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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에서 만난 부자

시크릿 가든에서 만난 부자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출연진. 왼쪽부터 현빈, 하지원, 윤상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 작년부터?”

“난 그쪽이 아니면 선택이 없다고,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독특한 대사와 알콩달콩한 사랑놀이가 밉지 않았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수많은 현빈앓이와 라임폐인을 탄생시켰다. 드라마가 종영된 후에도 많은 화제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으로 나왔던 현빈이 주연한 영화 ‘만추’가 관심 속에 개봉됐고, 현빈이 입었던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든 트레이닝복은 불티나게 팔렸다. 현빈이 직접 부른 드라마 OST ‘그 남자’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매일 통장 잔액이 불어나니까”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시크릿 가든에서 재벌 3세인 스스로를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렀던 현빈은 3월 7일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듯 해병대에 입대하는 것으로 현빈 신드롬을 완성했다. 한 방송은 이 모습을 생중계해 최초로 연예인의 입대 장면 생중계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시크릿 가든은 무엇보다 주인공 김주원과 길라임의 톡톡 튀는 대사와 표현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살 떨리는 간지러움부터 눈이 떨리는 감동과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를 불러오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재미있는 대사도 많았지만 그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었다.

재벌 3세인 김주원은 가난한 길라임과의 대화 속에서 아주 색다른 부자의 정의를 제시한다. 자신이 경영하는 로엘백화점 VVIP들의 연간 1억원이 넘는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김주원이 길라임에게 묻는다.

“지금 통장에 얼마나 있는데?”

“…얼마 없어, 왜?”

“이거야, 이런 게 달라.”

“뭐?”

“그쪽은 자기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알지만 그쪽과 다른 그 사람들(VVIP)은 자기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몰라. 매일 매분 매초마다 국내외 통장 잔액이 불어나니까.”

현빈이 말하는 VVIP, 사회지도층, 즉 부자들은 자신의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매일 매일 투자 성과에 따라, 늘어난 이자에 따라 지금 현재 돈이 얼마나 불어났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색다른 부자의 정의가 나온다.

우선 ‘자신의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부자다!’라는 것이다. 부자가 아닌 사람 가운데도 통장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 돈에 무관심하거나 관리할 만한 돈이 없는 사람, 꼼꼼하지 못한 사람도 자신의 잔액이 얼마인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매일 통장 잔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확하게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러므로 단지 내 통장의 잔액이 얼마인지, 내 자산이 얼마인지 모르는 것이 부자의 정의가 될 수는 없다.

부자의 둘째 조건은 다음과 같다. ‘부자는 어제 통장에 들어 있던 돈보다 오늘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이 많아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물론 이 정의의 핵심은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이 어제보다 오늘 더 많다는 사실이다.

부자의 정의를 내렸으니 이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찾아보자. 백화점을 물려받을 재벌 3세도 아니고, 대박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방법, 부자로 사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오늘 하루 내 돈이 불어나는 것보다 더 적게 쓰면서 사는 것?’ 아무리 계산해 봐도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억원이라는 현금이 통장에 들어 있더라도 요즘 같은 금리라면 하루 이자가 1만원 남짓인데 출퇴근 차비에 점심값, 커피값 등 가족을 제외하고 혼자 쓰는 돈만 해도 이보다는 많다. 이미 웬만한 부자가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일일 단위로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기간을 좀 늘려보자. 우리는 월 단위의 소득과 소비에 익숙하니 월 단위로 계산해 보자. 2월보다 3월 말에 결산했을 때 조금이라도 통장 잔액이 늘어 있는 것. 이것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막 쓰면 안 되겠지만, 매월 각종 소득과 지출을 계산해서 버는 돈보다 적게 쓴다면 우리는 지난달보다 조금은 부자가 될 수 있다.

연 단위는 어떨까? 소득이 월별로 일정하지 않은 전문직 종사자나 자영업자, 그리고 연말 보너스가 많은 사람에게는 이 기준도 의미가 있다. 쉽지 않지만 예측되는 연간 소득과 이자소득 등의 범위 안에서 지출한다면 작년보다 올해 통장 잔액은 더 늘어나 작년보다는 부자가 될 수 있다.



연 수입보다 더 쓰세요?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계산하지 않고 마음껏 쓰더라도 어제보다 더 부자인 사람과 달라야 한다. 보통 사람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통장에 들어 있는 잔액과 투자 상황을 알아야 하고, 예산을 세워 소득 범위 내에서 지출을 통제하고 관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가르쳐준 부자가 되는 방법을 떠올려 보자. 포드는 자서전에서 부자가 되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첫째, 재산을 상속받아라. 둘째, 부자와 결혼해라. 셋째, 두 가지 다 가능성이 없다면 버는 것보다 덜 쓰고 차액은 저축하라.

너무 진부한 말이라서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원래 진리는 그렇게 단순하고 진부하다.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은 첫 번째 방법으로, 길라임은 두 번째 방법으로 부자가 된다. 부자가 되기 위해 헨리 포드가 가르쳐 준 세 가지 방법 중 어떤 방법을 써도 좋다. 단지 첫 번째 방법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아뿔싸!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와 나는 이미 결혼을 해버렸다.

결국 시크릿 가든에서 시작된 생각의 끝에서 정리해 보는 부자의 정의,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자의 정의는 이것이다. “부자는 자신이 버는 것보다 덜 쓰고 차액을 저축(투자)해 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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