Mountain Water Process)다. 멕시코에 위치한 ‘Descamex’라는 전문 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이 공정은 스위스 워터와 유사한 방식이지만, 멕시코 고산지의 빙하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기술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했던 GCE 방식을 활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되, 멕시코 테루아에 기반한 ‘스토리 텔링’이 강조된다.
한국에서는 ▲커피리브레 ▲모모스커피 ▲나무사이로와 같은 스페셜티커피 업체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마운튼 워터 방식의 카페인 제거 비율은 99% 이상이며, 보통 단맛이 나는 커피에서 훌륭한 맛의 조화를 보이고 있다. 마운튼 워터 프로세스는 사탕수수 방식과 더불어 스페셜티커피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난해 마켓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2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카페인 커피는 프랜차이즈 커피와 같은 전통 커피 산업 기준으로 봤을 때 시장 규모가 2% 내외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페셜티커피 산업의 내부 자료를 보면 시장 규모는 10%까지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디카페인 커피는 단순히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카페인을 제거했는가’에 따라 품질과 가치가 갈리는 시기에 접어 들었다.
1세대는 효율성과 대량 생산, 2세대는 안전성과 신뢰, 2.5세대는 자연 유래와 지역성, 3세대는 테루아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로 진화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디카페인 커피 산업은 앞으로도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환경과 품질을 함께 보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커피 애호가들과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게 되리라 판단한다.
심재범 커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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